장부대장 앱에서 접근 가능한 매출 관리 화면 인터페이스 ⓒ푸드노트서비스
여기 더해 장부대장에 앞서 시장에 진출하여 규모를 만든 ‘캐시노트(운영사: 한국신용데이터)’의 존재는 푸드노트서비스에게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왔는데요. 캐시노트는 2022년 11월 기준 130만개 이상의 사업장이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로, 사업장 경영관리 앱 1위를 자부하고 있고요. 음식점을 포함한 로컬 상점들의 매출과 비용, 입출금을 통합 관리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장부대장이 제공하는 기능과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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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부대장이 배달의민족 앱 울트라콜 광고(속칭 깃발 꽂기) 분석이나 음식점주가 입점한 배달앱 카테고리 내 경쟁사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맛집랭킹’과 같은 버티컬에 특화한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긴 했지만요. 여전히 무료로 제공되는 기능인지라 푸드노트서비스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고요. 영세 음식점주들에게 ‘데이터 분석’의 의미와 가치를 전파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 규모를 갖춘 경쟁사의 존재는 푸드노트서비스가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지속적으로 암초가 돼 나타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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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자, 지금은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으로 ‘캐시노트’가 있습니다. 캐시노트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미용실, 철물점 등 다양한 업종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했고요. 우리는 타깃 범위를 더 좁혀서 ‘외식 매장’에 집중하는 앱 ‘장부대장’을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저희가 투자자들에게 들었던 단골질문은 ‘그렇게 해서 캐시노트를 이길 수 있겠어?’였고, 이에 대한 뾰족한 답변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 양재봉 푸드노트서비스 COO
B2B에서 시작된 반전
이랬던 푸드노트서비스가 투자 유치를 포함한 반전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예상하지 못했던 ‘기연’에서 찾아왔는데요. 푸드노트서비스는 2021년 12월 한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별도의 비용을 지불할 테니, 복수의 가맹점의 매출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줄 수 없냐는 요청을 받았고요. 불과 한 달만에 마치 엑셀 표처럼 가맹점 매출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해당 프랜차이즈에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푸드노트서비스가 이 서비스에 단기 외주를 통한 수익 확보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고 접근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근데 웬걸. 더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들로부터 푸드노트서비스에 동일한 서비스를 구축해달라는 의뢰가 쇄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하나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과 다르게 프랜차이즈 본사는 수십~수백개 이상의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취합해야 하잖아요. 당연히 여기 쏟는 시간과 비용은 단일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님과는 차원이 달랐고요. 만약 이를 통합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면 ‘돈을 내고서라도’ 쓰고 싶은 니즈가 프랜차이즈 본사에겐 있었던 것입니다. 의외의 시장이 발견된 것이죠.
B2B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본 푸드노트서비스는 2022년 5월 프랜차이즈용으로 ‘장부대장 프차’를 공식 출시했고요. 장부대장 프차에는 기존 장부대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다양한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지원 기능을 ‘가맹점’ 네트워크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습니다. 여기 프랜차이즈에게 독립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맹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지사항과 같은 기능들은 별도로 개발하여 추가해나가고 있죠.
푸드노트서비스는 여기서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운영하는 가맹점 점포 하나당 월 1만원을 받는 구독형 수익모델을 설계하는데요. 결국 푸드노트서비스는 개별 매장에서 찾지 못했던 ‘수익화’의 기회를 B2B 프랜차이즈에서 찾을 수 있었고요.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비슷한 시기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우리가 장부대장 앱만 있었을 때는 ‘캐시노트를 이길 수 있냐’는 투자자들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잖아요. 우리가 ‘장부대장 프차’라는 B2B 서비스를 구축하여 투자자들에게 보여줬을 때는 피드백이 달라졌습니다. B2B를 통해 어디까지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죠.
우리는 전국 프랜차이즈 점포 숫자를 30만개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가맹점당 월간 솔루션 사용료 1만원을 곱한다면 한 달 매출이 30억원이 나오는 것이잖아요. 이 시장에서는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서비스로 보여줬습니다. 이후 투자자들이 실제 우리 솔루션을 사용하는 매장을 실사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반응이 괜찮았고요. 결국 실제 투자까지 연결될 수 있었죠”
- 양재봉 푸드노트서비스 COO
푸드노트서비스는 B2B 수익모델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12월 BEP(손익분기점) 돌파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장부대장 프차를 이용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푸드노트서비스가 2022년 목표했던 것은 연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300개사를 장부대장 프차를 사용하도록 영업하는 것이었는데요. 이 목표는 11월 16일 조기 달성했고, 2023년 3월에는 그 두배수인 600개 브랜드의 가입을 만들어냈습니다. 최근에 그 숫자는 900개를 돌파하여 순항하고 있다고요.
푸드노트서비스에 따르면 7월 기준 장부대장을 사용하는 점포 숫자는 약 5만3000개인데요. 그 중 약 2만여개가 장부대장 프차를 통해 유입됐고요. 8월부터는 프로모션(첫 2달 무료, 이후 10달 월 1천원) 종료로 장부대장 프차를 이용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거 월 1만원의 정상 요금을 납부하게 되는데요. 현재 약 7% 정도로 관리되고 있는 프로모션 기간 종료 이후 이탈률을 감안한다면 12월에는 BEP 돌파가 가능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정리하자면 ‘애드테크’와 ‘푸드테크’ 영역에서 솔루션을 구축한 두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당장 만들어질 수 있는 ‘수익’의 가능성 때문이었고요. 이 두 기업은 그 가능성을 청사진으로만 그린 것이 아니라, 투자유치 이전에 이미 ‘숫자’로 증명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요즘 혹한기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수익성’을 증명했다는 데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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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가 찾아온 지 10년이 넘었고, 이미 규모를 갖춘 커머스 업체가 등장한 상황에서요. 이들과 직접 경쟁하는 비즈니스 모델에는 꽤나 큰 마케팅 비용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B2B 솔루션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기업들이 잘 하지 못하는 요소를 지원하는 제품성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고객사 레퍼런스를 만들 수만 있다면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 가능한데요. 파이온코퍼레이션과 푸드노트서비스가 보여준 가치도 버티컬 솔루션을 통한 ‘시장 선점’에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