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역 인근 주차장에 줄지어 늘어선 전세버스들. 필자가 선택한 여행사는 투어 상품을 신청한 여행객의 당일 이동을 위해 총 5대의 전세버스를 대절했다. 클룩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도 손님을 받았다고. ⓒ커넥터스
반면, 포워더는 화물을 나릅니다. 여행사가 다양한 여객 운송수단을 조합하여 승객을 나른다면, 포워더는 다양한 화물 운송수단을 조합하여 화물을 나르는 것이죠. 여행사에서는 이동하는 승객이 비용을 지불하고, 포워더의 경우 이동하는 화물의 주인인 화주사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중개자로 무엇인가를 나르는 운송수단을 사전 협의를 통해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두 주체는 공통점을 공유합니다.
‘규모의 경제’가 만드는 운임 협상력
바로 여기서 우리가 이들 ‘브로커’를 이용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행사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여행 상품에 포함된 관광지 이동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개인이 준비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고요. 수출입 화주사가 포워더를 이용하는 이유 또한 물류 상품에 포함된 노선 이동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개별 회사가 준비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제가 탑승했던 전세버스는 ‘개인’이 빌린다면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했겠지만요. 탑승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비용 분담에 따라 여행객 한 사람이 지불하는 비용은 확연히 떨어지게 됩니다.
동시에 ‘여행사’ 또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요. 승객들에게 받은 상품 요금을 합산한 것이 여행사의 매출이 되고요. 여기 전세버스 대절비와 가이드 인건비 등 갖은 운영비용을 제하더라도 여행사가 어느 정도 이익을 남기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할인’의 맥락은 포워더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포워더는 영업해둔 여러 화주사의 물량 규모를 바탕으로 보다 저렴하게 선박, 항공기의 빈 공간을 예약할 수 있는 협상력을 만들 수 있고요. 물량이 적은 화주사가 개별 계약을 하는 것보다 저렴한 운임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여기 갖은 운영비용을 제하고 남는 금액이 포워더의 ‘이익’이 되는 구조인 것이죠.
정리하자면 여행사와 포워더는 공통적으로 대량의 승객 혹은 화물을 운수업체에게 연결해주는 ‘영업대행’ 업체의 성향을 띄고 있습니다. 충분한 여객 수요와 화물 수요를 연결해주고, 동시에 관리 공수를 줄여주기 때문에 운수업체로부터 ‘운임 할인’을 받을 수 있고요.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오퍼레이션’의 가치
여행사와 포워더가 제공하는 또 다른 공통 가치는 ‘운영’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여행사는 여행객이 여행을 준비하는, 또 여행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고요. 포워더 역시 물류 서비스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응합니다.
이 돌발 상황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해보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저와 투어 일정을 함께한 여행사 가이드는 기본적으로 자유시간을 마치고 중간 기점을 출발할 때마다, 혹여나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한 승객이 없나 인원을 확인했고요. 관광지로 이동하는 중간중간 도시와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해줬고요. 지역 맛집 추천과 같은 여행객들의 궁금증에도 곧잘 답변해줬습니다.
가이드는 짧은 당일치기 여행이었지만, 수시로 발생했던 여러 변수에 대해서도 대응했는데요. 예컨대 하카타 기점을 출발하고 약 10분 뒤 한 모녀 여행객이 딸이 갑자기 아프다는 이유로 버스에서 내리는 일이 발생했고요. 여행 상품을 예약한 한 승객이 다른 여행사의 버스를 잘못 타는 이슈가 발생해서 중간에 버스를 멈추고 인원을 확인하는 소동이 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하카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가이드가 본사에서 온 것으로 추측되는 전화를 받더니요. 원래 이동하려던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 정체가 심해져서, 1시간 정도 예상 도착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안내를 하더군요. 이에 예정에 없었던 휴게소에 들를지 여행객들에게 물어보고, 잠깐 정차하기도 했고요.
여러 돌발 상황에 대해서 가이드는 자의적으로, 때때로 본사와 전화 연락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조치 사항을 논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빠른, 예상 도착시간보다 15분 정도 늦은 시간에 하카타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요. 가이드가 이야기하길 원래는 사고가 난 도로를 우회하여 이동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정체가 빠르게 풀려서 원래 가려던 도로를 그대로 탔다고 설명하더군요. 현장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이슈 대응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포워더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포워더는 물류 상품 구성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필요한 여러 서류 처리 업무를 대행하고요. 또 국제물류에서는 항만 적체, 파업, 기상 악화, 통관 담당 공무원과의 관계(!)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해 예상 도착시간이 틀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하는데요. 포워더는 여러 파트너를 통해서 이슈를 확인하여 화주사에게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합니다.
예컨대 만약 2021년 발생했던 ‘수에즈운하 좌초’처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이슈가 터져버렸다면요.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대체 노선을 수배하여 제안하는 것도 포워더의 역할이 될 수 있고요. 경우에 따라서 ‘뒷돈’까지 동원하며 빠른 업무 처리와 정시성을 지키기 위해 힘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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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운영’할 수 있는가
이러한 운영은 누구나 약간의 교육을 받으면 할 수 있는 업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많은 손이 가는 업무이기도 합니다. 여행사든 포워더든 ‘글로벌’을 무대로 활동하는데, 시차가 다른 현지 파트너들과 연락이 닿는 데만 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요. 덩달아 규모가 있는 업체라면 이러한 이슈들이 전 세계적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할 텐데, 이를 전체적으로 잘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장 운영을 ‘플랫폼’이 챙길 수 있을까요? 사실 플랫폼 또한 태생이 브로커입니다.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죠. 말인즉, 플랫폼이 막강한 트래픽과 적절한 운영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언제든 여행사나 포워더와 같은 중간 브로커와의 협력을 건너뛰고 직접 서비스 공급자와 생산자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앞서 클룩이 홍콩 본진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 상품을 공급자와 직접 제휴하여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요.
하지만 플랫폼이 중간 브로커들이 제공하는 ‘운영’의 가치를 완연히 흡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플랫폼이라고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압도적인 트래픽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충분한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운영’은 수익 이상으로 큰 비용과 위험 부담을 야기할 수 있고요. 이때는 오히려 특정 영역에서 운영 역량을 갖춘 브로커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가볍게 빠른 확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예컨대 클룩이 벳푸 가마솥지옥의 입장권을 운영기관과 제휴하여 클룩 특가에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자이후와 유후인, 벳푸 가마솥지옥을 경유하는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른 액티비티 운영기관과, 이동을 담당하는 운수업체와 협력하여 단가를 협상해야 하고, 수요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선 경쟁력 있는 여행 상품 가격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이미 지역에서 동일한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를 통한다면 빠르게 상품을 늘릴 수 있겠죠.
“이미 레저 분야에는 판매 네트워크를 형성해 놓은 회사(여행사)들이 존재하는데요. 그 회사들을 입점시키면 플랫폼이 레저 상품을 직접 소싱하지 않아도 판매하고, 거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직접 소싱하는 비용과 비교하여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전체적인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요. 단시간에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구비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클룩뿐만 아니라) 야놀자 같은 국내 플랫폼도 유사해요”
- 한 커머스 업체 마케팅 담당 임원 A씨(퇴고 중에 페북 댓글 남겨준 고마운 분)
물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물류는 기본적으로 물량의 규모가 협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자체 물량을 충분히 갖춘 화주사는 이미 자체 물류조직이든, 물류자회사든 내재화한 것이 사실이지만요. 모기업의 물량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물류노선까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고요. 앞서 말했던 ‘관계’를 기반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는 단순히 물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플랫폼에 통관 담당 공무원에게 뒷돈을 찔러주는 기능을 넣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일까요. 요즘 ‘물류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오퍼레이션’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입니다. 단순히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요. 여전히 사람이 풀어야 할 다양한 운영 역량들은 플랫폼에 하나둘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운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비용 효율성도 떨어지는 것이 맞고요. 따라서 물류 플랫폼과 중간 브로커간의 협력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물류 업계에서 ‘디지털 포워딩’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고 있고요. 마찬가지로 주선사라는 브로커가 존재하는 미들마일 화물운송 시장에서도 ‘디지털 운송’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는 오퍼레이션의 가치이고요. 앞으로 물류 플랫폼이 더 큰 성장을 위해서 나아갈 방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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