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이 떠올리는 대표적인 ‘생활물류’는 무엇인가요? 이제는 우리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은 음식배달, 택배가 떠오를 수 있을 텐데요. 그 만큼 우리 의식주 영역, 특히나 ‘의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중요한 생활물류를 꼽자면 단연 ‘세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가정에 세탁기가 있다면야, 굳이 물류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거창한 이동은 발생하지 않겠지만요. 1인 가구라면 세탁기를 두지 않는 집도 왕왕 찾아볼 수 있고요. 세탁기가 있더라도 드라이클리닝이나 수선 같은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세탁소를 방문하곤 합니다.
우리 생활 속 세탁 물류에 있어 수행 주체는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의 시간과 노동력을 들여서 세탁물을 들고 동네 세탁소나 동전 빨래방에 방문하고요. 세탁이 끝난 세탁물은 시간에 맞춰 우리가 직접 수거합니다. (물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 세탁소도 많지만, 세탁물을 맡기는 이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10여년 전 찾아온 모바일 시대, 이런 세탁 물류 서비스를 디지털 디바이스 화면에 담고자 하는 많은 기업들의 시도가 있었고요. 그 중 많은 업체들이 사라졌지만, 현재까지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 있으니 ‘세탁특공대(운영사: 워시스왓)’입니다. 세탁특공대의 2022년 매출은 262.6억원으로 전년(132.6억원) 대비 98%, 두 배 가까운 성장을 만들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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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특공대의 서비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합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서 세탁 신청을 하고, 신청 일자 밤 11시까지 세탁물을 가방이나 봉투에 담아 문 앞에 놓으면요. 세탁특공대의 물류 드라이버 네트워크가 고객 문 앞에 있는 세탁물을 새벽 7시까지 비대면 수거하고요. 이튿날 아침 7시까지 세탁이 완료된 세탁물을 고객 집 앞까지 다시 배송하는 구조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모바일 세탁소는 ‘세탁 물류 대행’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여기 더해진 디테일이 있다면 모바일을 통해서 각 의류 카테고리마다 가격표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세탁특공대가 ‘스마트팩토리’라 부르는 시설을 통해서 각 의류 특성에 맞춘 세탁 서비스, 그러니까 ‘품질’이 강조된다는 부분이 있겠습니다.
“세탁특공대는 창업할 때부터 기존 시장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탁 관점에서는 인공지능(AI)과 기계공학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었고요. 고객 분들에게 받은 세탁물들을 저희 스마트팩토리를 통해서 전부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 배송이라는 관점에서는 고객 분들이 문 앞에만 세탁물을 내어주시면 우리가 직접 방문해서 픽업하고, 이틀 뒤에 돌려드리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세탁특공대 고객들은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의 세탁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요. 창업 이후 지난 8년 동안 저희는 매년 130%, 150%씩 빠르고, 꾸준하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예상욱 세탁특공대 대표
그 중에서도 예상욱 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세탁특공대의 서비스 가치는 ‘배송 편의성’이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물류를 빼놓고는 세탁특공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예 대표의 강조사항이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물류’
하지만 세탁 물류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난이도가 높기도 합니다. 세탁 물류는 기본적으로 정방향 물류(배송)와 역물류(수거)가 결합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시간에 맞춰서 고객의 집 앞에 방문하여 세탁물을 수거, 세탁을 완료하고 다시 시간에 맞춰 세탁물을 배송하는 단순한 프로세스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물류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이렇게 하루 동안 다뤄야 할 물량이 동네 세탁소처럼 몇십 개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탁특공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만 7000개 이상의 물류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고요.
더군다나 이러한 수거 및 배송 업무를 세탁특공대가 정해놓은 한정된 타임라인 안에서 맞춰서 수행해야 합니다. 당일 수거(오후 11시~D+1일 오전 7시), D+1일 세탁, D+2일 배송(~오전 7시)이라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효율적인 물류 관리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지는 거죠.
여기 더해 세탁물이라는 화물의 특성이 다시 한 번 물류의 난이도를 높이는데요. 세탁물의 크기라는 것이 정형화하기가 어렵잖아요.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양말 같은 세탁물이 있는 반면, 부피가 큰 이불 같은 세탁물도 있고요. 별도 관리가 필요한 특수한 소재의 의류나 스니커즈와 같은 상품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세탁특공대는 이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세탁물들을, 다양한 특성을 가진 배송기사들에게 적절하게 배차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습니다. 현재 세탁특공대에는 하루 물류 업무를 담당하는 직영 ‘풀타임 드라이버’가 35~40명이 있고요. 또 언제든지 산발적으로 튀어오를 수 있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을 활용한 일반인 배송기사 ‘프리 드라이버’가 하루 100~150명, 여기 더해 운송사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아 배차 받는 드라이버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이 중 직영 풀타임 드라이버는 어느 정도 업무 내용을 통제할 수 있지만요. 세탁특공대가 하루에도 100~150명 정도 가용한다는 일반인 프리 드라이버는 ‘자가용’을 배송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적재 공간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고요. 더군다나 프리 드라이버는 산발적으로, 하고 싶은 만큼 일을 하길 원하거든요. 업무 특성과 선호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에 맞춤과 동시에 목표한 물류 품질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물량’을 배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의 한계점
이러한 세탁 물류 업무는 사실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면 충분히 사람의 힘으로 관리할 수 있겠지만요. 세탁특공대처럼 하루 7000개의 서로 다른 업무를 서로 다른 배송기사에게 매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요.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나 괴롭고,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히 세탁특공대는 배차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시스템’ 활용을 고민했고, 도입했습니다. 세탁특공대가 처음 활용했던 것은 인공지능(AI) 엔진 기반 시스템입니다. AI 엔진이 여러 수거 및 배송 담당 드라이버의 조건들을 조합하여, 최적의 물량을 할당해주는 방식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예 대표는 이 방식이 ‘실패’로 끝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연산 속도’ 때문이었는데요. 경영과학이나 물류학을 공부한 분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TSP(Traveling Salesman Problem)로 알려진 배차 문제는 경우의 수가 ‘지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탁특공대만 하더라도 할당된 업무 숫자가 7000개라면 여기에 N승을 얹힌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했던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만 연산하는데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AI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 실험을 통해 최적의 값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한데요. 한 번 연산에 1시간씩 걸리는 방식으로는,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는 예 대표의 설명입니다.
방식을 조금 바꿔볼까요?
세탁특공대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카카오내비 API와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이용하는 고객사고요. 이를 활용한 새로운 배차 방식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세탁특공대의 서비스 지역을 최대한 작은 단위로 쪼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됐던 ‘연산 속도’의 숙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인데요. 7000개의 N승이라는 경우의 수를 서비스 지역을 쪼개서 계산한다면 수백개의 N승 정도로 줄일 수 있고요. 절대적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는 못하겠지만, 한정된 지역 안에서 답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쪼개놓은 단위를 세탁특공대는 ‘섹터’라 부르는데요. 여기에는 우편번호(배송지)의 개수뿐만 아니라 지역 평균 주문량을 조합하고요. 결과적으로 한 섹터는 세탁특공대 드라이버가 보통 1~2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기준으로 구성하여, 만들어놓는다는 설명입니다.
이어서 세탁특공대는 세탁물의 ‘부피’까지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세탁특공대는 ‘웨이트’라 부르는데요. 바지, 패딩, 셔츠 등 각각의 세탁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고객이 맡긴 세탁물의 합산 웨이트를 산정하고요.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섹터 안에서 분포된 주문의 형태를 확인하고, 이를 마무리하는 데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계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탁특공대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세탁물의 부피를 계산한 이유는 그래야만 세탁물의 물성을 고려한 적절한 배차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소형차를 운행하는 프리 드라이버가 오늘은 시간이 남아 일을 많이 받고 싶을 수 있잖아요. 이 때 세탁특공대는 해당 드라이버에게 부피는 작은 세탁물 주문량이 많이 발생하는 섹터를 묶어 권역을 구성하여 할당하고요.
반대로 대형 차량을 운영하는데, 오늘따라 일을 많이 하고 싶지 않은 드라이버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해당 드라이버에게는 부피가 큰 상품을 배송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문량은 덜 나오는 섹터를 묶어서 하나의 권역으로 제안하는 방식의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우리는 통상 인접 지역의 섹터를 묶어서 권역을 구성해야만 효율이 나올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요. 시스템 운영 방법을 바꾼 뒤 이런 생각에서 완전히 탈피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거리가 다소 떨어져있는 섹터를 묶어서 권역으 구성하더라도요. 다양한 상황의 조합이 가능해지니까 드라이버의 시간당 업무 처리량은 더 좋아질 수 있었고요. 드라이버가 원하는 특성에 맞는 업무를 매칭할 수 있었기에, 우리를 다시 찾아오는 프리 드라이버의 지표인 리텐션도 40~50%까지 개선될 수 있었습니다”
- 예상욱 세탁특공대 대표
아직 시스템이 침투하지 못한 영역
결과적으로 현재 세탁특공대는 ‘배차’와 관련된 숙제는 어느 정도 풀어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요.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도 있었는데요. 바로 드라이버에게 할당된 여러 주문을 어떤 순서대로 이동할지 최적 경로를 가이드하는 ‘라우팅(Routing)’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세탁특공대는 카카오내비 길찾기 API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드라이버에게 추천 배송 경로를 가이드해봤는데요. 어느 순간 되니까 배송기사들이 추천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동선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세탁특공대는 드라이버에게 물어봤는데요. 시스템이 사람의 ‘노하우’를 포함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죠.
왜일까요? 엔지니어 출신인 예상욱 대표는 드라이버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고 하고요. 시스템의 효용을 증명하기 위해서 직접 배송 현장에 나와서, 시스템이 정해주는 라우팅대로 며칠 동안 배송 업무를 해봤다고 합니다. 그 결론은요.
“결과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사람의 노하우는 분명히 존재하고, 그 부분은 아직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한 길찾기 API 엔진은 A지역에서 B지역까지. 이 길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잘 맞다고 안내해주지만요. 사람이 판단했을 때 A와 B 사이 어디엔가 차량을 정차시킨 다음에, 남은 거리를 걸어가는 것이 빠르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목적지가 아파트단지 후문 근처에 있다면요. 굳이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후문에 차를 대고 걸어 들어가는 것이 더 빠른 게 맞거든요”
- 예상욱 세탁특공대 대표
하지만 세탁특공대는 아직 시스템이 침투하지 못한 영역 역시 장기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세탁특공대는 이미 세탁 물류와 관련한 사람의 노하우를 상당 부분 데이터화해서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했고요. 이러한 데이터를 결합한다면, 장기적으로 ‘사람의 노하우가 연결된 라우팅 솔루션’의 탄생도 꿈은 아니라고요. 앞으로 세탁 물류 시스템은 얼마나 더 진화할 수 있을까요?
※ 이번 콘텐츠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최했던 테크 컨퍼런스 <NEMO 2023>에 연사로 참가한 예상욱 세탁특공대 대표의 발표를 바탕으로 커넥터스의 관점을 담아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