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파인드샵, 루프트, 브레슈의 모습. 모든 매장 안에는 적지 않은 인파가 드나들었다. ⓒ커넥터스
사실 제가 구매한 세 가지 브랜드는 모두 무신사에 입점, 판매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면 나름 스마트(?)한 쇼루머인 저는 오프라인 샵에서 만나는 상품 가격을 온라인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무신사 검색 정도는 기본 소양이고, 동일 상품이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으면 굳이 오프라인에서 구매하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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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무신사에 제가 구매하고자 한 상품 브랜드가 입점한 것은 분명했지만요. 제가 구매하려는 것과 동일한 상품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편집샵에서 만난 다른 옷가지들도 무신사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였지만, 무신사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이 많았고요. 혹여 무신사에 동일 제품이 있더라도, 오프라인 판매 가격이 온라인보다 저렴한 경우도 왕왕 보였습니다.
온라인 공간은 정말 무한할까
무엇보다 어디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브랜드와 상품을 모아놓은 편집샵의 큐레이션은 그 자체로 저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잠깐 들러서 필요한 티셔츠만 사겠다고 생각했던 저였는데, 어느덧 무려 3시간 정도의 시간을 편집샵 탐방에만 썼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무한한 진열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온라인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시간이 무한하지 않고,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따금 무신사에 들러서 옷가지를 사곤 하는 저도, 무신사의 모든 상품을 확인하진 않습니다. 실시간 ‘랭킹’을 보고, 라이크를 표기해둔 ‘브랜드’의 신상을 확인하는 정도이고요.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구매할 뿐이죠. (누가 그러는데 요즘에는 SNL이 유행시킨 ‘무신사 냄X’ 논란 때문에 랭킹 100위권 밖 상품만 보고 구매하는 분들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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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론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비해 턱없이 한정된 진열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요. 취향이 맞는 ‘큐레이션’을 잘하는 매장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발견의 즐거움은 가히 엄청납니다. 제가 방문한 편집샵 중에서는 ‘파인드샵’이 그랬는데요. 어찌 이렇게 제 취향의 스타일만 쏙 들여놨는지! 여러 벌 둘러보고, 만져보고, 입어보고를 반복했고요. 심지어 다른 편집샵을 찾으러 나갔다가 다시 또 방문했습니다.
요컨대 오프라인 편집샵은 무한한 온라인 진열 공간을 뒤지며 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야 하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특유의 ‘큐레이션’을 통해 크게 줄여줄 수 있었고요. 온라인에서는 구매할 수 없거나, 온라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방문, 구매한 2개의 편집샵 모두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전 상품 10% 할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고요. 사이즈가 안 맞아 구매하지 못한 바람막이는 50% 할인이 붙어 판매되고 있었는데, 지금도 좀 아쉽네요.
돌아와서 서면에 들어설 예정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은 이들 편집샵들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디자인이 들어간 제품보다는 기본 흰티, 기본 슬랙스, 기본 양말을 판매하는 곳이고요.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물류 관점에서 재고관리가 쉽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흰 티셔츠는 작년에도 팔렸고, 올해도 팔릴 것이고, 내년도 팔리겠지만요. 디자인이 (빡세게) 들어간 제품은, 그 유행이 끝난다면 영원히 안 팔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신사가 대구 동성로에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 이어, 첫 번째 편집샵 매장 ‘무신사 대구’ 오픈을 준비하는 것을 생각한다면요. 언젠가 이들 로컬 편집샵과 무신사의 직접적인 경쟁도 현실화돼 다가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결국 누가 더 많은 고객들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가 오프라인에서 펼쳐질 경쟁의 승부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