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오픈은 ‘비용’ 아닌가요?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과거 쿠팡 사례에서도 보였던 숱한 미디어의 보도처럼 ‘물류센터 철수’는 컬리의 매출 감소에 따른 긴축을 의미할 수 있기에, 오히려 위기를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고요. 물류센터를 신규 오픈하는 것은 오히려 인프라 투자와 운영에 따른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물류 통폐합은 오히려 투자한 비용 이상으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컬리가 이번에 철수한 장지동 물류센터의 ‘한계’를 먼저 알 필요가 있는데요. 장지동 물류센터의 보관 공간은 상온과 냉장에 한정돼 있었고요. 냉동 상품 배송을 위해서 경기 남양주 화도에 별도의 위성 냉동창고를 운영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위성 냉동창고로 활용하려던 경기 죽전 물류센터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좌절됐죠.)
이와 같은 구조는 컬리 배송기사의 동선에 큰 비효율을 야기합니다. 컬리 고객이 상온, 냉장 상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요. 냉동 상품도 함께 장바구니에 담아서 구매하니까요. 분산된 2개의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발생함에 따라 배송기사의 이동 동선은 복잡해졌고요. 분산된 물류센터로 입고되는 간선물류 비용도 부담이 됐다는 컬리 측의 평가입니다.
또 컬리에 따르면 물류 자동화와 시스템 측면에서의 역량 증대도 운영 효율에 큰 영향을 줬는데요. 이커머스 물류업계에서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컬리의 장지동 물류센터는 별다른 자동화 설비 없이 사람의 수작업에 의존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거든요. 반면, 김포와 평택 물류센터는 모두 자동화 설비 구축을 고려하여 설계됐고요. 이로 인해 컬리는 통폐합 이후 직전해 대비 전체 물류 생산성이 약 20% 가량 향상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이번 흑자 전환은 송파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던 비효율을 정리하고, 새롭게 오픈한 평택 물류센터의 운영 효율이 함께 오르면서 만든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재작년 대비 지난해 물류 자동화율이 굉장히 올라왔고,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서 과거 2명이서 하던 일을 1.5명이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문 수요예측이 상당 부분 고도화된 것도 흑자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 컬리 관계자
물류가 ‘매출’ 상승까지 이끈다고요?
물론 물류 통폐합만으로 컬리의 ‘성장성’까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장지동 물류센터의 철수와 평택과 창원 물류센터 오픈으로 인해 안정화 시점까지 추가 비용 지출이 수반됐고요. 중장기적으로 운영 효율성이 증대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용을 절감하는 요인이지, 매출을 끌어당기는 것은 사실 다른 이야기거든요.
관련하여 컬리는 지난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의 성장과 상품 구색(Stock Keeping Units) 확장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컬리는 기존 직매입한 상품을 자사 물류센터와 배송 네트워크를 통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는데요. 지난해 3자 판매자의 입점 물량이 크게 늘어났고, 이에 따른 판매 수수료 매출 증가가 새롭게 매출에 반영됐다고 합니다. 뷰티컬리의 꾸준한 성장 또한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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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하자면 ‘매출 증가’에도 물류의 역할이 없지는 않았는데요. 컬리에 따르면 매출총이익 개선의 이유로 뷰티컬리 매출 증가, 수수료 기반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의 성장뿐만 아니라 ‘풀필먼트 서비스’ 등 신사업을 통한 추가 매출 증가도 수익성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거든요.
확인 결과 아직까지 컬리의 물류 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은 3자 판매자 물량보다는 컬리 자체 물량 처리에 집중하는 모습이긴 했지만요. 향후 컬리로 유입된 3자 판매자의 규모가 늘어난다면, 이들을 잠재고객으로 물류 서비스를 외주하는 형태의 풀필먼트 비즈니스가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은 보였습니다.
또한 앞서 컬리가 지난해 4월 동남권 물류센터를 신규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사실 컬리는 동남권 물류센터 오픈 한참 전인 2021년에도 부산, 울산 등 경상도 권역에서 샛별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거든요. 다만, 이 서비스는 배송권역 인근 물류거점의 부재로 인해서 샛별배송 주문 마감시간이 오후 11시인 수도권과 다르게 ‘오후 6시’로 설정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컬리의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출고하여 부산까지 이동하는 물리적인 추가 이동거리가 마감 시간에 반영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송 권역 인근에 상품 재고를 보관하는 창원 물류센터가 생기면서 경상도 권역에서도 수도권과 동일한 ‘오후 11시’ 주문마감 샛별배송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간선 이동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서비스 효율 증가에 따른 ‘매출 상승’까지 이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여기까지 컬리가 지난해 12월부터 무려 3개월 연속으로 EBITDA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류 관점’에서 살펴봤는데요. IT, 이커머스 업계에서 흔히 ‘물류’는 거대한 비용을 동반한다는 오명을 수반하곤 했지만요. 생각해보면 애초에 물류는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고도화됐던 비즈니스고요.
활용하기에 따라서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매출 창출’의 수단으로도 얼마든지 기용 가능하다는 것을 컬리 사례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커머스가 다룰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고객 서비스 첨단에는 ‘물류’가 있기 때문인데요. 컬리가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를 증명하며, 물류에 끼얹어진 오명을 해소해주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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