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린다고 잘 팔리는 건 아닙니다
과금 구간에 따라 제한된 쇼케이스, RFQ 사용 횟수에서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셀러가 입점 패키지를 구매하고, 알리바바닷컴에 상품을 올린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올리기만 한다고 잘 팔리지 않는 것처럼, 알리바바닷컴에서도 기본적으로 추가 노출을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한 거죠.
예컨대 기본적으로 알리바바닷컴 플랫폼 알고리즘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서 상품을 업로드 해야만 노출이 강화되고요. 알리바바닷컴 측에 따르면 높은 상품 이미지 해상도, 상세한 상품 설명, 검색 친화적인 상품명과 키워드 설정, 낮은 가격, 높은 고객 문의 응답률 등을 종합 평가하여 높은 점수를 받는 셀러에게 더 많은 노출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알리바바닷컴이 제공하는 ‘키워드 광고’ 상품을 운영하는 것도 노출 강화를 위한 선택지 중 하나인데요. 물론 입점 패키지를 구매하면 과금 구간별로 키워드 광고를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지급해주지만요. 이를 전부 소진했다면, 추가로 클릭당 과금되는 광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실제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한 셀러에 따르면 ‘입점 패키지’ 요금은 말 그대로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비용일 뿐이지, 실제 거래까지 이어질 정도로 상품을 노출하고 견적서를 받아보기 위해서는 쇼케이스, RFQ 응답, 광고에 대한 추가 비용 투자가 거의 필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알리바바닷컴의 입점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구매자에게 쇼케이스, 광고 크레딧, 바이어의 RFQ에 응답할 수 있는 권한을 일정 부분 제공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만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긴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회사가 그 주인공은 아니더군요. 알리바바닷컴은 입점 패키지를 구매한 셀러들에게 추가 광고 크레딧과 쇼케이스, RFQ 응답권을 판매하는데, 우리의 경우 이를 구매하고 나서야 조금씩 계약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셀러 A씨
중국 내수용이요? 이건 글로벌 공략용이죠!
또 한 가지. 알리바바닷컴 입점 경험이 있는 일부 셀러들은 알리바바닷컴이 중국 시장 진출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소매 시장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셀러와 직접적인 가격 경쟁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그나마 한국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붙는 ‘화장품’과 ‘식품’ 정도에서만 경쟁이 가능한 정도라고요.
실제로 제가 들은 알리바바닷컴 입점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조했던 것은 ‘중국 내수 시장’ 판매가 아니었습니다. 알리바바닷컴이 전 세계 유통업자들의 소싱처가 됐기 때문에, 중국 밖의 글로벌 바이어들을 공략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는데요. 특히 해외 바이어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한국 셀러 상품 1순위로 ‘뷰티와 퍼스널케어(Beauty & Personal Care)’를, 2순위로 ‘식음료(Food & Beverage)’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또 다른 알리바바 입점 셀러는 아래와 같이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중국의 저관여 생필품을 초저가로, 국내 5일 내 배송을 시작하면서 고통 받는 한국 판매자, 제조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셀러 대상 알리바바닷컴 입점 설명회에 참가하면 마치 ‘한국 시장은 우리가 직접 투자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이제 해외로 나가 경쟁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헌데, 한국 제조사가 해외로 나간다고 중국 공장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나요, 뭐. 결과적으로 알리바바닷컴은 한국 셀러들을 입점시켜 중국 셀러들이 갖추지 못한 뷰티, 그리고 한국산 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 외에는 쉽지 않아요. 저관여 생필품은 물론이고 중저가 전자제품 카테고리까지도 이미 중국 셀러에게 다 따라 잡혔습니다”
- 미국, 동남아,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산 잡화를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셀러 B씨
요약하자면 한국 셀러들이 알리바바닷컴을 통해서 중국 소매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고요. 그나마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바이어를 대상으로 상품을 노출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수단으로 알리바바닷컴은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국내 바이어와 커머스 셀러들 역시 오래전부터 소싱처로 알리바바닷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분명 검증됐다 볼 수 있어요.
다만, 글로벌로 나간다고 해서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한 중국 제조사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확실한 상품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는 한, 알리바바닷컴 입점 패키지로 대표되는 고정비 투자 이상의 효율을 가져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알리바바닷컴 입점 경험이 있는 셀러들의 평가였습니다.
요는 ‘개미 셀러’가 들어가서 뭘 할 만한 시장은 아니라는 건데요. 한 편에서 그나마 우위를 갖고 있었던 카테고리도 중국산 카피 제품의 범람으로 이를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뷰티와 식품 카테고리 경쟁력도 언젠가는 중국 셀러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시장에는 스치고 있었는데요. 시장의 고민은 더더욱 깊어지는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