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은 크게 국가별 수출(역직구)과 수입(직구)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BCG의 조사에 따르면 먼저 수출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 측면에서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수출 거래액 중 42%가 중국에서 나온다고 조사됐고요. 이어 유럽(18%), 미국(16%) 시장이 유의미한 수출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편 수입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은 ‘유럽’으로 조사됐습니다. BCG의 추산에 따르면 전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수입 거래액 중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했는데요. 이어서 미국(21%)과 중국(11%), 동남아시아(5%) 시장이 뒤를 잇는 모습입니다. 이중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특정 국가의 경우 전체 이커머스에서 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기에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는 BCG의 평가입니다.
물론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활성화 수치가 낮고, 이는 BCG도 인정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직구 시장은 2023년 기준 6조6819억원 규모로 조사됐는데, 이는 2023년 전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228조8607억원, 서비스 거래액 포함)의 2.9%에 불과하고요. BCG의 추산에 따르더라도 전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직구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6%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직구 시장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더 암울해지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을 고점으로 한국발 역직구 거래액은 해마다 감소하여, 2023년에는 1조6972억원 규모까지 줄어들었습니다. BCG에 따르면 관세청 자료를 기반으로 한 국가 통계는 B2B 통관을 마친 재고를 해외 현지에 선배치하고, 고객 주문에 따라 재고를 발송하는 B2B2C 수출 방법론이 포함되지 않아 과소 계상된 측면은 있지만요.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역직구 수출 거래액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는 것이 BCG의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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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의 거대한 흐름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급시장과 유럽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 중심으로 형성돼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직구와 역직구 모든 측면에서 글로벌 대비 그리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거대한 흐름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 BCG의 의견입니다. 앞으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고, 한국 역시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를 BCG는 각각 소비자, 공급자, 물류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나눠서 제시했습니다.
GenZ, 동일한 속성의 소비자들이 몰려온다
첫 번째 소비자 관점에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글로벌에서 동일 특성의 소비자 집단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Z세대(GenZ)’인데요. BCG는 일본과 미국, 인도 세 개 국가의 Z세대 소비자를 분석했는데, 이들은 서로 다른 국가에 거주하고, 인종과 소득 수준도 모두 제각각이지만요. 하나의 고객군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유사한 특징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특징은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쇼핑 여정에 ‘오프라인’은 없습니다. 쇼핑의 발견부터 결제까지, 시작과 끝이 모두 ‘온라인’으로 연결되고요. 특히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쇼핑 활동을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예로 미국 Z세대의 무려 76%는 틱톡의 뷰티 인플루언서, 리뷰 콘텐츠 등의 영향을 받고 쇼핑 여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일본과 인도의 경우도 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의 종류가 다를 뿐, 그 특성은 동일하게 발견됐습니다.
두 번째로 이들 글로벌 Z세대는 브랜드에 흔들리지 않고, 제품의 성분 등 내용물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특징이 공통적으로 발견됐습니다. 단적인 예로 Z세대는 값비싼 브랜드 화장품을 선호하기 보다는,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유익 성분을 넣어 만들어진 저렴하지만 괜찮은 ‘인디 브랜드’ 화장품 소비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CG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브랜드들이 죽어가는 모습이 발견되는데, 그 이유를 바로 이러한 Z세대의 소비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나는 Z세대의 특성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의 운영 효율을 늘리는 데 기여합니다. 왜냐하면 글로벌 Z세대를 타깃한다면 굳이 국가마다 차별화, 지역화를 하여 개별 플랫폼을 오픈하거나 사업을 전개할 이유가 없어지니까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혹자는 Z세대의 소비 특성은 Z세대 안에서 끝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요. BCG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소비 특성은 밀레니얼과 베이비부머, 그러니까 그들의 부모님 세대까지 영향을 주고 있고요. 실제 소비 전반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요컨대 이어서 설명할 ‘글로벌 원 플랫폼’을 만드는 데 Z세대가 기여한 것입니다.
글로벌 원 플랫폼의 등장
BCG가 꼽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는 앞서 설명한 수요 측면의 변화와 맞물립니다. 글로벌에서 유사한 소비 특성을 지닌 Z세대의 쇼핑 니즈를 공략하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이 등장하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건데요. 과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유통기업은 로컬 시장 공략을 위해 사업을 시작했고,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현지화를 강조했다면요. 이들 플랫폼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여 ‘글로벌 원 플랫폼’으로 기획됐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C커머스 돌풍을 만든 주역인 테무(Temu)와 쉬인(Shein)이 대표적인데요. BCG의 평가에 따르면 테무와 쉬인은 각각 아마존과 자라(ZARA)의 비즈니스를 그들보다 저렴한 초저가 상품으로 공략하면서 시장에서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전 세계를 공략하고자 한 만큼, 글로벌 시장 모두에서 구동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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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글로벌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위해서 각자 고객 대상 가치 제안을 명확하게 세웠습니다. BCG의 예시에 따르면 테무는 모기업인 핀둬둬와 마찬가지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적극 활용합니다. 쇼핑하는 중간중간 시간이 제한되는 할인정보와 쿠폰 룰렛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요. 이 때문인지, BCG에 따르면 테무에서 쇼핑하는 사용자의 평균 체류시간은 30분이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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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로 쉬인은 광저우 중국 패션 도매시장의 제조 공급망을 선점하며, 극단적인 온라인 기반 패스트패션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BCG에 따르면 자라, 유니클로, H&M과 같은 과거의 오프라인 점포 기반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6주 단위로 상품 보충을 했다면요. 쉬인은 하루 단위로 수천개의 상품을 전개하고, 또 그 중 몇 개는 바로 내일부터는 안 팔릴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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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G는 앞으로도 테무와 쉬인과 같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고요. 이들 플랫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파이를 다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중요한 주제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와중 BCG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까지 제대로 확장하지 못하는 한국 플랫폼에 대한 아쉬움도 남겼는데요. 이 부분은 김연희 대표의 이야기로 갈음합니다.
“한국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너무 한국 고객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방어적으로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트렌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한국 플랫폼도 공격적으로 본다면, 테무나 쉬인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비적인 관점보다는 조금 더 공격적인 관점으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바라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연희 BCG코리아 대표 파트너
플랫폼 부상하니, 따라온 물류
BCG가 주목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뜰 수밖에 없는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물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의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주요 종합물류기업들의 각축전이 한창이었는데요. 대형 물류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글로벌 물류망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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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는 아마존이나 쇼피, 쿠팡처럼 플랫폼이 스스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역량을 지원하기 위한 ‘물류망’을 갖추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아마존이나 쿠팡으로 대표되는 ‘물류’ 내재화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한 플랫폼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요. 쇼피처럼 ‘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물류망 확충을 향해 나아간 지 오래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굳이 한국 안에 ‘물류센터’를 오픈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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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과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운영을 위한 물류의 대안이 값비싼 특송업체를 사용하거나, 우체국 EMS의 회색지대를 이용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면요. 이제는 수출지 집화센터나 수입지 풀필먼트센터, 글로벌 통합 이커머스 물류거점을 두는 방식 등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 셀러들에게 쿠팡이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가 이러한 방식들을 종합적으로 이용하는 형태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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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달라진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부상은 제조 및 브랜드 기업의 글로벌 확장 방법 자체를 달라지게 만든다는 게 BCG의 전망입니다. BCG에 따르면 과거 국내 브랜드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은 무엇보다 시장에 다가가는 방법, 그러니까 ‘유통’에 집중했습니다. 현지에 점포를 전개한다면 어떤 방식을 사용할지, 나의 상품을 어떤 현지 유통채널의 특정 매대에 공급할지가 중요한 이슈였고요. 이는 대부분 ‘오프라인 유통망’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높은 비용 투자가 선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익분기점 돌파 역시 요원한 일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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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대에 와서 더 이상 ‘유통’을 고민할 필요는 없어졌다는 게 BCG의 설명입니다. 앞서 설명했던 ‘글로벌 원 플랫폼’의 등장으로 하나의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만으로 글로벌 여러 국가에 동시에 상품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해졌고요. 해외 판매를 지원하는 물류 서비스의 발전으로 인해서 글로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진입장벽도 낮아졌습니다. 심지어 과거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무조건 해야 했던 ‘오프라인 유통’은 이제 안 해도 되는 선택지가 돼버렸다는 것이 BCG의 평가입니다.
이에 따라 제조 및 브랜드업체가 집중해야 할 영역 또한 유통이 아니라 ‘마케팅’으로 바뀌었다는 BCG의 평가입니다. Z세대 쇼핑 여정의 처음과 끝에 ‘소셜 미디어’가 있는 만큼, 이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고요. 타깃하는 사용자에 소구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등 각 플랫폼에 맞춰 마케팅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량이 그 자체로 ‘실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해외 진출 방법에는 과거와 다르게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효율을 만들 수 있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방식의 글로벌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BCG의 평가입니다. 이미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일본 플랫폼에서는 수십~수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인디 브랜드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게 BCG의 설명인데요. 어쩌면 그 다음 주인공이 여러분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 콘텐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