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내는 이들은 분명 있겠지만
화물운송업계에 따르면 이런 배경 하에 화물맨을 탐낼 만한 기업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기본적으로 화물맨은 2023년 기준 75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만들고 있는 ‘흑자기업’이기에, 곧바로 현금 창출이 가능하고요. 만약 영업 및 운영 역량을 갖춘 운송사가 인수를 한다면 용차 수급을 통한 운영 보조 용도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특정 운송사가 화물맨을 인수한다면, 이들과 경쟁하는 운송주선사들의 정보망 이탈이 발생할 우려가 없진 않습니다. 또 영세한 운송사가 인수를 타진하기에는 화물맨의 인수가액이 너무 비싸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죠.
일례로 ‘원콜’의 경우 2022년 사모펀드 E&F가 지분 100%를 700억원에 인수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를 감안하여 산정한 원콜의 기업가치는 못해도 1400억원 이상은 될 것이라는 화물운송업계 관계자의 분석이 나오고요. 화물맨 역시 최소한 1000억원이 넘는 인수가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입니다.
“사실 일반적인 운송주선사들이 화물맨 인수를 타진하기엔 너무 덩어리가 크죠. 그렇다고 물류 대기업이 들어온다면 영업 정보 유출을 우려한 운송주선사들의 정보망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로 다른 여러 운송사의 연합체인 협회가 나서면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침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에서 자체적인 화물 정보망 구축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어차피 화물맨 같은 걸 만들려는 건데, 가격만 맞는다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 화물운송업체 대표 A씨
너무 비싸지 않겠어요?
하지만 앞서 했던 많은 이야기의 전제는 ‘가격이 맞는다면’이라는 조건이 따라붙어야 합니다. 화물맨의 2023년 매출 기준으로 봤을 때 1000억원이 넘는 기업가치로 거래가 되기 위해서는 주가매출비율(PSR, Price Sales Ratio)을 바탕으로 10~20배수 이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SR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스타트업 기업가치 평가에 주로 사용하는 지표인데, 바꿔 말한다면 화물맨 역시 높은 성장성을 증명해야 저 정도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화물맨의 사용자 숫자는 줄곧 정체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 클라우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화물맨의 월 평균 사용자 숫자는 1만8000명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애초에 정부 규제로 인해 신규 화물차주 유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계 구조를 봤을 때, 화물맨이 성장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반전을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화물맨이 한 2년여 전처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로 매각을 추진하긴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보망 비즈니스는 화물차주에게 받는 월정액이 수익의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화물차주에게 발급하는 면허 숫자는 정부 규제로 16~17만대 정도로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서비스가 아주 좋거나, 물량이 아주 많아야만 기사님을 모셔올 수 있는데요. 이건 전국24시콜화물이 워낙 막강해요. 화물맨이 중대형 화물차 네트워크 측면에선 조금 낫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비즈니스의 상방을 늘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캐시카우는 돌아가고 있으니까, 이익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기업가치를 매긴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 화물운송 플랫폼 운영사 대표 B씨
“과거에는 높은 톤수의 화물차로 나르는 고톤 짐이 꽤 있었지만, 그런 물량이 이제 중저톤으로 많이 빠졌습니다. 왜냐하면 고톤짐을 주로 나르는 화주사들은 지입계약을 통해 확보한 고정차량으로 해당 물량을 처리하는 것이 추세고요. 그래서 정보망 쪽에 올라가던 고톤짐이 꽤 많이 빠졌고, 화물맨은 거래액 측면의 타격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와중 이커머스 물량은 계속 늘어났는데, 이런 짐을 18톤, 25톤 트럭으로 나르진 않잖아요? 차주 분들도 5톤 축차를 가장 선호하고, 택배 간선만 하더라도 11톤 윙바디면 충분하거든요. 이 5톤, 11톤 물량을 전국24시콜화물이 생각보다 많이 가져갔어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전국24시콜화물로의 주문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느낌입니다”
- 화물운송 플랫폼 운영사 고위관계자 C씨
여기 더해 화물 정보망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 수요기업들의 시장을 대하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화물맨이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 받는데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장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카카오모빌리티뿐만 아니라 통신 3사(롤랩, 티맵모빌리티, LG유플러스)가 모두 진입하여 이종의 각축장이 된 화물운송 플랫폼판이었지만요. 지난 5월 KT가 물류 자회사 롤랩을 팀프레시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플랫폼 시장에서 발을 뺏고요. 이후 티맵모빌리티,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진영에서도 이렇다 할 플랫폼 사업성과가 공개되고 있진 않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구속으로, 사실상 인수합병 관련 모든 행보가 멈췄다는 평가를 받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KT는 왜 화물운송 플랫폼 운영사 롤랩을 팔았을까(feat. 팀프레시), 커넥터스]
어찌됐든 화물맨은 기왕 판다면 비싸게 플랫폼을 팔고 싶을 것이고요. 정보망을 가지고 싶은 기업이라면 가능한 싸게 인수하고 싶을 텐데요. 당장 시장에서 거론되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의 가격으로 화물맨이 매물로 나온다면, 그나마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은 ‘포티투닷’이나 ‘카카오모빌리티’ 정도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네요.
아, 마지막으로 업계 한 편에서는 2위 화물 정보망 사업자인 ‘원콜’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콜의 지분 100%는 현재 사모펀드 E&F가 소유하고 있는데요. 슬슬 이익을 실현하러 움직일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이것도 업계에선 워낙 유명한 이야기지만, E&F의 뒷배엔 SK가 있습니다. 티맵화물엔 없는 화물차주 앱을 ‘원콜’에 대한 간접 투자를 통해 확보하고자 했다는 게 화물운송 업계에 퍼져있는 소문인데요. 여의치 않은 시장 분위기를 봤을 때, 앞으로 원콜이 어디로 넘어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왜 대기업들은 다시 한 번 미들마일 운송시장에 뛰어들까(feat. 화물맨), 커넥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