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풀필먼트 시장에서 ‘자동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GTP(Goods to Person) 형태의 대규모 자동화 설비는 신세계나 롯데와 같은 ‘공룡’이라 불리던 유통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면요. 2020년대 들어서는 쿠팡과 네이버를 막론한 3대 이커머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주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모두가 ‘물류 자동화’에 뛰어든 지 오래이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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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쿠팡은 2022년 무인 로봇을 포함한 첨단 자동화 설비가 들어선 10만평 규모 대구 풀필먼트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고요. 네이버는 직접 물류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네이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대행하는 CJ대한통운, 파스토 등 파트너 물류기업들이 속속 물류센터에 로봇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무신사와 CJ올리브영, 컬리 같은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동화에 매진하고 있음은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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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여전히 ‘물류 자동화’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문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물류 자동화를 선행했던 기업들이 모두 괜찮은 효율을 증명한 것은 아닌데요. 이에 따라서 단순히 자동화를 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자동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물류업계에는 따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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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커넥터스는 국내 3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과 SSG닷컴의 풀필먼트 담당 임원과 네이버 풀필먼트 파트너 물류기업 대표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풀필먼트 자동화’에 대한 견해를 지난 24일 열린 <비엑스 테크 밋업>에서 물었습니다. 이 세 명 역시 ‘자동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정리하여 독자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쿠팡 : 자동화에 앞서 고민할 것
먼저 쿠팡에서 풀필먼트센터 디자인을 맡고 있는 박지원 시니어 디렉터에게 요즘 눈여겨 보는 자동화 트렌드는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그는 신규 오픈하는 쿠팡 풀필먼트센터에 들어설 자동화 설비와 시스템, 프로세스를 통합 구축하여 운영팀에게 인수인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 전까지는 로켓프레시 등 물류 기반 서비스 론칭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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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시니어 디렉터는 “자동화 설비 도입은 무조건 필요하나, 언제 필요할지 도입 시기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자동화 설비는 결국 비용 절감과 물류 처리 능력 향상으로 설명되는 ‘운영 효율’ 증대를 위해 들어서는 것인데요. 운영 효율 증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물량과 처리능력(Capacity)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예컨대 컨베이어와 같은 고정형 자동화 설비는 물류 처리능력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시켜 버리는 특성이 있는데요. 충분한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설비를 도입한다면, 이는 제대로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고 ROI(Return on Investment)를 달성하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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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리 능력이 제약되는 고정형 설비보다는 변동성이 큰 이커머스 물량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설비 도입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는데요. 비단 DAS(Digital Assorting System)나 DPS(Digital Picking System) 같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더라도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확인한 다음, 현장 운영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장비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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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 자동화보다 중요한 ‘소통’
다음으로 SSG닷컴 영업본부에서 FC(Fulfillment Center)를 담당하는 류제인 상무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는 “현시점 출고 프로세스는 대부분 자동화가 돼있고, 당연히 몇백억~몇천억원을 투자한 자동화는 좋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렇게 설치한 자동화를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지 고민하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시점 SSG닷컴의 출고 프로세스는 대부분 자동화가 잘 돼있기에 주문을 처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요. 자동화 설비가 활약하지 못하는 ‘음영 지역’은 존재하고,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예컨대 자동화 설비가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서는 물동량이 프로모션 영향으로 밀려온다면, 결국 사람 작업자가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고요. 또 출고와 다르게 ‘입고’ 프로세스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다는 평가인데요. 작업 병목으로 적치 작업을 진행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물동량이 몰려온다면 자동화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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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동화의 음영 지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소통’이 된다는 것이 류 상무의 강조사항이었습니다. 영업 조직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마케팅 계획에 따라 향후 물류센터에 입고될 물량의 규모와 물성을 물류 조직이 공유 받을 수 있어야 하고요. 물류 조직 역시 현재 풀필먼트 처리 현황과 수용력을 영업 조직에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요예측’이 이러한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람이 많은 것을 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결국 ‘소통’이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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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타카 : 풀필먼트의 ‘병렬 처리’를 고민할 때
마지막으로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의 일원이자 도착보장 솔루션 물류 파트너 기업 테크타카의 양수영 대표에게도 자동화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양 대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측면의 자동화를 강조했습니다. 하드웨어 이전에 소프트웨어가 들어서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로 대표되는 화주사가 기존 사용하던 시스템과도 연동이 돼야만 운영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요. 이를 기반으로 자동화 설비를 포함한 물류 현장의 ‘최적화’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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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에 따르면 비록 로봇이 물류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지만요. 상품 형태를 구분하는 비전과 무게 인식 등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이 고도화된다면, 자동화 설비들이 작업자의 중간 스캔 포인트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특히 양 대표는 현재 풀필먼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GPU의 ‘병렬 처리’에 비유했습니다. 하나의 운송장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현재의 물류센터 운영 구조가 마치 CPU의 작업 방식과 유사하다면요. 앞으로는 물류센터 안에서도 사람과 기계 프로세스가 공존하며 여러 작업을 병렬 처리하여, 보다 정확하고 빠른 속도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풀필먼트 서비스가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양 대표의 예시에 따르면 기존에 1톤 화물차 한 대는 150~300개의 물량을 싣고 고객 목적지까지 순차적으로 배송했는데요. 이렇게 한다면 경로 초입에 있는 누군가는 오후 1시에 상품을 받겠지만, 경로 끝에 있는 누군가는 오후 7시가 넘어서 상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배송 현장에 1톤 화물차에 더해 동시다발적으로 소규모 물량을 처리하는 자가용 플렉스 배송인을 투입한다면 어떨까요? 양 대표는 이를 일종의 ‘병렬 처리’라 봤는데요. 결과적으로 고객 하나하나를 향한는 배송 리드타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풀필먼트의 병렬 처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시스템’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양 대표의 강조사항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물류 서비스만 아웃소싱해주는 3PL(3자물류)이 아니라요. 고객 화주사가 입점한 다양한 판매채널별로 어떻게 재고를 분배하고, 또 부족한 재고를 어느 시기에 어떤 물류센터로 발주할지 가이드하는 일종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서비스가 포함된 4PL(4자물류) 서비스로 풀필먼트가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