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는 미묘합니다. 위기가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그렇다고 완전히 어둡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대신 분명해진 것은 하나입니다. 2026년은 더 이상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를 묻기보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가늠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커넥터스 클럽에서 오간 이야기들도 이 지점에 닿아 있었습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감지되는 성장 둔화 조짐, 일부 캠프의 구조조정과 운영 효율화 움직임, 입점 셀러와 파트너 생태계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까지. 이 신호들은 쿠팡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검증된 성장 서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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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이 균열이 곧바로 기회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물류 얼라이언스, 파트너십, 서비스 고도화 실험들은 일정 부분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그것만으로 판을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2026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의 속도와 가격, 규모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전략은 여전히 높은 비용과 낮은 성공 확률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6년의 선택은 보다 노골적으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는 여전히 ‘쿠팡과의 경쟁 구도’ 안에서 살아남는 길을 찾는 선택입니다. 일정 수준의 배송 경험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대형 브랜드와 일부 셀러, 중견 플랫폼에게는 여전히 현실적인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물류 서비스 기업 역시, 구색 확장성에 한계가 있더라도 쿠팡의 서비스 기준을 일정 부분 따라가는 선택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얼라이언스 구조가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입니다.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최소한 경쟁 테이블에 앉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역할은 계속 요구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애초에 그 경쟁 구도 바깥에서 게임을 다시 정의하는 선택입니다. 쿠팡이 잘하는 것을 따라가기보다, 쿠팡이 구조적으로 하기 어려운 영역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특정 세대·취향·라이프스타일에 깊이 파고드는 버티컬 커머스, 콘텐츠 기반 커머스, 커뮤니티 중심 모델, 글로벌 연계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선택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비교 불가능한 기준’을 만들어낼 여지는 남깁니다.
이런 맥락에서 물류기업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해외 플랫폼과 채널 연동은 물론, 단순한 물류 대행을 넘어 마케팅 에이전시·유통 파트너와 결합한 부가서비스 설계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물류 운영 효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물량이 발생하는 지점’에 먼저 개입하려는 시도들입니다. 한편에서는 판매와 운영 역량을 갖춘 브랜드 기업이 직접 3자 물류 사업까지 확장하는 흐름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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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 클럽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많은 실무자들이 2026년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성장 목표보다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먼저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업을 접을지, 어떤 고객을 포기할지, 어떤 경쟁에는 들어가지 않을지를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다음 선택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유됐습니다. 이는 2025년을 통과하며 얻은 학습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AI입니다. 다만 2026년의 AI는 거창한 선언의 영역이 아니라, 매우 미시적인 실무의 영역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콘텐츠 제작, 운영 의사결정 보조, 내부 생산성 개선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축적 효과가 큰 영역에서 말입니다. AI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되겠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같은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하게 만드는 도구’로 기능할 것입니다. 이 역시 2026년이 확장의 해라기보다는, 구조를 다시 짜는 해에 가깝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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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6년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로 압축됩니다. 우리는 쿠팡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쿠팡 이전의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 2025년 한 해 동안 반복해서 읽힌 커넥터스 콘텐츠의 질문들은, 이 물음에 대한 예고편에 가까웠습니다.
이 글의 제목처럼, 우리는 아직 ‘쿠팡 이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이후를 묻는 질문들이 이미 현장 곳곳에서 쌓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각자의 2026년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2025년을 잘 버텨낸 이들에게, 2026년은 다시 한번 선택을 요구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더 빠른 답보다, 덜 후회할 선택을 고민해야 할 시간입니다. 커넥터스는 그 선택의 순간마다, 언제나 질문을 먼저 던지는 콘텐츠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