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간접 네트워크 효과의 역전입니다. 플랫폼은 판매자가 많을수록 구매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고 믿었습니다. 더 많은 상품 선택권(Selection)이 소비자에게 더 큰 효용을 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권은 때때로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상품 속에서 탐색 비용이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유석 교수는 배달 앱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배달 앱에서 마라탕을 검색하면 서울 기준으로 100개가 넘는 가게가 쏟아집니다. 선택지가 많다고 소비자가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디서 시켜야 하지’라는 피로감이 앞섭니다. 이커머스도 같습니다.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수천 개의 유사 상품이 등장하는 순간, 플랫폼은 소비자의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존재가 아니라 늘리는 존재가 됩니다.
세 번째, 규모의 경제 달성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본래 플랫폼은 초기 개발비와 셀러 및 고객 유입 등에 사용하는 운영 및 마케팅 비용이 막대하게 들지만요. 어느 정도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이 비용들이 분산돼 수익성이 증가하게 되는 ‘규모의 경제’를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그것이 이제는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물류를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두드러집니다. 순수 디지털 플랫폼과 달리, 실제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플랫폼은 물리적 제약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비가 오는 날에는 통상 음식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데요. 상대적으로 운행하러 나오는 배달 라이더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성숙기의 승자 조건: 효율에서 큐레이션으로
이유석 교수는 결론을 이렇게 맺었습니다. 성숙기에는 효율이 아니라 ‘차별화’가 경쟁 우위를 만든다고요. 그리고 그 차별화의 핵심은 ‘큐레이션’입니다. 정보의 양보다 질, 더 많은 상품보다 나에게 맞는 상품.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이제 선택지가 아니라 답입니다. 수천 개의 검색 결과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한 가지. 그걸 골라주는 능력이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그러자면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취향과 맥락을 이해하는 편집자’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 데이터 기반의 머천다이징, 플랫폼이 직접 판단하고 제안하는 큐레이션. 이것이 성숙기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입니다.
큐레이션은 단순히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상품 선택이 아닙니다. 탐색비용을 낮추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며,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쌓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그리고 이 큐레이션 능력은 규모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해당 카테고리에 대한 깊은 이해,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그리고 플랫폼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한 편에서 내수 성장이 막힌 플랫폼에게 남은 또 하나의 선택지는 해외 시장입니다. 이유석 교수와 함께 발제를 맡았던 장윤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서비스산업팀장은 현재 K커머스의 해외 진출 흐름을 짚었습니다. 종합몰보다는 CJ올리브영, 무신사, 컬리 등 버티컬 플랫폼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요. 관심 지역은 물류 접근성이 높은 일본·동남아·중국과 최대 수요 시장인 북미가 중심입니다. 한류라는 문화적 자산이 K소비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고, 역직구 니즈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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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글로벌 유통망 입점 수수료, 국제운송과 현지 풀필먼트·라스트마일 비용, 마케팅 비용, 그리고 미국의 소액면세 폐지 등 갖가지 규제 장벽이 겹치면서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적 딜레마가 많은 기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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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지점에서 “매출은 늘었지만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짚었습니다. 시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