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케팅 행사에 가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형 AI 검색 최적화입니다. 네이버, 구글 같은 포털 검색 상위에 우리 브랜드와 서비스 관련 키워드를 올리는 것이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였다면, 이제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AI의 답변에 우리 브랜드와 서비스가 긍정적으로 담기게 하는 작업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만큼 GEO 역량을 내세우는 마케팅 대행사와 솔루션 회사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피처링이 주최한 소셜 마케팅 컨퍼런스 <FUTURING 26>의 연단에 오른 브이캣도 그중 하나입니다. 원래 AI로 마케팅 소재를 자동으로 만드는 솔루션을 운영하던 이 회사는, 요즘 시장 조사부터 광고 운영, GEO까지 마케팅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로 묶는 데 힘을 쏟고 있거든요.
정범진 브이캣 대표에 따르면 브이캣은 현재 SSG닷컴을 비롯한 여러 대형 커머스·금융 기업의 GEO를 테스트하고 있는데요. 이들 기업이 쌓아둔 콘텐츠의 85% 이상을 AI가 아예 가져가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깔아둔 보안 시스템이 AI의 접근을 막고 있거나, 콘텐츠가 AI가 읽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AI가 가져가는 건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나 블로그에 올린 보도자료 정도이고, 정작 상품 콘텐츠 대부분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정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사이트를 AI가 읽기 좋은 구조로 고치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는 많은 GEO 솔루션들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한데요. 문제는 AI가 어떤 기준으로 질문에 답하는지 공개되지 않았고, 답변 알고리즘조차 시시각각 바뀐다는 점입니다. 바뀔 때마다 사람이 사이트를 다시 뜯어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브이캣이 택한 해법은 GEO마저 AI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기업의 사이트는 그대로 두고, 그 앞에 일종의 ‘AI 전용 안내 데스크’를 세우는 방식인데요. 사람이 들어오면 원래 사이트를 보여주고, AI가 들어오면 AI가 읽기 좋게 정리한 버전을 건네는 식입니다.
이 데스크 뒤에서는 브이캣의 자체 AI 모델이 사람들이 AI에게 그 기업과 서비스에 대해 물을 법한 질문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답을 콘텐츠로 계속 채워 넣습니다. AI의 노출 기준이 바뀐 것 같다면 질문과 답도 다시 맞추고요. 사람이 매번 하던 대응을 에이전트가 쉬지 않고 대신 돌리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의 처방은 의외로 소박했습니다. 우리 브랜드와 관련된 질문을 40~50개쯤 준비해 두고, 챗GPT와 제미나이에 계속 물어보며 어떤 답이 나오는지 확인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답에 우리 이름이 오르도록 콘텐츠를 꾸준히 쌓으라고요. 정 대표는 이 시장을 ‘스노우볼’에 빗댔습니다. 콘텐츠라는 눈덩이를 굴리면 굴릴수록 AI가 그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답변에 우리 브랜드의 이름이 오르는 일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남들이 안 할 때부터 꾸준히 ‘콘텐츠’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검색엔진은 인지도로 답합니다. 탑 브랜드는 알아서 검색에 잘 걸리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는 키워드를 사서 노출하면 되죠. 그런데 AI는 다릅니다. 탑 브랜드라고 유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키워드 몇 개가 아니라, 저마다의 복잡한 상황을 담아 질문하거든요. AI는 그 맥락에 맞는 답을 찾고, 그 답을 미리 잘 준비해 둔 콘텐츠가 선택받습니다”
- 정범진 브이캣 대표
물류 GEO는 어떤가요?
콘텐츠를 쌓는 것이 GEO의 해법이라는 정 대표의 주장을 들으면서, 저는 ’물류업계라면 GEO가 의외로 쉬울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류기업은 B2B 서비스를 다루는 만큼 전통적으로 영업 조직이 강합니다. 반면 대중과의 접점을 다루는 마케팅이나 홍보 조직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힘이 약한 경우가 많은데요. 마케팅 조직이 없으니 ‘콘텐츠’를 쌓을 사람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중소 물류기업 중에는 ‘홈페이지’조차 없는 곳이 흔하고요.
그런데 GEO 관점에서는 이게 오히려 큰 기회가 됩니다. 아무도 콘텐츠를 쌓지 않았다는 건, AI가 참고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의 재료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거든요. 바꿔 말하면 먼저 GEO 작업을 시작한 쪽이 AI 노출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뷰티 브랜드에서 일하는 물류 담당 실무자가 AI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해봅시다. “뷰티 브랜드인데 네이버 N배송 입점을 고민 중이야. 단가가 괜찮고 당일 출고에 문제없는 물류 파트너사를 추천해 줘. 일본과 미국 시장에도 대응 가능하면 좋겠어”
이 질문에 답할 재료가 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는 지금 세상에 몇 개 없을 겁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리뷰와 비교 콘텐츠를 쏟아내는 커머스 시장과 달리, 물류는 이런 콘텐츠가 거의 비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질문에 우리 회사와 서비스가 답으로 나오기 시작한다면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영업이 되는,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