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저가 제공하는 로켓설치 서비스 안내. 하우저는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쿠팡
하지만 쿠팡이 언제고 3PL업체와의 협력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쿠팡이 보기에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과감히 기존 협력하던 3PL업체의 영역으로 직접 진출합니다. 하나의 예로 쿠팡이 2020년 시작했다고 알려진 ‘제주 로켓배송’의 경우 사실 그 이전부터 지역 물류업체와 협력을 통해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쿠팡이 제주도에 배송거점 ‘캠프’를 연 것이 2020년인데, 이에 따라 이전 협력하던 물류업체가 할 일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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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어난 여러 사례들을 봤을 때 쿠팡이 한진에서 물량을 빼낸다는 것은, 쿠팡이 직접 물류를 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기존 한진이 처리하던 로켓배송 지역의 주문 규모와 밀집도가 만들어졌다면, 굳이 그 이익을 한진에 공유하긴 쿠팡 입장에선 왜인지 아까울 수 있습니다. 쿠팡도 택배회사(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있고 거점 인프라(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있는데 자기가 하고 말죠.
쿠팡은 ‘제국주의’ 물류를 하고 있습니다. 3PL업체를 통해 연결을 병행하긴 하지만, 언제든 효율이 나온다면 직접 물류를 내재화합니다. 당연히 한진도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한진의 눈앞에 다가온 ‘물량’은 달콤했고, 회사 안에서는 적대적 공생 속에서 언제 다가올지 모를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존을 닮은 쿠팡의 제국주의
쿠팡의 제국주의 물류는 아마존을 닮았습니다. 아마존은 2006년 FBA(Fulfillment By Amazon)를 론칭하고 창고 네트워크에 3자 입점 판매자의 물량을 유입시키면서, 본격적으로 3자 물류센터 운영사들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쿠팡처럼 처음부터 배송을 내재화하진 않았지만, 쿠팡보다 먼저 물류센터를 입점 판매자에게 공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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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아마존의 경쟁전선은 ‘라스트마일 물류’, 그러니까 택배 영역까지 확장합니다. 아마존은 2014년 미국 택배업체 요델앤콜리스프라이브(Yodel&Colis Prive)의 지분 25%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USPS, UPS, 페덱스(FedEx)와 같은 기존 아마존과 협력하던 택배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의 횡포(?)에 분노한 페덱스는 급기야 아마존과 계약을 해지하며, 아마존과 경쟁하는 유통사에 빠른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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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가요. 아마존은 2021년 기준 전미에서 가장 큰 택배 물동량을 만드는 업체가 됐습니다. CS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아마존은 연간 84억개의 택배 물동을 날랐습니다. 같은 기간 물류업체인 USPS가 69억개, UPS가 53억개, 페덱스가 42억개의 택배 물동을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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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아마존은 직접물류와 3PL을 병행하고 있지만, 3PL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기는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CSA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1년 84억개의 택배 물동량 중 57%(48억개)를 직접물류 서비스 ‘아마존로지스틱스’를 통해 배송했습니다. 아마존이 직접 처리하는 물동량만 보더라도 이미 페덱스를 넘어 전미 3위를 자신할 수 있으며, 성장세를 본다면 올해는 이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아마존은 해상운송, 항공운송 등 글로벌 물류까지 아우르는 영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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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어떤가요. 이미 하루 수백만개가 넘는 물동량을 처리하는 쿠팡은 한국 택배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뒤를 추격하며 국내 2위 택배사를 자부해도 될 만큼의 규모를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쿠팡과 협력하고 있는 3자 물류회사들은 존재하지만, 이들이 과연 쿠팡과의 영원한 공생을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언젠가 제국에 흡수되거나 버림받지 않길 바라는 한 편에서는 쿠팡 제국에 반하는 연합군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LFR(LaaS Front Runners) 생각이 났다면 그거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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