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준 오픈서베이의 조사를 보면 고객이 특정 쇼핑몰을 이용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백하게 나타난다. 이렇듯 상품 구매의 이유를 만드는 ‘이미지’를 선점해야 CLV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송상화 교수의 조언이다. ⓒ송상화, 오픈서베이 데이터 가공
CAC에 투하되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특별히 광고나 마케팅에 돈을 태우지 않더라도 ‘고객’이 지속적으로 채널에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사례처럼 ‘물류’는 CAC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촉매 중 하나입니다. 물류망을 갖추는 데 어마어마한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투자가 장기적으로 막대한 충성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면 상품 판매에 당연히 들어갔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쿠팡이 그것을 이미 증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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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쿠팡이 되진 못하잖아요?
하지만 여기서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압도적 물류 경쟁력이 CAC를 낮출 수 있다고 쳐보죠. 하지만 그 경쟁력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수익까지 얻기 위해선 앞으로 수년간 수조원 상당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면요? 누구도 쉽게 성공이 담보되지도 않은 이런 도전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송상화 교수가 조언하는 것은 다시 한 번 고객이 특정 이커머스 서비스를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첫 번째’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물류 역량을 뾰족하게 강화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쿠팡의 초기 로켓배송 카테고리는 반복구매가 일어나는 생필품, 속칭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에 집중돼서 마련됐습니다. FMCG의 경우 필요한 상품을 목적을 가지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에 ‘빠른 배송’이 CAC를 떨어뜨리는 데 주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쿠팡에서 구매한다면 내일 아침에 도착할 것이라는 고객의 믿음이 우리를 다른 플랫폼과의 비교조차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처럼요.
이 이미지를 빼앗고 싶다면 투자하는 것이 맞습니다. FMCG라는 카테고리에 선택과 집중을 하여 ‘빠른 물류’ 역량을 강화하는 네이버가 대표적인 예시죠. 다만 차별점은 필요할 것입니다. 네이버가 단순히 빠른 물류 역량 강화 이상으로 솔루션 이용 판매자들의 ‘데이터 주권’을 강조한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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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택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역량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송 교수는 미국의 유통업체 타깃(Target)을 예로 들었는데요. 타깃은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 매장망을 활용한 ‘퀵커머스’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이미 갖춘 매장망에 보유한 재고를 통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로컬 단위로 구축한 것인데요. 도심 외곽의 대형 창고를 바탕으로 물류 인프라를 설계한 아마존이 고객 접점 최전방에 있는 타깃 매장 이상으로 도심 창고를 새로 만드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게 송 교수의 평가입니다.
송 교수에 따르면 타깃의 사례의 경우 물류 관점에서 중요한 역량은 특정 지역의 고객 선호를 반영하여 매장에 상품 구색을 비치하는 것(Assortment)입니다. 아무래도 매장을 물류망으로 활용한다면 협소한 공간 특성상 충분한 고객의 상품 선택권(Selection)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만약 고객이 원하지 않은 상품 재고를 매장에 비치한다면 이는 심각한 매출 타격까지 이어질 수 있겠죠. 결국 적정한 재고를 매장에 분류, 보충하는 물류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평가입니다. 결국 타깃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아마존과 독립적인 ‘물류’ 역량을 강화한 셈이죠.
한국에서도 이러한 고객 접점의 마이크로 물류망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업체는 많습니다. 얼마 전 ‘종합물류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한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운영하는 B마트가 대표적이고요. 요기요와 자본 동맹을 맺고 슈퍼마켓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퀵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 GS리테일이 또 있습니다. 이마트 역시 온라인 전용 대형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기존 방향을 잠시 멈추고, 최근 매장망을 활용한 물류 역량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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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고객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첫 번째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우리 채널을 소구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나아가 물류 또한 그 메시지에 맞춘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게 송 교수의 강조사항입니다. 바로 여기서 전통적인 비용 절감의 물류와는 다른 새로운 문법의 물류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여러분의 채널을 고객이 첫 번째로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송상화 교수의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리테일의 경쟁력은 크게 ‘저렴한 가격(Price)’, ‘다양한 선택권(Large Selection)’, ‘편의성(Convenience)’ 세 가지로 요약 가능합니다. 결국 리테일 업체의 고객은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을 더욱 편리하게 구매하고 싶어하니까요. 하지만 이 세 가지 가치를 모두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질적으로 업체들은 가격과 선택권, 편의성 측면의 가치 중 일부를 포기하고 강조하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죠.
제가 요즘 몇몇 이커머스 업체에 자문하면서 늘 하는 말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서비스가 고객의 ‘첫번째 선택’을 받는 이유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집에서 생수를 구매한다면 언제나 첫 번째 선택은 ‘코스트코’였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쿠팡으로 바뀌었습니다. 쿠팡의 탐사수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생수와 가격은 비슷한데, 무료 배송까지 해줬거든요. 그런데 또 아주 특화된 물을 먹고 싶은 사람들은 저와 다르게 ‘컬리’에 첫 번째로 방문할 수도 있겠죠.
이커머스 세상은 일단 매장에 방문하면 여러 상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오프라인 채널’과 다르게 후방효과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커머스 채널에 방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방문한 고객들이 원하는 바에 맞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물류는 ‘단골고객’을 만들고자 하는 이커머스의 니즈에 맞춰서 변화해야 합니다. 온라인은 팝업스토어를 하나 열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알아서 노출되고, 대량 판매하고 빠질 수 있는 오프라인과 다릅니다. 온라인은 지속적으로 고객을 획득해야 하고, 거기에 비용을 계속해서 투하합니다. 그렇기에 온라인 채널은 비용 절감보다 충성고객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이 큽니다.
물류 서비스를 하는 우리의 흔한 착각은 계속해서 ‘원가’를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물류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정작 저렴한 배송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원가를 생각하면 지속하기 어려운 물류가 CAC를 낮추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