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진출한 전세계 마켓플레이스 리스트. 특히 아마존은 북미와 일본,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커머스 플랫폼임을 자부하고 있다. ⓒAmazon
동시에 아마존은 전 세계 생산기지가 모여 있는 ‘아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싱을 위한 조직 ‘AGS(Amazon Global Selling)’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AGS는 글로벌에 전개한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판매할 ‘글로벌 셀러’를 발굴하고, 아마존 입점을 유도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인도, 동남아시아(싱가포르) 등지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가 진출하지 않은 ‘한국’, 2019년 마켓플레이스를 철수한 ‘중국’에서도 아마존의 판매자 영입 조직은 가동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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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확장의 시작점 ‘마켓플레이스’
아마존은 전 세계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판매자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범국가적인 연결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바로 아마존이 1999년 처음 시작한 ‘마켓플레이스’입니다.
잠깐 설명 드리자면 아마존은 공급자의 상품을 매입하고 웃돈을 올려 판매하는 ‘리테일’ 비즈니스로 사업을 시작했고 성장했지만요. 최근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 기준 아마존 거래액의 58%가 3자 판매자에서 발생할 정도로 마켓플레이스의 역할이 커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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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픈마켓’이라 부르기도 하는 마켓플레이스는 아마존의 디지털 매대를 판매자들에게 빌려주는 모델입니다. 아마존의 상품을 아마존의 물류망을 태워 배송했던 리테일 사업과 다르게, 상품 재고 관리와 물류 운영의 주체가 3자 판매자에게 이관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아마존은 물류 운영비용 부담 없이 보다 다양한 상품구색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파는 온라인 점포(Everything Store)를 구축하기 이르렀습니다.
아마존의 글로벌 영토 확장 역시 바로 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판매자가 아마존에 입점하는 것이 시작점이고요. 현지 소비자의 주문 발생 이후 특정 국가 도착지까지 물류는 특송업체를 이용하든, 우체국을 사용하든, 3자 물류업체에 업무 처리를 위탁하든 판매자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아마존은 배송시간과 품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줄 뿐이죠. 이러한 모델을 아마존은 ‘MFN(Merchant Fulfilled Network)’이라 부릅니다.
MFN은 아마존이 빠르게 ‘글로벌 상품구색’을 확장하는 방법이 됐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 관점에서 마켓플레이스가 갖는 태생적인 한계는 여전했죠. 국제물류가 따라가는 특성상 빠르다는 항공운송으로 상품을 발송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최소 3~7일 이상은 걸렸고요. 혹여 판매자의 재고 결품, 주문후 제작 같은 이슈가 겹친다면 배송시간은 아무도 모르는 미궁 속으로 빠졌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이 글로벌 판매자에게 권장하는 방법이 있으니 ‘FBA(Fulfillment By Amazon)’입니다. 아마존이 자사 상품 주문 처리를 위해 구축한 물류 인프라와 시스템을 3자 판매자에게 공유하는 방식인데요. 판매자가 현지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까지만 상품을 입고하면, 이후 고객 주문에 따른 모든 응대를 아마존이 대신 맡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아마존의 빠른 물류망을 바탕으로 서비스 품질을 올릴 수 있는 편익이 있지만, 쉽지 않은 글로벌 체화재고 관리에 대한 고민이 남는 만큼 장단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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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많은 글로벌 판매자들은 아마존에서 일정 규모 이상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FBA 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 이유는 아마존의 사업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장 전 세계 2억명이 넘는다는 아마존프라임 유료 회원들은 아마존의 ‘빠른 무료 배송’ 때문에 멤버십에 가입한 것이고요. 리드타임이 긴 국제물류가 수반되는 상품으로는 프라임 멤버십 회원의 검색 필터에조차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짠 이 방법은 한국에서 쿠팡과 네이버에 의해 재편돼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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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연결하는 ‘풀필먼트’
더욱이 아마존은 ‘풀필먼트’를 판매자들의 마켓 확장 수단으로 적극 권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마존은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MFN을 통했다면 상품 판매가 일어나는 모든 유럽 국가 소비자까지의 물류를 판매자가 직접 처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요. FBA를 이용한다면 몇몇 유럽 거점국가에 재고를 보관하여, 유럽 전역 대상 빠른 배송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마존은 유럽 전자상거래 1위 플랫폼으로,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거대한 매출 규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을 제외하고 유럽에 범국가적인 이커머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쟁사는 없고요. 따라서 글로벌 판매자가 여러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 확장을 생각한다면 ‘아마존’만한 선택지는 없습니다.
특히 FBA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1~2개 유럽 거점국가 물류센터에 물량을 입고시키기만 하면, 이후 유럽 전역에 거주하는 고객 배송은 아마존이 맡아 진행합니다. 이런 편의성을 바탕으로 판매자들은 더욱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 아마존글로벌셀링 코리아 관계자
심지어 아마존은 아마존이 마켓플레이스를 오픈하지 않은 국가까지의 시장 확장도 FBA를 이용하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 호주 FBA를 이용하는 판매자라면, FBA 수출(Export)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바다 건너 인접 국가인 ‘뉴질랜드’ 소비자에게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요. 아마존 싱가포르 FBA를 이용하는 판매자라면 인접한 ‘말레이시아’ 소비자까지도 배송, 반품, CS 걱정 없이 판로를 확장할 수 있다 합니다. 아마존은 이런 시장 확장 프로그램 사용에 별도 추가 수수료를 받지도 않는다고요.
“호주와 뉴질랜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처럼 하나의 국가뿐만 아니라 근접한 다른 국가까지 아마존은 배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존에서 마켓플레이스 확장을 고려하는 판매자 분들은 국가 단위로 공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권역을 기준으로 해외진출 전략을 짜길 권해 드립니다”
- 아마존글로벌셀링 코리아 관계자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아마존이 글로벌 단위의 물류 역량을 내재화했기 때문입니다. 재고의 소유주는 판매자이지만, 물류센터 안에서 발생하는 재고의 이동과 재배치 등 운영관리는 아마존이 직접 수행합니다. 그렇게 이동하는 재고의 흐름을 최적화할 수 있는 데이터의 수집, 관리 또한 아마존이 직접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진행합니다. 이제는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육상운송, 항공운송, 해상운송과 관련한 다양한 운송 네트워크도 아마존이 직접 통제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아마존의 풀필먼트는 글로벌 단위의 다양한 상품 구색을 확장함과 동시에 높은 서비스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상품 보관과 물류처리에 따른 부가 수익을 만드는 하나의 통합 물류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예로 FBA는 ‘MCF(멀티채널 풀필먼트)’라는 이름으로 아마존이 아닌 쇼핑몰 대상의 물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판매자 입장에서는 아마존 풀필먼트 하나를 통해 현지에서 운영하는 자사몰을 비롯한 여타 인근 국가 글로벌 이커머스 판매채널에서 발생하는 고객 주문 처리 및 배송 운영까지 가능한 것입니다.
시나리오 써 볼까요?
생각해볼까요. 아마존은 이미 한국과 초근접한 국가 ‘일본’에서 지배적 커머스 사업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에 따르면 아마존재팬 월방문자 숫자는 5억7000만명에 달하고요. 방문자수와 총 상품판매량 기준으로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 1위를 자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역시 아마존의 물류센터 네트워크가 구축됐음은 물론이고요. 이 물류센터 안에는 FBA를 이용하는 다양한 국가 글로벌 판매자의 상품이 들어찼습니다.
인접 국가로 확장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하나둘 오픈하고 있는 아마존을 봤을 때, 언제고 한국을 겨냥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아마존과 사업 제휴를 체결한 11번가를 통해 대리전을 수행하고 있지만요. 11번가를 통해 얻은, 아니 그 이전부터 전 세계 아마존에서 직구하던 한국 소비자의 선호 상품 데이터를 바탕으로 때가 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시장에 침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 아마존이 해결해야 할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출입 물류가 수반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특성상 범국가적 시장 확장은 각 국가의 정책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수출을 지원하는 FBA 익스포트 프로그램 역시 뉴질랜드가 수입 반입을 금지하거나 별도의 인증을 요구하는 물품이 있다면 원활한 물적 이동이 어렵다는 게 아마존의 설명입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인 크로스보더 물류의 관부가세 장벽 역시 아마존이 넘어야 할 숙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직접 한국에 마켓플레이스를 열고 진출하는 길은 어떨까요? 허무맹랑한 소리일 수 있지만, 아마존의 ‘싱가포르’ 진출에서 의미심장한 부분을 찾았습니다. 아마존은 2019년 말 동남아시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마켓플레이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전자상거래 이용이 활발하고, 좁은 국토 면적으로 물류망 구축이 용이하다는 특성이 있어 직접 진출에 용이하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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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싱가포르 마켓플레이스 진출을 결정한 또 하나의 요인이 있는데요. 당시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아마존 직구가 발생하는 국가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 오픈 전부터 싱가포르 안에 그들의 ‘충성고객’이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아마존에서 직구하고 있을까요? 아마존이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아서 알 수는 없습니다만, 2018년까지 아마존닷컴에 한국주소가 기입된 아이디로 접속하면 아래와 같은 배너가 자동으로 노출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