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달의민족 커머스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배달의민족의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 사업 ‘배민스토어’에서 관측되는데요. 음식배달을 넘어선 본격적인 커머스 외연 확장을 준비하는 한편, 높은 물류 운영비용을 상각하는 지속가능성 측면의 시도가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로컬 상점’들의 배민스토어 입점을 받고 있고요. 오는 4월 말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를 시작으로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간 배민스토어에는 물류 역량을 갖춘 중대형 브랜드 및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로 입점했는데요. 이제 물류 역량이 따로 없는 동네 상점들도 본격적으로 배민스토어에 입점하여 빠른 물류를 연계해서 상품을 팔 수 있게 된 것이죠. 어쩌면 당근마켓의 로컬 커머스 ‘비즈프로필’ 영역을 배민이 본격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데, 두 1위 플랫폼의 서비스 비교는 아래 콘텐츠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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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스토어는 사실 그동안 ‘확장성’ 측면에서 제약이 존재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입점 조건으로 ‘빠른 물류’ 역량을 갖춰야 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아래 커넥터스가 취재했던 이마트24 사례처럼 자체적으로 도심창고(Micro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하고, 여기 배달망을 연결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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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큰 퀵커머스 물류망을 갖춰야 하는 특성상 그간 배민스토어에는 자연히 규모가 있는, 그러니까 비용 감당이 가능한 대형 프랜차이즈나 브랜드 업체들이 중심으로 들어섰고요. 사실 중대형 업체를 보더라도 퀵커머스 물류 역량을 내재화한 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확장성엔 당연한 제약이 따랐습니다.
퀵커머스 ‘확장’을 위한 전초전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스토어’를 더 많은 이들에게 확장하고 싶은, 확장해야 하는 당위가 충분했습니다. 배민스토어 이전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라는 이름의 직매입 유통 형태의 퀵커머스 서비스를 이미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도심창고 구축과 운영, 재고관리와 이에 연결되는 물류망 관리까지 플랫폼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컨대 애초에 도심 창고를 기반으로 ‘배송권역’이 제약되는 B마트 특성상 지역 확장을 위해서는 물류센터 구축과 부동산 임차료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고요. 더군다나 물류의 숙명처럼 B마트가 들어서는 많은 곳에서는 ‘민원’ 이슈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는 돈이 있더라도 서비스 범위를 늘리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슈로 돌아왔습니다. 여기 더해 B마트 침투 지역마다 따라오는 ‘골목상권 침탈 이슈’는 말해 뭣할까요. B마트가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철수와 재진입을 반복한 데는 이런 복잡한 배경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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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스토어는 그런 관점에서 B마트가 져야하는 확장성의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해줄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안 팔리고 사장되거나 폐기 위험에 놓일 수도 있는 골치 아픈 재고관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요. 입점 사업자가 매장이든, 물류센터든 알아서 물류 처리를 위한 공간을 들고 배민스토어에 입점하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탈’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요컨대 배민스토어는 깔끔하게 ‘트래픽’ 권력을 바탕으로 입점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지극히 플랫폼스러운 비즈니스 모델이고요. 직접 물류 운영을 하지 않기에 배민스토어의 수익성은 B마트보다 높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뭔가 익숙하다면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등이 활용하던 오픈마켓의 구조가 여기 보이는 게 맞죠.
하지만 말이죠. 배민스토어는 오픈마켓의 태생적 한계인 ‘서비스 품질의 표준화가 어렵다는 특징’ 역시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네이버쇼핑에서 주문한 상품이 내일 올지, 내일모래 올지 모르는 것처럼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여러 업체들의 주문마감시간, 배달 타임라인은 업체마다 다르고요. 배달의민족이라는 단일 플랫폼에서 주문을 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품질은 제각각인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때 등장하는 ‘풀필먼트’
흔한 타임라인을 이야기하자면 이럴 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흔히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풀필먼트’입니다. 쿠팡이 로켓그로스라 이름 붙이고, 최근 2022년 3, 4분기 쿠팡 흑자 전환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로 그 비즈니스 모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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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필먼트는 운영주체에 따라 그 단어가 포괄하는 범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흔히 아마존의 용처를 따라서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3자 판매자에게 플랫폼이 내재화한 물류망과 시스템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간 플랫폼에게 비용이었던 ‘물류’는 마치 물류업체의 그것처럼 수익모델로 변신하고요. 앞서 이야기했던 마켓플레이스의 날뛰는 고객 서비스 경험을 플랫폼의 물류망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표준화할 수 있죠. 직접 물류의 숙제였던 수익성도 개선하고, 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으니 물류망을 내재화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는 굳이 안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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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이 4월부터 공개할 배민스토어의 로컬 확장 버전은 바로 이 ‘풀필먼트’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로컬 퀵커머스 특성상 물류센터에 재고를 보관해두고 시작하는 일반적인 풀필먼트의 개념과는 디테일이 다릅니다. 배민스토어 입점 사장님이 이미 갖춘 ‘매장’이 물류센터가 되고요. 이미 갖춘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고객에게 판매하는 재고가 돼 배달의민족 플랫폼에 노출됩니다. 그리고 여기까진 기존 배민스토어와 크게 다를 것이 없죠.
4월부터 벌어질 변화가 있다면 이제 배민스토어 입점사가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운영하는 ‘이륜차 라이더 배달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배민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은 상품 카테고리마다 다른 1.8~8.8%의 중개수수료와 3% 내외의 결제수수료를 배달의민족에 내고요. 이와 별도로 6000원의 물류비를 추가 부담해야 합니다. 이 물류비 중에서 일부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설정 가능하죠. 그러니까 배민스토어 고객부담 물류비는 입점 사업자의 설정에 따라서 0원~6000원까지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