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로켓그로스 이용 판매자에게 ‘판매자로켓(구 제트배송)’이라는 이름의 뱃지를 달아준다. ⓒ쿠팡 캡처
네이버의 ‘도착보장’ 역시 솔루션 사용 기업의 ‘매출 증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로켓그로스와 동일하게 도착보장 이용 브랜드 및 판매자 대상으로 ‘도착보장’ 뱃지를 부여하고요. 네이버 쇼핑윈도우와 같은 기존 노출 구좌뿐만 아니라 도착보장 상품을 모아놓은 전용관을 마련하여 해당 상품의 노출을 강화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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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배민스토어’나 ‘배민1’에 입점하는 3자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판매 수수료와 별도로 최대 6000원(고객부담 배송비로 분담 설정 가능)의 물류비를 받는데요. 여기서는 3자 판매자들이 배민스토어나 배민1에 입점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들은 물류 때문이 아니라요. 하나라도 더 많은 노출 구좌를 확보하여, 매출을 느리기 위해서 이 서비스에 입점합니다. 배달의민족에 이미 입점하여 알아서 물류를 처리하고 있는 음식점이 굳이 배민1에 추가 입점을 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쿠팡과 네이버,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물류 서비스는 모두 ‘물류’를 바탕으로 하지만 다른 영역의 가치가 녹아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물류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세 업체 모두가 고객 전방의 거대한 노출 권력을 갖추고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가치입니다.
여기 또 다른 디지털 역량이 결합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쿠팡은 풀필먼트를 이용하는 업체들에게 ‘광고’, ‘고객 데이터 서베이’ 등 부가적으로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여, 유료 판매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역시 NFA 플랫폼에 수요예측과 같은 다양한 부가 솔루션을 결합시키고자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유료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물류 서비스를 판매하지만, 물류 이상의 부가가치를 제안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류기업의 위기 대응 키워드
안타깝게도 이는 물류만 운영하는 3자 물류업체들은 만들기 어려운 문법입니다. 물류기업들이 당장 전방 고객 트래픽을 스스로 창출하고 싶어도, 결코 쉽지 않고요. 애초에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추구했던 물류의 문법과, 전방 고객의 수요 창출을 위해 힘쓰는 유통의 문법은 다릅니다. 조직의 체질이 다르기에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자 유통으로 확장한 물류기업의 사례는 꽤나 많았지만, 성공한 사례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순수 물류기업은 어떻게 이미 본격화된 이종산업의 침공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고객 대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제가 여기서 제시하는 키워드는 첫 번째는 ‘연합군’이고요. 두 번째는 ‘온디맨드 물류’입니다.
먼저 연합군이란 물류기업이 만들 수 있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대표되는 ‘오퍼레이션의 가치’를 중심으로 고객에게 부가가치를 얹을 수 있는 다양한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예컨대 순수 물류기업 한진은 전방 트래픽을 만드는 네이버, 11번가를 대상으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IT 솔루션 측면의 부가가치를 얹을 수 있는 카페24와는 글로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의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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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류기업이 단순히 종전처럼 여러 화주사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화주사의 니즈가 다양하게 관측되는 만큼 다양한 전문 서비스 구색을 확충할 필요가 있고요. 그것을 한 그릇에 담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물류기업에게 부족한 서비스 영역이 있다면, 버티컬 물류 서비스 업체와의 협력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CJ대한통운은 2023년 3월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O-NE)’를 출시하며, 그 안에 지금까지 쿠팡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만든 모든 물류 역량을 담았습니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배송’, 내일 오전 7시까지 도착하는 ‘새벽배송’, 오늘 안에 받는 ‘당일배송’, 일요일에도 오는 ‘일요일 배송’이 그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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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기존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와 네트워크 특성상 쉽게 구축하기 어려운 ‘당일배송’의 경우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체인로지스, 중앙일보M&P와 같은 당일배송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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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을 형성하고 있는 물류기업들의 다음 목표는 ‘온디맨드 물류’입니다. 연합군으로 구축한 여러 분화된 물류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서 이커머스 화주사들이 취사선택하기 용이한 구조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하나의 물류 시스템에서 지역별로, 카테고리별로, 상품별로 익일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N시간 배송으로 나갈 물동량을 쪼개서 출고 지시할 수 있는 형태가 여기서 구현될 수 있겠고요. 이를 위해서는 연합군내 서로 다른 회사들의 다양한 주문관리, 물류관리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하는 숙제가 선행돼야 합니다.
아직까지 이 단계까지 도달한 국내 물류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데요. 바꿔 말하면 여기서 앞으로 주도권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전방 트래픽을 갖춘 모든 플랫폼들이 쿠팡처럼 물류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데요. 이때 디지털화를 통해 다양한 버티컬 물류 서비스를 담아낸 온디맨드 물류 역량을 갖춘 물류업체가 있다면, 새로운 플랫폼 화주사와 연합 전선을 선점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