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구로페이를 네이버페이와 연결하여 지역화폐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QR코드로 결제 가능한 매장 이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게 이번 협력의 취지인데요. 네이버페이와 대구은행 양사는 특히 기존 삼성페이 이용이 제약됐던 아이폰 사용자의 대구로페이 결제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동시에 네이버페이의 마케팅 지원 사격도 시작됩니다. 네이버페이를 대구로페이에 연동해 결제하면 기존 대구로페이 충전 7% 할인에 더해서, 네이버페이 포인트 랜덤 뽑기 혜택을 제공하고요. 또 대구 내 네이버페이 QR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에 홍보물을 배포해 대구로페이 이용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그거 말고, ‘실물 카드’ 어디 갔냐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취재에 응한 대구 시민들은 이번 대구로페이의 네이버페이 현장 결제 연동에 대한 반응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네이버페이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기 보다는, 기존부터 있었던 대구로페이에 대한 불만에 가까웠는데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대구 지역화폐의 ‘특수성’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 인천을 포함하여 많은 지역화폐는 ‘실물 카드’와 연동하여 발급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구로페이처럼 네이버페이와 연동하여 QR코드 결제를 하지 않더라도요. 발급받은 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하여 마치 체크카드처럼 대부분의 지역 오프인 매장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특히 모바일 QR코드 결제가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는 이 카드 결제 방식이 훨씬 사용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런데 대구로페이는 ‘실물 카드’가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있었던 것이 폐지된 것인데요. 대구로페이는 지난해 7월 대구행복페이의 후신으로 등장한 서비스인데, 변화 과정에서 실물카드 제도는 폐지됐고 지역화폐 사용과 충전은 전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동시에 지역화폐 충전 할인율은 10%에서 7%로 줄었고요. 대신 모바일 카드의 최대한도는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물론 대구시는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과 장애인 대상으로는 지역화폐와 연동되는 실물 카드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약자의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인데요. 하지만 여기 해당하지 않는 연령층의 불만은 여전했고요. 실물 카드가 폐지되면서 아예 지역화폐 이용을 포기한 대구 시민도 취재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로페이에) 네이버페이 현장 결제가 추가된다고 할지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왜 대구로페이 지역화폐의 실물 카드 서비스를 없앴냐는 거죠. 애초에 기존 대구행복페이 때처럼 실물 카드 서비스를 하면 이런 불편이 없었을 것 아닙니까”
- 대구로페이를 이용하고 있는 대구 시민 A씨
“대구로페이는 실물 카드가 없다 보니, 삼성페이 이용자가 아니라면 사실상 현장결제는 거의 불가능했어요. 대구로페이 가맹점 중 현장 QR 결제가 가능한 비율이 5~10% 정도라는데, 체감상 거의 결제 가능한 곳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실물 카드 폐지 때문에 가장 큰 불편을 겪은 건 중장년층이에요. 실물 카드가 가장 익숙하면서 편한 결제 수단인데 이게 한순간에 사라졌거든요. 발급도, 충전도 불편하고요.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어르신이더라도, ‘삼성페이’까지 유연하게 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니 다들 혼란에 빠졌죠. 지역화폐 어떻게 쓰라는 거냐고요”
- 대구로페이를 이용하고 있는 대구 시민 B씨
실제로 실물 카드 폐지 이후 대구로페이의 이용률은 굉장히 저조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대구 MBC 보도에 따르면 대구로페이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난해 7월 지역화폐 충전액은 754억367만원이었지만요. 사용액은 328억7600만원으로 43.6%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최근까지도 대구 지역 온라인 정책 민원 플랫폼에는 대구로페이의 실물카드 제도 부활을 요구하는 제안들이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고요. 수백여개의 공감을 받는 글들도 왕왕 보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대구시가 실물 카드를 재발급할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커넥터스는 대구시로부터 지역화폐와 연동된 실물 카드 폐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는데요. 요약하면 ‘지역화폐’ 발급과 관련한 예산 부족과 더불어, 향후 대구 지역 내 ‘디지털 상거래’ 환경 강화를 위한 방향이라는 설명입니다.
“대구로페이는 디지털로 변화한 상거래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모바일 형태로 새롭게 전환됐습니다. 1월 기준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은 5000여개로, 네이버페이와 연동시 훨씬 많은 매장에서 QR 현장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실물 카드 폐지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실물 카드를 생산하고, 이를 오프라인에서 접수 및 발급하는 데에는 추가 예산이 투입됩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러한 부대 비용을 절약해야 시민이 지역화폐를 구입하고, 소비하는 금액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또 실물 카드를 만들 때 드는 플라스틱을 줄인다는 점에서 ESG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구로페이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원활한 현장결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대구로페이 가맹사인 BC카드가 애플페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만큼 향후 애플페이를 포함한 다양한 결제 시스템 연동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대구시 관계자
갑분 공공배달앱 ‘대구로’ 특혜 논란
와중에 대구 지역 음식배달 업계 한 편에서는 뜬금 ‘특혜’ 논란이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대구시의 지역화폐 연동 실물 카드 폐지 정책이 대구시 공공배달앱 ‘대구로’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인데요. 갑자기 ‘대구로’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지 대구 지역 음식배달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렇습니다.
“거래처인 동네 음식점 사장님들께 여쭤보면요. 대구로페이의 사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중장년층은 주로 동네 가게나 시장에서 현장 결제를 할 때 사용하고요. 청년층 아래로는 공공배달앱 대구로와 연결해 배달 주문에 쓴다고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대구로페이 실물 카드가 무용지물이 됐잖아요. 그러니 대구로페이 사용처는 어디가 되겠습니까? 자연스럽게 대구로로 흘러 들어가지 않을까요? 그래서 동네 사장님들이나 배달대행사들에서는 대부분 대구로페이 모바일 전환의 최대 수혜자로 ‘대구로’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몰아주기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어요”
-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활동하는 배달 라이더 C씨
“대구로는 더 이상 배달앱으로만 보긴 어려운 서비스가 됐습니다. 대구시에서도 ‘대구형 생활플랫폼’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배달 및 포장 기능 외에도 택시호출, 전통시장 장보기, 꽃배달, 전자/가전몰, 음식점 예약, 시내버스 운행정보 열람 기능까지 추가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구로페이를 오프라인에서 활용할 길이 막막해진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지역화폐 결제 연동이 편리한 대구로 앱을 찾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대구시에서 배달 플랫폼 현장 영업 담당자로 일하는 D씨
실제 대구로의 운영 실적은 대구 지역화폐의 실물 카드가 폐지된 지난해 7월부터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대구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로의 주문량은 6월까지 13만건대였는데요. 실물 카드가 폐지된 7월 주문량은 23만건으로 무려 전월 대비 76% 급성장했고요. 11월까지 추이를 보더라도 21만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