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데 쿠팡 로켓배송 진출로 도계읍에서도 빠른 배송 수령이 가능해졌고요. 실제로 확인해보니 로켓프레시 불가 등 상품 구색 제한과 D+2일 배송이 섞여있는 등의 속도 제약은 있었지만, 내일까지 오는 로켓배송은 도계읍에서도 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쿠팡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도계읍의 고객 주문 건수는 5000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쿠팡은 읍면동 단위까지 계속해서 로켓배송 서비스 권역을 전국 음영 지역까지 확장하겠다는 방침이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제주도 우도 로켓배송 물류 과정 공개, 쿠팡 뉴스룸]
산간벽지가 물류 사각지대가 된 이유
이커머스 물류 실무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상식이 하나 있는데요. 배송 효율은 고객 주문 규모와 밀집도가 결정한다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커머스 기업 입장에서 ‘산간벽지’는 물류 서비스 강화 대상에서 한참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이유를 풀어보자면, 산간벽지는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이커머스 수요가 작고요. 이커머스 수요가 작다는 것은 택배 노동자에게 할당해줄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택배 노동자는 대부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배송 건당 임금으로 돈을 버는데요.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물량이 없다면, 노동자를 수급하는 데 애로사항이 꽃필 수 있겠죠? 그래서 택배업체들은 통상 배송 권역별로 건당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지방의 경우 건당 지급 임금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죠.
[함께 보면 좋아요! :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평균 연소득 6937만원의 진실, 바이라인네트워크]
두 번째로 인구 밀집도 역시 산간벽지는 대도시의 그것과 비교가 안 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 숫자는 5133만명인데요. 이중 50.6%인 2601만명이 국토의 11.8% 수준인 수도권(서울 939만명, 인천 300만명, 경기 1363만명)에 몰려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에서 경상북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치도인 강원도의 인구수는 153만명으로 면적 기준으로는 30%도 안 되는 광주광역시 인구수 142만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죠.
밀집도가 높다는 것은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 안에 배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택배차량은 더욱 넓은 권역에서 많은 목적지를 방문해야 한다는 뜻이고요. 택배차량의 시간당 배송 처리량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이 또한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건당 비용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연결됩니다.
요컨대 산간벽지는 규모와 밀집도 모든 측면에서 물류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상대적으로 높은 물류비 부담으로 인해서 이커머스 기업들은 도서산간 배송에 따른 추가 물류비를 소비자에게 수취하곤 했습니다. 산간벽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같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비용은 더 많이 내고, 오히려 서비스 품질은 왕왕 망가지기 마련이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함께 보면 좋아요! : 36년 전 정읍, 버스 물류와 배송 사각지대, 커넥터스]
쿠팡의 노림수, ‘사회 기여’의 의미
사실 쿠팡에게도 이러한 기본 원리는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굳이 물류 효율과 수익성을 만들기 어려운 산간벽지까지 로켓배송 서비스를 확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커넥터스는 먼저 쿠팡 측에 그 이유를 물었는데요. “수익성을 의도했다기보다는 물류 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사회 기여 측면에서 확장을 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사회 기여’는 쿠팡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수일지 모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 정치색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재정 및 행정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소외된 지방 권역에 들어서는 민간 기업의 빠른 배송 서비스는 이러한 정부 지원과 연결되기에 궁합이 꽤 좋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지원금뿐만 아니라, 정부 및 지자체 관계 형성 측면에서 쿠팡의 영향력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각국에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미 정부의 아마존 고소, 국정감사 앞둔 ‘쿠팡’에 미칠 영향, 커넥터스]
이번 쿠팡의 산간벽지 진출 행보는 플랫폼이 사회의 공통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규제 방어 논리 구축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한 수가 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가칭)’만 하더라도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다면, 그 이상의 비용을 쿠팡이 부담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다양한 의견 수렴해야, 전자신문]
생각보다 ‘물류 효율’은 괜찮을 지도요?
또 산간벽지라고 해서 배송 서비스의 효율을 전혀 만들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몰려 거주하는 지역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요. 거주 밀집도가 높은 지역으로 배송 권역을 제한하여, 배송지의 밀도를 높이는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커넥터스 콘텐츠에서 소개했던 경상남도 진주 공장을 기점으로 반찬, 샐러드, 새벽배송을 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 ‘현관앞마켓’이 한 예시가 될 것 같은데요. 이 업체는 경상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모든 상품을 ‘새벽배송’으로 전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요. 배송인에게 지급하는 새벽배송 건당 비용은 평균 1000원, 경상남도 진주의 경우 850원 수준으로 통제하며 전체 서비스 흑자 운영을 하고 있었거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1000원도 안 되는 비용에 ‘새벽배송’ 만든 하이퍼로컬 물류망의 비밀, 커넥터스]
아울러 산간벽지 지역 주민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택배 서비스 품질이 열악하기 때문에요. 상대적으로 높은 물류 품질은 그 자체로 커머스 업체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주문 창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현관앞마켓의 경우에도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들어가지 않은 지역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고객 재구매율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하는데요.
쿠팡 역시 공식적으로 거주 인구 숫자의 절반 이상의 한 달 주문량을 만들어낸 삼척시 도계읍 사례처럼요.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한 주문 수를 만들고, 이커머스 주문을 전부 확보해버리는 그림을 만들 수 있다면요. 생각보다 물류 효율 측면에서도 지방 진출은 나쁘지 않은 수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택배’ 통일을 위한 한 걸음일까
사실 쿠팡의 경우 오랫동안 배송 지역 확장 방법론이 명확했습니다. 서울 및 5대 광역시로 대표되는 주문 규모와 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직접 고용한 배송인력 쿠팡친구를 통해 ‘직접 배송’하고요. 5대 광역시 외에 주문 규모와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은 한진, CJ대한통운 등 택배사 아웃소싱을 병행하며 물량을 처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