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지난해 10월 파나마운하에 찾아온 1950년 이후 최악의 가뭄과 엘리뇨 현상이 병목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파나마운하 당국은 몇 달 동안 일일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수를 줄이기로 결정했고요. 함께 겹친 수에즈운하 이슈로 북미 동안으로 진입하려는 선박이 서안으로 우회함에 따라서 파나마운하 정체는 심화되며 운임 상승 요인이 됐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위기는 일시적인 상황에 그칠지 모릅니다. 배성훈 삼성SDS 물류MI그룹장은 SCM서밋 발표를 통해서 “파나마 운하만 본다면 4~5월 우기가 오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더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며 “(팬데믹 시기 발주한) 대규모 신조 선박 인도로 인한 공급 과잉이 여전하기 때문에 (해상운임 하락에)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해상운임 역시 급락하진 않겠지만, 2분기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삼성SDS의 예측이었고요.
하지만 여전히 운임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는 불확실한 위협은 있습니다. 배 그룹장은 “홍해 리스크는 처음 발표됐을 때까지만 해도 일찍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만약 이란이나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참전하며 현재의 국지전이 전면전이 된다면 국제 유가에도 변동이 클 것이기에 이 부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올해 12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기에 이 부분도 유심히 봐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고요.
정리하자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가중시켰던 코로나19가 잠잠해졌다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시시각각 발생하는 국지적인 위기와 강대국의 무역 정책 변화로 말미암은 이슈는 여전히 언제 공급망에 혼란을 끼칠지 모르는 위협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기업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급작스러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데이터 기반 ‘대체 항로’를 제시할 수 있다면
SCM서밋에서 소개된 포스코그룹 물류 자회사 포스코플로우의 사례가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요. 포스코플로우가 양대 운하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대체 항로’ 제시였고요. 사실 이건 모든 기업이 다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포스코플로우는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운임과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주는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파나마운하 사례인데요. 파나마운하의 경우 운영 당국이 모든 선박의 통행을 금지한 것은 아니거든요. 포스코플로우에 따르면 선박별로 입찰을 하여 높은 비용을 낸 선박부터 먼저 파나마운하 통과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하고요. 따라서 어느 정도 운임 증가를 감수한다면 파나마운하 통과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운임이 증가하는 것은 파나마운하를 우회하는 대체항로를 선택하더라도 마찬가지인데요. 다만 대체항로를 선택할 경우 운임 증가는 물론 최종 이동거리가 증가함에 따라서 납기까지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에 포스코플로우는 우선 화주 고객사별로 ‘용인이 가능한 납기’를 조사하여 대체항로 제시를 위한 첫 번째 분석 요인으로 반영했고요. 두 번째 분석 요인으로 항로별 운임을 파악했습니다. 여기에 특정 항구의 체선 여부와 같은 실시간 항로별 지연 및 비용 발생 요인들을 더해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경우와 대체항로를 이용하는 경우의 ‘전체 비용’을 분석했고요. 결과적으로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것과 비교하여 속도는 다소 늦어지지만, 운임은 저렴한 대체항로를 화주 고객사에 제안하여 수십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포스코플로우는 수에즈운하의 경우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체항로를 제안했는데요. 수에즈운하는 민간 선박들을 향한 반군의 피격이 이슈가 돼서 대체항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마찬가지로 반군의 피격이라는 위협을 감수할 수 있다면, 수에즈운하를 그대로 통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포스코플로우는 홍해에서 발생하는 피격 위협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고요. 이스라엘, 미국, 영국, 서유럽 국가 선박 순으로 피격 위험이 높다고 파악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플로우는 선주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수에즈운하를 통과할지 통항 의지를 물었고요. 여기에 앞서 파나마운하 사례와 마찬가지로 납기와 비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선박별로 최적 항로를 제안하여 전체적인 비용과 위험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 ‘중개’를 넘어서
김기연 포스코플로우 리더에 따르면 이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주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시간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취합하여 전달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주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플로우에 따르면 단순히 엄청나게 많은 물류 데이터는 고객사에게 큰 의미가 없고요. 이를 가치 있게 정제하여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 강조사항이었습니다.
“데이터는 그냥 데이터입니다. 불확실한 데이터의 과잉은 오히려 고객사의 항로 선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은 비용 상승, 납기 지연, 서비스 품질 악화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겠죠.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노이즈를 차단하고, 진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정보로 고객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물류업과 각 이슈 발생 상황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선결돼야 하고요. 여기 더해 물류 정보에 대한 실시간 가시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가시성을 바탕으로 필요 데이터를 식별하고 수집하여 선별, 분석해 고가치 정보로 바꾸고 그 고가치 정보를 바탕으로 핵심 지표와 가이드를 만들어서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합니다“
- 김기연 포스코플로우 리더, SCM서밋
권오경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불확실성이 일상처럼 다가오는 요즘과 같은 시기, 그 대응책을 ‘플랫폼 기반 물류 비즈니스’에서 찾았습니다. 다만 권 교수가 바라는 플랫폼의 역할은 단순히 물류 서비스의 수요자인 화주사와 물류 서비스의 공급자인 포워더를 연결하는 데 그치진 않았습니다. 실시간 물류 가시성 제공,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다이나믹 라우팅 제공, 시시각각 바뀌는 국제 규제에 따른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위험에 대한 조기 알림을 제공하는 등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플랫폼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요.
오늘 소개한 포스코플로우의 방법론은 권 교수가 제안한 방법 중 하나인 ‘다이나믹 라우팅’의 한 사례로 중개를 넘어서 지능화로 나아가는 플랫폼의 순기능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독자 여러분의 물류는 불확실성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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