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쿠팡의 성장 독주를 만들었나
쿠팡이 설명하는 거대한 성장의 이유는 한결 같습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CEO의 이번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상품 구색(Selection)과 낮은 가격(Price), 서비스(Service) 전반에 걸쳐서 기존 시장에 존재하던 상충관계(Trade-off)를 깨고, 고객 경험을 끌어올렸고요.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성은 물론 잉여 현금흐름 창출 기반까지 만들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커넥터스의 콘텐츠에서 자세히 소개한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콘텐츠를 함께 보면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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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김범석 CEO는 “쿠팡의 성과는 당장 최근 몇 분기 사이 특별한 무엇인가를 해서 이룩한 결과가 아니”라며 “지난 수년 동안 쿠팡이 상품 구색과 낮은 가격, 높은 서비스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고객 만족을 위해 이니셔티브(Initiative, 주도권)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성과로 돌아온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김범석 CEO가 꼽은 이니셔티브의 대표적인 예시는 직매입과 물류센터, 배송망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 전에 없던 서비스 ‘로켓배송’을 만든 것인데요. 쿠팡은 로켓배송의 성공 이후에도 경쟁 구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자 계속해서 새벽배송,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로켓그로스(FLC, Fulfillment&Logistics By Coupang)와 같은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재차 투자했다는 게 김범석 CEO의 설명입니다.
특히 쿠팡이 최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이니셔티브는 단연 ‘로켓그로스’인데요. 쿠팡은 로켓그로스를 통해서 고객의 빠른 배송 상품 선택권을 확대함으로, 4분기 고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일으켰다고 평가했고요. 4분기 로켓그로스 물량(Volume)은 전년 대비 두 배 늘었고, 로켓그로스를 사용하는 판매자(Merchant)의 숫자도 80% 늘어났다고 쿠팡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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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번 2023년 4분기 1400만명으로 멤버십 회원수가 늘어난 ‘로켓와우’는 쿠팡의 분절된 각 서비스를 연결하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쿠팡이츠 같은 경우 지난해 2분기 최대 10%의 로켓와우 멤버십 할인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주문량이 매달 두 배씩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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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CEO에 따르면 이렇게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쿠팡의 본진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고객 참여 또한 많아진다는 평가고요. 이와 유사하게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별도 이용료 없이 제공되는 쿠팡플레이 이용이 많아질수록, 해당 고객의 쿠팡 참여도가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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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쿠팡은 그동안 확장한 이니셔티브의 성공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제 그간 구축해온 기술과 프로세스, 규모와 지식을 활용하여 점진적으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습니다. 쿠팡은 의미 있는 규모에 도달하고,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투자합니다. 투자의 각 단계에서 확실한 증거를 찾으며,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종료합니다. 다만 강한 신호가 나타난다면 주저하지 않고 추가 투자를 합니다”
- 김범석 쿠팡 CEO, 2023년 4분기 쿠팡 IR
쿠팡의 당면 이니셔티브 ‘글로벌’
쿠팡이 바로 지금 집중하고 있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는 ‘글로벌’입니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그로스를 바탕으로 한 빠른 배송 상품 구색 확장 전략은 2024년에도 계속될 것이지만요. 일정 규모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시장은 ‘대만 사업’에서 찾았습니다.
그 이유는 대만 시장의 ‘잠재력’이 입증됐기 때문인데요. 김범석 CEO에 따르면 2022년 대만에서 로켓배송 및 직구 기반 사업을 출시한 이후 대만 시장 고객 숫자와 수익은 지난 2분기에만 두 배 이상 증가했고요. 대만 사업이 포함된 쿠팡 성장사업 부문의 2023년 4분기 매출은 2억7300만달러로 전년 동기(1억3300만달러) 대비 105%(고정환율 기준 102%), 직전 3분기 대비 25.5%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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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쿠팡은 대만 사업에서 만든 성과가 한국 시장에서 로켓배송을 출시한 이후의 성과보다 빠르고, 그렇기에 한국보다 빠르게 대만에서 ‘수익성’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비췄고요. 쿠팡이 이미 한국에서 구축하고 증명해온 기술과 노하우, 운영 프로세스가 대만 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릴 촉매가 될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이번 쿠팡의 4분기 실적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최근 쿠팡의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글로벌 럭셔리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에 대한 김범석 CEO의 생각도 공유됐습니다. 김범석 CEO는 파페치 인수에 대해 “M&A는 쿠팡의 전략 방향이 아니”라고 명확히 하면서도 “5억 달러 투자로 40억 달러 GMV(거래액)를 달성한 업계 최고의 서비스를 인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 파페치 인수를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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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CEO는 파페치가 집중하고 있는 럭셔리 시장에 대해 “매우 거대한 규모이지만, 그간 이커머스 업체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진 못한 시장”이라 평가했는데요. 쿠팡이 기보유한 마켓플레이스와 운영 역량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수십억 달러’의 자기자본 가치를 파페치를 통해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고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파페치를 통해서 기존 쿠팡 비즈니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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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쿠팡이 2024년 성장사업 부문에서 신규 투자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조정 EBITDA 손실액은 약 6억5000만달러입니다. 이 손실액은 대부분 ‘대만’ 시장 투자로 인해 발생할 전망이고요. 최근 인수 계약을 마무리한 ‘파페치’의 손실액은 해당 목표 금액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파페치를 제외한 2024년 연결 기준 조정 EBITDA 이익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고요. 2024년 매출 역시 지난해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말인즉 2024년에도 쿠팡은 계속 ‘이익’을 남기면서 ‘성장’까지 계속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앞으로도 쿠팡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할까요?
어쩌면 쿠팡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누군가죠. 중국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의 급부상이 쿠팡 사용자 이탈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대한 김범석 CEO의 답변을 마지막으로 오늘 콘텐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경쟁에 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쿠팡은 5600억달러가 넘는 소매시장에서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요. 우리의 가장 오래된 고객 집단(Cohort) 역시 여전히 15% 이상 성장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앞에는 큰 기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장은 많은 승자가 등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거대합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부터 중국을 포함한 국내외 신규 진입업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하며 역동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항상 최고의 상품 선택권(Selection), 최고의 가격, 최고의 서비스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는 중국 국경 너머든, 걸어서 5분 거리든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대안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고객에게 새로운 놀라움을 만들 수 있는 순간을 찾아내서 쿠팡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에너지를 여기 집중하는 이유이며, 쿠팡의 성공은 주로 고객 경험 개선과 우수한 운영 및 실행에서 비롯됐습니다”
- 김범석 쿠팡 CEO, 2023년 4분기 쿠팡 I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