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 업계에 계신 분이라면 ‘지입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수급 조정을 위해 신규 화물차 증차를 규제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새롭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3000만원 내외의 가격에 거래되는 영업용 번호판을 구매하거나, 영업용 번호판을 보유하고 있는 운수회사로부터 20~30만원의 월 사용료(지입료)를 내고 번호판을 빌려 달아야 하는데요. 여기서 후자의 경우를 지입제라고 하며, 화물차주가 구입한 화물차에 운수회사의 번호판을 달고 운수회사 명의로 영업하는 차량을 ‘지입 화물차’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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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정상적(?)인 지입제라 함은 운수사가 영업하여 확보한 화주사의 ‘고정물량’이 화물차주에게 제공돼야 합니다. 물론 화물운송 업계에서는 화물차주에게 영업용 번호판만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회사도 없지 않지만, 정부는 이를 규제하려고 하니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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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입 계약에는 화물차주에게 영업용 번호판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고정물량이 따라가야 하고요. 운수회사 역시 화물차를 구매하거나, 화물차주를 고용하지 않고도 지입 계약을 통해 그들의 노동력과 차량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으니 일종의 에셋 라이트(Asset Light) 물류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제도에도 명암이 있듯, 지입 계약의 틈새를 노리고 등장한 어둠이 있으니 ‘지입사기’입니다. 화물운송 업계에 따르면 고정물량과 함께 오래된 연식의 화물차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버리는 형태는 꽤나 흔한 지입 사기 방법이고요. 차주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한 고정물량에 못 미치는 물량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화물차주에게 계약금만 받고 일자리를 주선하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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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운수사와 차주 간 계약이 잘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세한 업체들이 많은 운수업계 특성상, 어느 순간 운수사가 화물차주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일도 종종 있거든요. 얼마 전 쿠팡 간선 물량을 다루는 파트너 운수사 여럿이 화물차주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게 대표적인데요. 이건 쿠팡 정도 되는 브랜드니까 알려진 것이지, 대부분 그냥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화물운송 업계 관계자의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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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있는 지입 계약을 연결한다고요?
바른지입은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입 시장의 여러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플랫폼입니다. 전국24시콜화물, 화물맨, 원콜 등 기존 화물운송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화물 정보망)들이 모두 산발적인 1회성 화물운송 니즈인 ‘용차’ 중개에 초점을 맞췄다면요. 바른지입은 급식, 식자재, 마트 배송 등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고정화물’ 중개에 초점을 맞춰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화물운송 건당 주문 요청을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월급제 지입 계약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라 보면 이해가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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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존 고정화물 일자리를 중개하는 주선업자가 화물운송 시장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화물 알선소’라고 불리는 이들이 운수사의 고정화물 일자리를 담당할 화물차주들을 찾아 소개하고 중간 수수료를 가져갔는데요. 이들 중에서는 운수사와 화물차주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하여 중간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이에 대한 화물차주들의 불만도 꽤 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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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지입은 이러한 시장의 문제를 오히려 기회로 봤습니다. 바른지입은 겉보기에는 ‘디지털 화물 알선소’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화물 알선소와는 다르게 중간 중개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요. 화물차주에게 받는 월 1만원 수준(기본형 9900원, 고급형 13900원)의 월 구독료만으로 고정물량 일자리를 중개하고 있습니다. 정보비대칭성을 이용하여 그때그때 달라지는 수수료와 다르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고정 구독료가 바른지입의 수익모델이 되는 만큼, 지입 계약 니즈가 있는 고정 화물차주들을 빠르게 흡수하겠다는 심상입니다.
잠깐 바른지입 플랫폼의 동작 방법을 소개하자면 플랫폼에 가입한 화주사 혹은 운수사가 플랫폼이 정한 양식에 맞춰 고정물량 일자리 정보를 올리면요. 화물차주에게는 플랫폼에 가입할 때 입력한 ‘선호 상차지’ 정보에 맞춰서 해당 일자리 정보가 화물차주의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발송됩니다. 이 정보를 열어 화주사 혹은 운수사 담당자와 컨택 포인트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바른지입 플랫폼을 유료 구독해야 하는 구조인데요. 기본형 구독 요금제는 선호 상차지를 3개까지, 고급형 요금제는 선호 상차지를 5개까지 등록할 수 있고요. 만약 다수의 화물차주가 특정 일자리에 지원한다면, 해당 일자리를 플랫폼에 올린 화주사 혹은 운수사 담당자가 선정한 화물차주와 최종 계약을 진행하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