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자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한 커머스 업계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은 저에게 왜 티메프(티몬, 위메프) 미수금 사태의 피해가 유독 ‘용산 전자상가’에 집중됐는지 아냐고 물으면서 운을 띄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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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상합니다. 기사(경향신문)를 찾아보니 용산 전자상가 업체들은 이미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지 오래고요. 특히 올해 초 기준으로 티몬과 위메프 판매 비중이 90%에 육박한 업체도 있다고 하는데요. 왜 하도 많은 플랫폼 중에서 ‘티메프’에 온라인 판매가 쏠리는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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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티메프의 적자를 감수한 특가 판매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여러 사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발발 이전부터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전자제품 및 컴퓨터 부품에 대한 최저가 행사가 이어지곤 했는데요.
저에게 이야기를 전해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할인액을 대부분 플랫폼인 티메프가 감당했다고 하고요. 용산 판매업자는 여기서 일정 비중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티메프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심지어 ‘깡’이라는 별칭이 붙은, 거래와 판매를 반복하여 플랫폼 거래액과 판매자 이익을 끌어올리는 행위도 이어졌다고 하고요.(이건 별도 취재를 거친 콘텐츠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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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티메프는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까지 무리한 특가 판매를 감수한 것일까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플랫폼의 GMV(Gross Merchandise Value, 거래액)를 부풀리기 위한 욕망에서 찾더군요.
큐텐이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지상 목표로 움직이고 있었던 만큼, 상장 성공을 위해서는 티메프를 포함한 인수 기업들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을 텐데요. 특히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의 글로벌 풀필먼트를 담당하는 업체인 만큼, 티메프의 GMV 성장 지표는 더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기 위한 사전 작업의 재료가 됐을 것이란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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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더해 티메프의 GMV 증대는 그 자체로 큐텐그룹의 ‘현금흐름’ 마련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함께 나옵니다. 최근 검찰이 규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처럼 이번 사태는 티메프가 판매자에게 정산할 대금으로 현금흐름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기에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물론 이렇게 늘린 GMV는 몇 달 뒤 판매자에게 정산해야 할 돈이고, 여기 더해진 특가 할인 비용은 필연적으로 티메프의 재무 부담으로 가중되겠지만요. 그 사이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성공시킨다면 새로운 자본을 수혈하면서,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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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V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GMV는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함께 우후죽순 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성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였습니다. 매출 성장률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심지어 막대한 규모의 적자가 나오더라도 GMV 성장률만 높다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시기가 분명 있었고요. ‘계획된 적자’라는 이커머스 업계의 유행어도 사실 높은 GMV 성장이 뒷받침됐던 쿠팡과 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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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GMV가 이커머스 성장의 모든 것을 설명하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습니다. 2022년 엔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소비침체, 금리 인상과 투자 유동성 악화 등이 가장 큰 영향을 줬고요. 투자업계에서는 기업 투자에 앞서 손익 관련 지표를 요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 최근까지 이어지는 투자 기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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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 유행처럼 GMV 관련 성장 지표를 발표하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더 이상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거래액’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 투자 유치로 추가 유동성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진 만큼,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손익’을 최우선 지표로 조직을 정비하는 모습이고요.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헌이익, EBITDA, 영업이익 흑자 전환 소식들이 이를 방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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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플랫폼들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상황은 손익 지표를 개선함과 동시에, GMV와 매출까지 동시에 성장하는 그림을 만드는 것일 텐데요. 안타깝게도 거시 경기 악화로 인해 GMV 및 트래픽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역성장한 플랫폼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고요. 이렇게 저성장이 장기화 된다면 유동성 호황기에 높은 GMV 성장률을 기반으로 받았던 기업가치(Valuation)를 지키는 것도 요원해지니, 여러모로 플랫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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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양강 구도, 네이버의 반등책은?
그리고 한 편에서 최소한 GMV를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이커머스 업계 ‘양강’ 지위를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플랫폼이 있으니 ‘네이버’입니다. 네이버 커머스 GMV는 2023년 4분기를 정점(12.4조원)으로 성장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고요. 최근 2024년 2분기 기준 네이버의 커머스 거래액 성장률은 4.1%로 동기간 통계청 발표 기준 이커머스 평균 거래액 성장률(8.6%)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1위 플랫폼인 쿠팡의 2024년 2분기 국내 커머스 플랫폼(Product Commerce) 매출 성장률(고정환율 기준 18%)과 비교하자면 1, 2위 플랫폼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모습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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