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글로벌 사업, 쿠팡이츠 등을 제외한 쿠팡의 본진이나 다름없는 제품 커머스(Product Commerce) 부문을 추린 쿠팡의 매출은 64억3100만달러로 고정환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에 달하는 성장을 만들었습니다. 시장 평균 거래액 성장률을 수배 이상 상회하는 매출 성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이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의 뒤를 잇는 2등 플랫폼 네이버조차 거래액 성장이 정체된 최근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대단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커머스가 당면한 한국과 일본의 위기, 최수연 대표의 생각, 커넥터스]
물론 쿠팡의 이러한 매출 성장에는 허수가 끼어있을지 모릅니다. 요즘에는 수수료 인상이나 광고와 같은 수익모델을 강화하여 거래액 성장률 이상으로 매출 성장을 도모하는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많으니까요. 쿠팡 역시 거래액 지표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만큼, 매출이 어떤 방식으로 증가한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최소한 쿠팡의 거래액 성장세를 유추할 수 있는 고객 지표는 여전히 건강한 상태로 보였습니다. 쿠팡 국내 플랫폼을 이용하는 활성화 고객(Product Commerce Active Customers) 숫자는 217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났고요. 고정환율 기준 활성화 고객당 순매출은 309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 4월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가 무려 58%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단행해을 때만 하더라도, 쿠팡의 위기론을 이야기하던 미디어가 꽤나 많았는데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은 위기의 신호? 동의하지 않습니다, 커넥터스]
물론 이는 신규 회원 대상의 요금 인상이고, 기존 회원 대상 요금 인상은 8월부터 적용돼서 이번 실적에 반영되지 않아 이를 감안해야 되지만, 최소한 쿠팡의 활성 고객 숫자는 전 분기(2150만) 대비 꺾이지 않고 소폭의 성장세를 유지했고요. 이는 2분기까진 이번 요금 인상이 쿠팡의 멤버십 이용자 이탈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음을 방증합니다.(기존 회원 대상 멤버십 요금까지 인상하는 3분기부터는 또 지표의 변화를 봐야겠지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커머스 및 콘텐츠 업계가 말하는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없는 이유, 커넥터스]
벗어날 수 없는 쿠팡의 늪
여전히 쿠팡을 싫어하는 판매자들은 제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쿠팡은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에게조차 납품가격을 후려칠 정도의 구매력을 갖추고 있고요. 입점 셀러들에게도 반강제로 써야 한다고 평가받는 광고와 성장한 만큼 돈을 더 내야하는 판매 장려금 등으로 빈축을 산 적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쿠팡 PB가 경쟁 상품으로 나타난다 싶으면 판매자 압정에선 그야말로 천재지변이죠.
[함께 보면 좋아요! : 1년 넘게 이어지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햇반 전쟁 근황 정리, 커넥터스]
실제로 쿠팡의 매출 총이익(매출-매출원가)은 그야말로 파괴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 2분기 쿠팡의 매출 총이익(Gross Profit)은 21억4200만달러로 전년 동기(15억2400만달러) 대비 무려 41%나 성장했고요. 쿠팡 매출에서 매출총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 총이익률은 29.3%로 전년 대비 3.1%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쿠팡의 구매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한 편에서 쿠팡 납품업체들이 가져가는 이익의 파이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방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판매자들은 탈쿠팡이 아닌 ‘쿠팡’에 남는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 CEO에 따르면 최근 13분기 연속으로 3자 판매자의 쿠팡 마켓플레이스 판매 매출이 쿠팡이 직접 매입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리테일 매출을 앞지르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이는 쿠팡이 3자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풀필먼트 사업 ‘로켓그로스(Fulfillment & Logistics by Coupang)’의 파괴적인 성장 때문인데요. 쿠팡에 따르면 2분기 로켓그로스에 가입한 판매자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0%, 전 분기 대비 25% 이상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늘었습니다. 쿠팡이 판매자의 원성을 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히려 더 많은 판매자들이 쿠팡에 모이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화물차 번호판이 ‘노란색’으로 바뀌니 생기는 일, 커넥터스]
그 이유는 숱한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쿠팡의 ‘고객’ 지표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여전한 불안감까지 감수할 정도로, 쿠팡은 거대한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플랫폼이고요. 로켓그로스는 쿠팡의 와우 회원이라는 ‘충성고객’ 집단에 접근하여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한 쿠팡 판매자는 “심적으로는 싫더라도, 쿠팡을 대체할 다른 채널이 마땅치 않다”며 “쿠팡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고객으로는 쿠팡을 누구보다 자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전했습니다.
커넥터스가 이미 분석했던 것처럼 쿠팡의 로켓그로스는 수익화의 강력한 무기였고, 줄곧 강화하고 있었던 핵심 사업입니다. 사실 고객 관점에서 쿠팡에서 검색한 상품에 ‘로켓배송(직매입)’ 딱지가 붙어있든, ‘판매자 로켓(로켓그로스)’ 딱지가 붙어있든 쿠팡의 물류망을 타고 빨리 배송 오는 것은 다를 바 없지만요.
달라진 것은 과거 직매입한 자사 상품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이었던 쿠팡의 물류가 이제는 판매자의 물류를 대행하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쿠팡이 부담하던 재고 관리 비용이, 판매자의 부담으로 이관됐을 뿐입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고객 서비스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쿠팡이 줄곧 이야기하는 핵심 경쟁력, 서비스(Service)와 상품 구색(Selection), 그리고 저렴한 가격(Savings)까지 동시에 잡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실적 발표에선 말해주지 않은 쿠팡 ‘흑자 전환’의 이유, 커넥터스]
한 편에서 이미 쿠팡의 늪에 빠져버린 판매자들은 누구보다 간절히 쿠팡의 대항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이버든, 신세계든, 11번가든, 심지어 중국 플랫폼이든, 누구든 그들의 간절함에 응답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판매자들의 대안이 쿠팡밖에 남지 않는 극단적인 미래에서 그들은 더욱 더 쿠팡이 만든 늪에 깊숙이 빠져들어, 얼마 남지 않은 협상력마저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