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2024년은 쿠팡의 독주 추세가 선명해진 한 해였습니다. 네이버와 알리익스프레스 정도가 쿠팡의 경쟁 세력으로 남아있긴 하나, 이들 역시 2024년 단기적인 성장 정체가 관측됐던 만큼 2025년에 이를 반등할 만한 묘수가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네이버의 경우 ‘플러스스토어’ 출시가 예정됐고,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신세계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이 본격화되는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대표적인 약점이었던 ‘서비스’가 지마켓의 물류망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할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결합에 대한 자세한 취재는 내일 커넥터스 멤버십 콘텐츠를 통해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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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독주가 만드는 물류의 변화
쿠팡의 독주는 물류 시장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당장 쿠팡은 올해 1월부터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그로스 요금제 개편을 시작하는데요. 특히 물류 효율이 떨어지는 중대형 이상 상품에 대한 출고 및 배송비용이 크게 인상됐고, 그동안 쿠팡이 부담했던 반품 물류비용을 판매자들이 부담하게 된 것이 그 변화의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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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쿠팡은 2027년 1월까지 전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 요금을 적용할 예정이고,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네이버 배송(구 도착보장)을 포함한 경쟁 플랫폼의 물류 서비스 및 3자 물류업체의 풀필먼트 서비스와 비교하여 경쟁력 있는 단가 구조를 채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프로모션 중에는 신규 판매자의 로켓그로스 유입을 꾸준하게 노릴 수도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프로모션’ 요금이고, 향후 쿠팡이 시장을 완연하게 장악했을 때도 이 정책을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판매자들의 의문이 따라오고 있습니다.
물론 당장 2025년에는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의 배송 서비스 강화든, 알리익스프레스와 신세계그룹의 시너지든 쿠팡에 대항하기 위한 물류 투자와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를 정말로 지속할 수 있느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만약 네이버든, 알리익스프레스든 소기의 투자를 ‘성장성’으로 치환하지 못한다면 이들마저도 경쟁을 포기해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방어전이 실패한다면 결국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40~50%까지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는 미래까지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쿠팡이 설정한 ‘2027년 1월까지’라는 로켓그로스 프로모션 기간은 이러한 확고한 경쟁우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처럼 보이는데요. 결국 쿠팡의 바람처럼 시장이 평정된다면 물류비용은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입점 판매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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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된 3PL의 위기
한 편에서 3PL 기업들의 입장도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현재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3PL 업체들은 상위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풀필먼트 서비스 진출로 인해 단독으로 판매자를 영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쿠팡이든 네이버든 플랫폼 기업들은 고객 전방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활용하여 노출 및 매출 증대를 유인으로 마치 ‘마케팅 솔루션’처럼 자사 풀필먼트 서비스로 판매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요. 3PL 기업들은 이러한 형태의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한 편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공유물류’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3PL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쿠팡의 ‘벤더플렉스’, 네이버의 ‘판매자 도착보장’이 대표적인 서비스인데요. 이는 자사 창고를 갖추고 있는 브랜드 기업들이 해당 창고에서 쿠팡 및 네이버 고객 주문을 처리하고, 고객까지 배송을 대행하는 구조입니다. 플랫폼은 인프라 비용 투자 없이 물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유인이 있지만, 3PL 기업은 잠재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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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우연히 쿠팡 벤더플렉스를 시작한 한 브랜드 기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는데요. 이 분은 벤더플렉스를 시작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오히려 물류비용이 기존보다 크게 늘어나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저에게 전하더군요. 벤더플렉스를 한다면 쿠팡 물류센터까지 입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비용이 늘어나다니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쿠팡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의 온보딩 시간, 쿠팡의 빠른 물류를 처리하기 위한 운영 기준 충족 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비용이 늘어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벤더플렉스를 도입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결국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 때문이더군요. 주변에서 먼저 벤더플렉스를 시작했던 브랜드 회사로부터 매출 증대 효용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요. 다시 말하지만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물류만 대행하는 3PL 기업이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요. 결국 3PL 기업들은 트래픽을 창출하는 상위 플랫폼과 연합하여 풀필먼트 서비스 일부를 대행하는 포지션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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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PL 기업들은 물류 측면에서 임가공 등으로 부가가치를 만들고, 여러 해외 플랫폼과의 연결성을 강화하여 현지 고객까지의 ‘크로스보더 물류’ 서비스 확장 등을 통해 차별화를 모색하는 시도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물류 서비스는 이커머스 플랫폼들 역시 진출이 가능한 만큼, 뚜렷한 부가가치 제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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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 ‘가치중립적’으로 여러 플랫폼의 서비스를 대행할 수 있다는 건 3PL 기업의 장점으로 보이는데요. 소비 침체로 쿠팡과 경쟁하는 플랫폼들이 자체 물류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은 3PL 기업의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여기서 확고한 ‘동맹군’으로 자리 잡는 운영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전방 주문채널과 운영 파트너들 간의 연결성을 만드는 IT 역량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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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2025년은 커머스 플랫폼과 물류 모두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입니다. 결국 쿠팡에 대항하는 네이버, 알리익스프레스 등 경쟁 플랫폼들이 얼마나 선방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이고요. 쿠팡의 버티컬 플랫폼 영역 침공까지 본격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CJ올리브영, 무신사, 컬리, 오늘의집 등 각 영역 1위 플랫폼들의 대응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성패에 따라서 향후 브랜드 및 판매자, 물류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2025년 커넥터스는 이 변화를 꾸준하게 추적하며 여러분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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