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전 ‘운영’에서 문제를 찾다

염 대표가 생각하는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에서 AI 활용이 어려웠던 이유는 ‘기술’ 때문은 아닙니다. AI 기술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습을 위해 충분한 운영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는데요.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 화물운송 플랫폼의 서비스 수요자인 ‘화주’와 서비스 공급자인 ‘차주’가 충분히 플랫폼 안에 모여 있어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화물운송 플랫폼들은 초기 프로모션을 통해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면서 최대한 많은 화주와 차주를 플랫폼에 모으는 선택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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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일단 싸니까, 수수료가 없으니까 플랫폼을 이용하는 화주와 차주가 늘어나긴 했지만요. 이후 발생하는 ‘운영’ 이슈로 인해서 이들이 플랫폼에 잔류하지 않고 이탈하는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AI 기술이 활약할 만큼 데이터가 모이지 못했다는 건데요. 사실 같은 이슈는 센디도 오랫동안 겪어왔던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무실에 전화기 두 대를 놓고 저와 공동창업자인 정재욱 이사(현 센디 CRO)가 함께 배차 업무를 했는데, 왜 화물주선 비즈니스가 확장성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지 알겠더군요. 고객 화주사 요청이 오면 기사님한테 전화 드리고 일일이 조건을 확인하고요. 그 기사님이 된다고 하면 다시 고객 화주사에게 8854 기사님이 1시간 뒤에 갈 것이라고 전화합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기사님의 위치를 확이낳는 등 전화를 하는 과정을 하루에만 30번 정도 반복했는데요. 중간에 12번째 화주 고객사로부터 사건 터졌다고 연락이 오고, 18번째 기사님도 문제가 생겼다고 연락이 오는데 이렇게 하루를 마치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염상준 센디 대표

밝히자면 현재 센디 플랫폼은 모든 화주사의 물량을 AI가 자동 배차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로 화주 고객사의 니즈에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하는 주문을 한 명의 화물차주에게 노출시키고요. 두 번째로 그 확률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면, 차순위에 있는 여러 화물차주들에게 동시에 노출시키고요. 마지막으로 센디가 ‘허슬(Hustle)’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인데요. 배차 담당자들이 알고 있는 인맥을 총 동원하여서 전화를 하든, 부탁을 하든 어떻게든 수동 배차 하는 것입니다.

센디에 따르면 이 세 번째 허슬 방식의 비중이 처음에는 100건의 배차 중에 50건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많은 부분 개선을 하긴 했으나, 그만큼 화물운송 주선 서비스의 ‘자동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염 대표의 회고에 따르면 플랫폼 가입 화물차주 숫자가 8000명이 넘었을 때 허슬 배차 비중이 20%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데이터를 모으나

염 대표는 센디가 운이 좋았다고 회고합니다. 그들에겐 대기업만큼 충분한 돈이 없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초기 몇 년 동안 빠른 성장을 못했고, 그리 물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떻게든 이를 ‘허슬’을 통해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짧은 기간 엄청난 물량이 몰려왔었다면 센디 역시 여러 군데 터질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뜻인데요. 어찌어찌 이 과정에서 센디에게는 ‘운영’ 역량이 축적됐고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주와 화물차주의 CS를 작업자의 병목이자 고민으로 남겨두지 않고, 최대한 플랫폼 시스템에 ‘자동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합니다. 지금 AI 활용을 고민하게 된데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던 거고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저희 CS팀장은 낮에는 고객들의 전화를 받고, 저녁에는 낮에 받은 숱한 요청을 어떻게 없앨지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 내부 관리자 페이지부터 170개 정도의 기능을 개발했는데, 100개 정도 기능이 개발되기까지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옛날 기록들을 쭉 보면 한 95%는 악플이 아니었나 싶은데, 100개쯤 기능을 개발하니까 이제 ‘참을 만한 서비스’라는 댓글이 좀 달렸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95%는 쓸 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멘탈이 굉장히 튼튼해졌죠”

- 염상준 센디 대표

숱한 CS를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센디에게는 누구에게도 없는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합니다. 예컨대 쿠팡 물류센터에 한 번도 들어간 경험이 없는 화물차주에게 입고 업무를 줬더니 1시간을 헤매다가 20만원을 더 안 주면 짐을 안 내린다고 항의하던 일을 센디는 기억하고요. 오토바이를 한 번도 안 날라본 화물차주에게 오토바이 운송 건을 배차하니까 어떻게든 올리려고 하다가 물건을 깨먹었던 것도 센디는 기억합니다.

센디는 화물차주의 성향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적하고 있습니다. 합짐을 선호하는 화물차주에게는 합짐을, 단거리 운송을 선호하는 화물차주에게는 단거리 운송 건을 우선 배차하는 것이 운임과 배차 확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센디에 따르면 사실 원래는 화물차주 스스로 상차지와 하차지, 경유지 등 이동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했다고 하는데요. 맘처럼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요. 지금은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센디가 알아서 화물차주의 이동 데이터를 추적하여 이들의 성향을 판단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플랫폼에 특정 지역에 위치한 주차장을 차고지로 등록한 화물차주가 실제로 차를 대는 차고지는 오목교 다리 밑인 것을 센디는 알고 있습니다. 이 화물차주가 오목교로 이동하고 있을 때 일거리를 준다면, 약간 단가가 낮더라도 배차를 수락한다는 것도 센디는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장의 운영 경험들은 지속적으로 배차 및 운임 산정 알고리즘에 반영되고 있고요.

“단순한 화물운송 시장의 운행 데이터는 통계청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걸 비즈니스에 작동하는 형태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끝내는 직접 운영을 통해 만들어낸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여 어디에 가중치를 주고 어디에는 덜 줘야 하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통상 유류비가 올라간다면 기사님들이 느끼는 운임 압력이 커지고, 돈을 더 달라고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사님들의 만족도를 올려준다면 유류비가 올라가더라도 배차를 수락하는 비중이 훨씬 올라갈 수 있습니다”

- 염상준 센디 대표

AI로 할 수 있는 것

요컨대 센디가 AI로 하고 싶은 것은 여태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에 진입했던 대기업들이 시도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I를 통하여 화물차주에게 제시하는 적정 운임을 산정하고싶고요. AI를 통하여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없을 만큼 배차 확률을 끌어올리고, 자동 배차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다만, 새롭게 시장에 들어온 대기업들과 센디가 다른 것은 기술이 아니고요. 무려 11년에 달하는 센디의 운영 경험이 센디만의 ‘데이터’로 플랫폼에 반영됐다는 점입니다. 염상준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센디는 좀비기업 2년, 이사모아 플랫폼(센디의 전신인 이사 플랫폼) 4년, 센디 플랫폼 5년을 운영했고요. 센디 플랫폼도 초기 몇 년은 개인과 소상공인, 대학생 등 C2C 고객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2023년부터 B2B 기업고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다이소, AJ네트웍스와 같은 대형 화주사들의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매장까지의 물류, 파렛트 이동 물류까지 센디가 수행하고 있고요. 대형 화주사의 유입으로 최근 월별 매출 증가세는 60%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센디 플랫폼에 가입한 누적 화물차주 숫자는 1만7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센디는 1톤 이하 용달, 1~5톤 개별 화물차주의 숫자를 17만명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그중 10%가 센디를 이용했다는 것이고요. 늘어난 화물차주 가입자는 화주사 대상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 결과 센디의 AI 프라이싱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염 대표에 따르면 보통 화물운송 업계에서 일하는 2년차 배차 담당자의 운임 산정 오차가 2만원 정도 되는데요. 센디는 6대 도시 반경 10km 이내를 기준으로 2천원 정도의 오차로 AI가 운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이제 곧 설날인데 명절에는 2배 가까운 운임을 주지 않으면 화물차주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센디의 AI는 알고 있고요. 당장 내일 출퇴근 러시아워에는 2만원 정도 더 운임을 주지 않으면 화물차주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센디의 AI는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제 내부 데이터만 가지고도 제대로 된 AI 프라이싱을 작동시키고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2023년까지 저희가 고객 화주사로부터 받는 운임보다 화물차주에게 정산해주는 돈이 더 컸어요. 왜냐하면 AI 프라이싱이 제대로 안 돌아갔으니까요. 화물운송은 택시처럼 안 잡히면 끝인 서비스가 아니라, 화주사로부터 돈을 받았으면 무조건 잡아줘야 하는 비즈니스거든요. 그래서 힘든 건데, 지금은 우리가 화주사로부터 받는 돈이 기사에게 주는 돈보다 더 많습니다”

- 염상준 센디 대표

올해 상반기 센디는 AI를 활용한 더욱 고도화된 매칭 서비스를 본격화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센디는 ‘스케줄 매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화물운송 업계에서는 ‘복화운송’, ‘밀크런’이라고도 부르는 일종의 일감 묶어주기 서비스인데요. 쉬운 예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운송 업무를 하는 화물차주에게 부산에서 서울로 복귀할 때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묶어서 배차하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운임이 50만원이라면, 이 50만원에는 높은 확률로 부산에서 서울로 공차로 돌아가는 비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오는 기사님에게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건까지 묶어서 70만원을 드린다고 제안을 합니다.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20만원을 더 버는 거니까요. 우리는 기존 50만원을 내야했던 화주에게도 10%를 할인한 45만원을 제시하고요. 그럼 총 90만원의 운임을 받고, 화물차주에게 70만원을 정산했으니 우리는 20만원을 버는 겁니다. 모두가 행복하죠”

- 염상준 센디 대표

물론 염 대표는 이러한 스케줄 매칭 구조는 아주 큰 플랫폼이 나와야만 제대로 돌아갈 수 있으며, 현재까지 이런 구조를 시스템 기반으로 원활하게 돌리는 플랫폼은 없다고 평가합니다. 앞서 단순한 예시를 들었지만, 실제로 화물운송 시장에는 다양한 화주와 그보다 다양한 화물의 물성, 화물차주의 차종과 설비, 그보다 더 다양한 성향에 따라 배차 조건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으니까요. AI가 이런 개별적인 사례들을 모두 학습하고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고, 당장 센디만 하더라도 지금은 전체 물량의 8~10% 정도만 스케줄 매칭 배차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는 실시간으로 자동 스케줄 매칭 배차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센디의 다짐입니다.

염 대표는 “분명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하지만요. 그럼에도 “AI 학습과 자동화가 없다면, 화물주선업이 확장성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속적인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AI를 활용한 화물운송 플랫폼은 정말 ‘현실화’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