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취재 도우미는 3명입니다. 한 명은 현재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소형 판매자 A씨고요. 또 다른 한 명은 자사물류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 브랜드 업체의 물류 담당자 B씨입니다. 마지막 한 명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대형 물류업체의 영업 담당자 C씨입니다.
이 세 명은 공통적으로 ‘택배 백마진’이 판매자의 풀필먼트 서비스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판매자가 다루는 물량 규모에 따라서 물류업체가 수취하는 백마진에 민감할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판매자나 브랜드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자사 물류를 고집한다면, 그 이유는 백마진보다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① 가치관의 문제 아닌가요?
먼저 소형 판매자의 경우를 살펴봅니다. 현재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 A씨에 따르면 소형 판매자는 물량이 작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택배사와 계약을 하더라도 그리 좋은 조건의 단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풀필먼트 서비스 운영사가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택배비가 기존 자사 물량만으로 계약하는 택배 단가에 비해서 그리 비싸게 느껴지진 않는다고 합니다.
A씨의 경우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계기는 ‘편의성’ 때문이었는데요. 그는 혼자서 온라인 판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택배 포장 및 출고 작업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싶어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반면, 그의 주변 판매자 지인 중에는 비용 절감과 물류 경험을 위해서 직접 포장과 출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고 합니다. 결국 판매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풀필먼트 서비스 이용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단, A씨 역시 물류업체들이 백마진으로 추가 이익을 남기는 것은 짐작하고 있기에, 언제고 자체 물량 규모가 커진다면 ‘독립’을 고민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직접 물류를 하는 판매자 지인들은 사장재고 때문에 풀필먼트 위탁을 맡기기 부담스럽다고 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똥재고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안 팔리고 회전율이 떨어지는 재고는 물류업체 입장에서도 돈이 안 되거든요. 그냥 창고처럼 재고를 장기 보관하는 용도로 쓰는 것과 다름없으니 판매자도 눈치가 보이죠”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소형 판매자 A씨
②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리다면
그럼 실제로 택배 백마진을 남길 수 있을 만큼 대규모 물량을 출고하는 브랜드 업체의 물류 담당자는 이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B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택배비가 저렴했던 시절에는 ‘택배 백마진’이 브랜드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당시 그가 근무했던 브랜드 업체만 하더라도 극소 규격 박스를 건당 1200원 미만 택배비에 발송했는데요. 자사물류를 운영하기 위한 인건비도 지금보다는 훨씬 저렴했기에, 어느 정도 고객에게 받는 물류비에서 백마진을 남기는 것도 가능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비가 많이 올랐고, 물류센터는 인력난에 시달리며 최저시급으로 사람이 쉽게 구해지는 것도 옛말이 됐습니다. 과거에 비해 자사물류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건데요. 덩달아 쿠팡이 유행시킨 ‘배송비 무료’ 정책으로 인해, 여기 경쟁하기 위해서 소비자에게서 받는 물류비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여전히 화장품처럼 택배 백마진을 남기는 것이 가능한 카테고리가 없지는 않지만, 판매자들이 ‘택배 백마진’ 하나 때문에 풀필먼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기에는 과한 해석이라는 것이 B씨의 설명입니다. 단순히 비용만 본다면 풀필먼트 서비스 아웃소싱을 통해 물류를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한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B씨에 따르면 브랜드들이 자사물류를 고집하고 풀필먼트 사용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백마진보다는 다른데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사물류를 하고 있다면 내부 운영 조직과 인프라 투자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를 놔두고 ‘아웃소싱’을 선택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대형 쇼핑몰 물류 담당자들은 외주 물류업체를 바꾸는 것에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물류업체를 바꾸고 비용을 5% 절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평가받을 수 있는 고과나 실적보다는 실패했을 때의 위험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인데요. 물류업체 잘못 바꿨다가 실패하면, 그야말로 담당자가 바로 날아갈 수 있거든요. 위험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브랜드 업체 물류 담당자 B씨
동시에 물류업체의 서비스에 대한 불신도 존재합니다. B씨에 따르면 자사물류를 운영하는 브랜드는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운영에 대한 독립적인 기준이 확고해지기 마련인데요. 이러한 기준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대행하는 외부 물류업체가 일일이 대응해주긴 매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예컨대 주문 데이터 API 연동이라던가, 주문마감 시간 연장, 주 7일 배송 프로세스 마련, 당일 입고 상품에 대한 당일 출고와 같은 서비스를 요구한다면 안 된다고 하거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하는데요. 서비스 커스터마이징의 한계는 결국 아웃소싱이 아닌 ‘자사 물류’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고 합니다.
③ 풀필먼트가 풀필먼트다워야
마지막으로 실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업체 실무자는 ‘택배 백마진’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형 물류업체 영업 담당자 C씨는 “백마진이 판매자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것 같진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A씨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형 판매자의 경우 애초에 물류업체가 남기는 백마진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고요. 대형 판매자라면 굳이 택배에서 말고도 백마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설명입니다. 풀필먼트 서비스의 관리 지점이 택배를 넘어 여러 군데에 존재하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가 중간에서 이익을 편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건데, 이건 지하의 영역인 만큼 이 정도만 다루겠습니다.
C씨는 “풀필먼트가 풀필먼트다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C씨에 따르면 물류업계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업 중에서는 별도의 시설이나 시스템 투자 없이, 그냥 이전부터 있던 옛날 창고 공간과 기존 인력만으로 풀필먼트 흉내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단적으로 마감 시간 연장도 마음대로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서비스에 불만족한 화주사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고, 이건 앞서 B씨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풀필먼트 서비스 자체에 대한 판매자, 브랜드사의 불만이 많다는 거죠.
참고로 소형 판매자인 A씨에게서도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A씨에 따르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업체는 흔히 입출고비와 보관비, 택배비 외에도 굉장히 많은 부가작업 비용을 판매자에게 부과하곤 하는데요. 이 견적이 불투명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예컨대 직접 포장을 하면 중간 사이즈 포장재로 충분히 포장이 가능했던 상품인데, 물류업체에 맡기니 대형 포장재로 포장을 해서 추가 포장비를 청구하는 것과 같은 이슈가 생겼다고요. 이는 현재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A씨가 장차 물량이 늘어나면 자체 물류를 구축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풀필먼트 서비스 위탁을 맡기는 판매자는 말 그대로 고객 주문 발생 이후 모든 물류와 그 과정에서 혹여 따라올 수 있는 CS까지 모든 영역을 물류업체가 대행해주길 바라는데요. 막상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서비스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추가되는 경우를 많이 마주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었고, 이 때문에 자사물류를 이미 운영하거나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실지요? 앞으로도 궁금한 유통물류 업계 이슈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보 부탁드리고요. 현재는 ‘왜 브랜드 자사몰에서 파는 같은 상품 가격이 플랫폼 입점 판매가보다 비싼가’를 주제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링크] 궁금한 유통물류 업계 이슈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