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브랜드, 플랫폼과 관련된 4명의 대표자, 실무자 분들이 취재에 도움을 줬는데요. 먼저 국내에서 자사몰, 플랫폼 입점을 병행하면서 각각 식품, 가전제품 카테고리를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 업체 대표 A씨, B씨와 이야기를 나눴고요. 복수 뷰티 브랜드의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 판로를 개척하는 일을 하고 있는 유통업체 대표 C씨와 추가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형 패션 브랜드사 출신으로 현재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무자 D씨와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크게 플랫폼 판매 가격이 자사몰 판매 가격보다 저렴해지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 가능했습니다. 그 중에는 AI의 답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격을 흔드는 중요한 이유도 찾아낼 수 있었죠. 바로 재고관리와 수요예측으로 대표되는 브랜드의 ‘물류’ 실패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① 경쟁 전략에 따른 선택
시작하면서 밝히자면 모든 브랜드 자사몰의 가격이 플랫폼 입점 판매가보다 비싼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식품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 업체 대표 A씨의 경우 쿠팡과 네이버 등 플랫폼에도 입점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자사몰 가격을 플랫폼에 비해 ‘낮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A씨에 따르면 그 이유는 “할인 쿠폰 등 마케팅이 용이한 자사몰에서 브랜드만을 위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반대로 플랫폼 판매를 강화하고자 하는 브랜드라면 플랫폼 가격을 더 저렴하게 하는 선택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여러 뷰티 브랜드 판매를 전개하고 있는 C씨도 브랜드의 전략적인 선택 차원에서 자사몰과 플랫폼의 가격을 달리 할 수 있다고 첨언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사몰의 경우 말 그대로 자사 상품만 노출되기에 경쟁강도가 적지만요. 플랫폼의 경우 동종 카테고리 경쟁 브랜드가 함께 노출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서 자사몰 대비 ‘가격’을 낮출 유인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다만, 플랫폼 판매가격을 자사몰보다 저렴하게 할 경우 자사몰의 방문 유인을 위한 장치는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브랜드 기업 대표들은 조언했습니다. 전자제품 브랜드를 전개하는 업체 대표 B씨에 따르면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상품을 자사몰에 업데이트하거나, 플랫폼에 없는 사은품 증정, 구매 등급에 따른 자사몰 멤버십 혜택 등이 일반적인 방법이라 전했고요. ‘세트상품’을 구성하여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첨언했습니다.
“브랜드 전략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고객이 자사몰에 들어왔다는 건 기본적으로 ‘브랜드’에 관심도가 상당히 높다는 의미잖아요? 그런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여러 상품을 동시에 구매하도록 관여도가 높은 상품을 연계하여 세트 상품을 구성하고, 여기 높은 할인율을 책정한다면 ‘장바구니 사이즈’를 높일 수 있습니다. 토너 2개, 크림 1개, 세럼 1개를 한 번에 구매하면 30% 할인해준다는 식으로요.
반면, 아마존 같은 종합몰,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ASP(Average Sales Price, 평균 판매가)가 상당히 낮게 형성됩니다. 이런 플랫폼에서는 개별 상품을 쪼개서 할인율을 책정하고, 장바구니 사이즈가 낮더라도 많은 트래픽을 바탕으로 구매 전환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정석입니다. 실제로 APR과 같은 뷰티 브랜드가 이러한 전략을 굉장히 잘 활용하는 데, APR 자사몰에 들어가면 묶음상품 구성이 굉장히 잘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반면 개별 상품은 아마존 판매 상품이 오히려 자사몰보다 저렴할 수 있죠”
- 뷰티 브랜드 유통업체 대표 C씨
[함께 보면 좋아요! : 유니콘 잔혹사 끝낸 에이피알, 앞으로도 성장할까?, 커넥터스]
② 플랫폼의 소싱 정책과 압력
앞서 이야기했던 사례는 나름 평화로운, 그러니까 ‘브랜드’의 자의로 플랫폼 판매 가격을 낮춘 케이스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소싱 정책, 더 나아가 거대한 트래픽 권력을 갖춘 플랫폼의 가격 압력이 자사몰보다 낮은 가격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도 취재에 응한 모든 브랜드사 대표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평화로운 방법은 플랫폼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여기 참가할 브랜드의 ‘최저가’ 설정을 유도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MD가 행사 구좌를 설정하고, 여기 참가하기 위해서는 자사몰과 경쟁 플랫폼에 판매되는 가격을 포함하여 ‘최저가’를 설정하도록 브랜드를 유도하는 형태인데요. 결국 브랜드 업체는 노출을 사기 위해서 자사몰보다 ‘가격’을 낮추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쿠팡, 아마존과 같은 거대한 트래픽 권력을 갖춘 플랫폼은 브랜드들의 반발을 일으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두 플랫폼은 모두 ‘다이나믹 프라이싱’ 기술을 이용하여 경쟁 플랫폼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요. 이를 활용하여 자사 판매 제품을 ‘최저가’로 설정하도록 유도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당신이 만나는 ‘가격’이 실시간으로 달라진다면 생길 일(feat. 쿠팡), 커넥터스]
일단 쿠팡, 아마존은 모두 ‘직매입(1P)’ 한 상품에 마진을 붙여서 직접 유통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될 경우 가격 설정 권한은 브랜드가 아닌 플랫폼에 넘어가기 때문에, 플랫폼이 얼마든지 더 많은 판매를 이끌기 위해 브랜드가 설정한 자사몰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급 마무리된 햇반 전쟁, 정말 ‘쿠팡’이 아쉬웠을까, 커넥터스]
브랜드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플랫폼이 이렇게 낮춘 가격에 대한 할인 부담을 ‘브랜드’에게 전가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쿠팡에 입점 판매하고 있는 B씨에 따르면 쿠팡은 직매입 계약하는 브랜드 및 판매자와 PPM(Pure product Margin)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의 일정 마진율을 보장하는 계약을 하는데요.
만약 특정 브랜드의 PPM이 40%로 설정됐는데, 쿠팡의 마진이 여기 미달한 38%가 나올 수 있잖아요? 이 경우 차이나는 2%에 해당하는 금액을 브랜드사가 광고비, 쿠팡 체험단, 프리미엄 데이터 구매 등 별도의 쿠팡 매출을 발생시키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여 채우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B씨에 따르면 이는 비공식 구두 계약이기 때문에 기록이 남지 않지만, 사실 그것을 원해서 하는 브랜드사들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광고 효과가 좋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월 300만원에 데이터 판매 시작한 컬리, 물류 관점에서 득실 따져보기, 커넥터스]
이와 유사한 할인 비용을 브랜드에 전가하는 정책은 당연히(?) 아마존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에 입점 판매하고 있는 C씨에 따르면 아마존에도 직매입한 상품 할인 비용을 브랜드에게 전가하는 계약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처음 브랜드와 직매입 계약을 할 때 아마존은 매입한 상품을 프로모션 할 권리를 가져가고요. 프로모션을 했을 경우 그 금액을 차후 셀러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는 계약이 들어가 있다는 게 C씨의 설명입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무신사가 브랜드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대비 ‘높은 할인율’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는데요.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에게 쿠폰 발행, 적립금 할인 비용 등을 포함한 수수료를 받고 있거든요. 이를 명목 수수료율이라고 하는데, 브랜드사가 무신사가 징수하는 수수료율이 높다고 불만을 표하는 이유고요. 한 편에서 무신사가 그들이 가져가는 ‘실질 수수료율’은 14.5%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참고] 무신사 명목 수수료율, 실질 수수료율 계산법(무신사 공식)
그럼 가격 설정 권한을 판매자가 가진, 그러니까 일반 마켓플레이스 입점 3P 브랜드, 혹은 플랫폼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2P 브랜드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 경우 플랫폼은 ‘간접적’인 가격 인하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브랜드사 대표들의 공통적인 전언이었습니다.
B씨에 따르면 쿠팡은 로켓그로스 입점 브랜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판매자로켓’ 뱃지를 떼어버리는 식으로 플랫폼 노출에 불이익을 준다고 하고요. C씨에 따르면 아마존 역시 쇼피파이로 만든 자사몰뿐만 아니라, 코스트코, 월마트 등 경쟁 플랫폼의 같은 상품 가격을 모니터링하고요. 만약 아마존 판매가가 ‘최저가’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시스템이 가격을 낮추라는 알람을 주고, 그것을 듣지 않는다면 플랫폼 노출도를 줄여버린다는 설명입니다.
“아마존에는 바이박스라는 이름의 여러 동일 상품이 있을 경우 가장 경쟁력 있는 단일 상품만 노출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근데 최저가가 아니라면 이 바이박스 노출도가 확 줄어들어요. 아마존은 노출 저하의 근거가 되는 백데이터는 셀러들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는데, 노출도를 확 낮춰버리니 브랜드 본사이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자사몰보다 낮춰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1P가 됐든 3P가 됐든 플랫폼은 브랜드 판매가를 최저가로 낮춰버릴 수단을 만들었고, 아마존은 10년도 훨씬 전부터 이 분야의 선두주자였습니다. 쿠팡은 그걸 잘 따라한 거고요”
- 뷰티 브랜드 유통업체 대표 C씨
③ 리셀러의 개입과 물류 실패
한편, 브랜드의 의지나 플랫폼의 압력과 별개로 브랜드가 책정한 가격 정책이 망가져, 플랫폼에 자사몰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이 유통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브랜드 기업 대표들에 따르면 그 원인은 ‘리셀러’의 개입에서 찾을 수 있었고요.
여기서 리셀러라고 한다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뉴발란스를 국내 유통하는 이랜드처럼 브랜드사와 정식 계약한 총판이 있을 수 있고요. 두 번째는 ‘병행수입’이라고도 불리는 브랜드 정식 계약이 아닌, 제2, 제3의 경로로 어떻게든 브랜드 상품을 가지고 오는 리셀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중 자사몰보다 더 저렴한 플랫폼 가격은 주로 이 두 번째 유형의 리셀러들이 만든다는 것이 브랜드 기업들의 설명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이마트 스투시 가품 논란은 왜 일어났을까? 병행수입업자들의 대답, 커넥터스]
브랜드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후자 유형의 리셀러들은 면세 채널이나 특별 판매가가 설정된 B2B 폐쇄몰, 특별 할인가가 설정된 이벤트 상품이나 홈쇼핑채널, 이월 재고가 할인되는 아울렛 등지에서 브랜드가 설정한 공식 판매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매입하고요. 여기 소규모의 마진을 붙여서 플랫폼을 포함한 다양한 판매채널에 재판매합니다.
이러한 리셀러들은 매입한 재고를 어떻게든 회전시켜서 판매하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브랜드 기업들이 설정한 마진의 폭보다 훨씬 적은 마진을 갖고도 플랫폼에 상품을 유통하여 브랜드가 설정한 공식 가격 붕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브랜드사조차 이들이 어디서 상품을 떼 오는지, 떼 온 상품이 정말 정품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워서 골머리를 앓는 중이고요.
“브랜드 본사, 그러니까 제조사는 그들이 산정하는 영업이익률에 기반한 매출 총이익률에 대한 목표치가 있습니다. 헌데 리셀러는 그 이익률이 0원에 수렴하는, 그러니까 100~200원 띠기 장사를 하더라도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브랜드 본사는 제조 원가를 기반으로 움직이기에 어찌됐든 가장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 폭도 큰 것은 맞지만요. 브랜드사는 물건을 팔아서 최소 5000원은 남겨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리셀러들은 100원 띠기를 해버리면 오히려 브랜드사보다 더 저렴하게 플랫폼에 판매할 수도 있는 거예요. 목표 영업이익률 자체가 다르니까요”
- 뷰티 브랜드 유통업체 대표 C씨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가격 붕괴가 일어난 근저를 따라가 보면 브랜드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실패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패션 브랜드 기업 출신으로 패션 버티컬 플랫폼 기업에 재직 중인 실무자 D씨에 따르면 브랜드 기업들은 처음에는 자사몰과 공인 소매점을 통해서 정상가에 상품을 판매하는데요. 이러한 채널에서 판매되지 않는 재고들은 아울렛, 클리어런스 스토어, 패밀리 세일(임직원 폐쇄몰) 등을 거치면서 할인율을 높여가며 재고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고요. 모든 판매채널을 거치면서도 판매되지 않는 재고는 결국 ‘폐기 처분’하는 수순으로 넘어갑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정가’에 모든 상품을 팔면 좋겠지만요. 수요예측 실패로 과도한 재고가 남게 됐고, 결국 높은 할인율이 붙은 상품들이 3~4차 유통채널까지 퍼지게 된 겁니다. 이렇게 할인된 상품들을 리셀러들이 구매하여 작은 마진을 붙여서 자사몰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다시 유통하고 있는 것이죠. 서두에 이야기했던 ‘크더싼(크림에서 더 싼)’ 브랜드 상품이 탄생한 배경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브랜드가 머릿속을 스쳐간다면 맞습니다.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에 실패했다고 인정한 ‘나이키’인데요. 나이키는 브랜드 가치가 ‘리셀가’와 함께 미친 듯이 치솟았던 팬데믹 호황기를 생각하면서 많은 재고를 생산했지만요. 자사몰만으로 이 재고를 밀어내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 전 세계적인 소비 침체까지 와버렸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D2C 실패 인정한 나이키, 앞으로의 전략 추진 방향, 커넥터스]
결국 안 팔리고 남아버린 과잉재고는 헐값에 시장에 풀렸고, 이를 매입한 리셀러가 다시 시장에 유통시키면서 브랜드 자사몰의 공식 가격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죠. 어쨌든 나이키는 본사가 국가별 시장 규모에 따라 할당해 준만큼의 상품 재고를 공식 판매가에 매년 시장에 풀어야 하는데, 브랜드 자사몰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남아있는 이월 상품들의 존재는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플랫폼에 브랜드 자사몰 공식 판매가보다 저렴한 상품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브랜드의 전략과 플랫폼의 압력, 그리고 리셀러의 개입과 물류 실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충분히 AI도 모르는 진짜 현장 이야기가 잘 전달됐다고 느껴진다면, 커넥트레터 구독 및 주변에 소문내주시길 부탁드리고요. 이 외에도 자사몰과 플랫폼 가격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 계신다면 자유롭게 커넥터스에 의견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흥신소 ‘와이낫’은 다음 주에도 계속되고요. 독자 여러분이 궁금한, 인공지능도 모르는 것 같은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제보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화물운송 플랫폼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뭐 때문일까?’를 주제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와이낫] 궁금한 유통물류 업계 이슈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