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이전까지 국내 물류만을 대행하던 물류업체 엔터라운드가 ‘글로벌 물류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풀필먼트 서비스 기업 볼드나인에서 COO(Chief Operation Officer)를 맡았던 권용범 대표가 엔터라운드에 새로 합류하고부터인데요. 엔터라운드는 권 대표 합류 이후 미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전 세계 47개국에 물류 네트워크를 설계하여 영업을 진행했고요. 올해 2월부터 영업한 화주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2023년 법인을 설립한 엔터라운드의 원래 이름은 ‘이지로지스’였는데요. 새로운 이름인 엔터라운드에는 ‘글로벌’ 시장을 향한 포부를 담았습니다.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국내 커머스 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내 물류만을 대행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라운드’는 그 자체로 둥근 지구를 의미하며, ‘엔터라운드’에는 전 세계를 연결하고 돌면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사실 엔터라운드처럼 글로벌 고객까지 물류 서비스를 대행하는 3자 물류업체들의 숫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었습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판매자들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물류기업들도 이들을 타깃한 글로벌 물류 서비스를 구축한 건데요. 비교적 신생 물류기업인 ‘엔터라운드’가 가진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엔터라운드는 크게 세 가지 역량을 강조했는데요. 커넥터스가 권용범 엔터라운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글로벌 재고 일원화’가 만드는 효율

엔터라운드는 현재 두 개의 국내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국내 물류를 담당하는 6000평 규모 물류센터이고요. 용인 센터는 저온(냉장·냉동)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뷰티 등 정온 관리가 필요한 카테고리를 주로 취급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물류센터에서 일부 저온 관리가 필요한 상품들의 글로벌 물류를 대행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확장한 김포 CBT(Cross-Border Trade) 센터인데요. 김포 물류센터는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해외 현지 주문 고객까지의 B2C 물류와 현지 물류센터까지의 B2B 물류를 모두 대행하고 있습니다. 크로스도킹 목적의 집화센터로도 활용되는데 항공, 해상운송 등 국제물류망에 태우기 전에 여기 고객 화주사의 상품을 모아 분류하여 발송하는 중간 물류거점 역할을 하고 있죠.

추가로 엔터라운드는 해외 현지 물류 네트워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거점은 엔터라운드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요.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등 6개국에서 해외 현지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3자 물류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국내 화주사의 물량을 핸들링하는 구조입니다. 고객 화주사 입장에서는 엔터라운드 한 곳과 계약하고도,  해외 현지까지 포워딩 및 운송, 현지 풀필먼트 업체 등을 알아보지 않고 통합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엔터라운드에 따르면 통상 고객 주문 규모가 몇 만 건 이상으로 크거나, 항공운임이 비싼 중량물을 다루는 판매자의 경우에는 글로벌 제휴 물류센터에 재고를 선입고하여 고객 주문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한데요.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규모 주문 발생이 예상되는 이벤트 시즌 긴급 발주에 대응하는 용도로도 글로벌 현지 물류센터는 활용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엔터라운드는 이러한 국내외 물류 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역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엔터라운드는 국내외 물류센터 재고 정보를 모두 연동하여 하나의 시스템으로 확인, 관리할 수 있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운영하고 있고요. 카페24, 쇼피파이, 큐텐, 라쿠텐 등 해외 플랫폼 및 자사몰 구축 솔루션 기업의 OMS(Order Management System)와 연동하여 글로벌 고객 주문을 자동 수집하여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엔터라운드를 이용하는 판매자 및 브랜드 화주사의 재고가 전 세계 물류센터에 물리적으로 분산돼 있더라도 마치 하나의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것처럼 재고 및 출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화주 고객사가 국내 물류를 운영하든, B2C 해외 특송으로 상품을 보내든, B2B로 해외 현지 창고에 재고를 미리 갖다놓고 운영하든, 모든 재고는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돼야 합니다. 재고 일원화가 필요한 이유는 화주사의 관리 자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만약 앞서 이야기한 국내 물류와 B2C 해외 특송, B2B 포워딩 모두를 다른 물류업체, 혹은 다른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하면 여기 불필요한 자원이 들어갈 것이 자명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을 포함하여 7개의 서로 다른 국가 물류센터에 재고를 분산시켜놓고 글로벌 물류를 운영하는 브랜드가 있다고 해보죠. 이렇게 분산된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서 브랜드 물류 담당자는 모든 물류센터에 각각 정보를 확인해야 하고요. 출고 작업 지시 역시 각각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심지어 시차도 모두 다른데,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죠. 국내외 곳곳에 분산된 창고와 재고, 주문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자원 절감과 긴급 이슈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브랜드사의 SCM(공급망 관리) 효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권용범 엔터라운드 대표

물류, CS, 마케팅이 결합된 통합 서비스

엔터라운드는 물류기업이지만 그 서비스는 물류를 넘어선 가치사슬을 다룹니다. 예컨대 엔터라운드는 현재 핵심 국가인 미국과 일본에 한정하여 CS 및 마케팅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통합 서비스는 해외 전문성을 지닌 파트너 기업과의 협업 네트워크로 구축했다는 설명입니다.

먼저 엔터라운드의 CS 대행 서비스에 대해 살펴보면, 판매자 및 브랜드사는 미국과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해외 고객과 소통을 위한 현지 전화번호를 생성하고 사용할 수 있는데요. 이 전화번호로 들어오는 현지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역시 엔터라운드의 현지 파트너사가 담당합니다. 고객사는 현지 고객에 대한 CS 대응 걱정 없이, 그 결과만 리포트로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추후 고객사의 해외 주문 규모가 성장한다면 현지 법인설립을 위한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마케팅 대행 서비스인데요. 엔터라운드는 미국과 일본의 마케팅 대행사와 연계하여 현지 인플루언서를 연계한 콘텐츠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엔터라운드는 판매자 및 브랜드의 마케팅 방향에 따라서 현지 인플루언서 리스트를 제공하는데요. 그렇게 선택한 인플루언서와 마케팅 비용 협의 및 계약 체결을 지원합니다. 이 외에도 판매자 및 브랜드가 희망한다면 현지 팝업스토어 오픈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떻게 물류회사인 저희가 마케팅 대행 서비스를 만들 수 있냐고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저는 2~30대 시절 일본과 관련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그때부터 일본 현지 MCN(Multi Channel Network) 관계자 분들과 인연이 돼서 서비스 구축을 위한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죠. 현재 엔터라운드의 일본 마케팅 대행 서비스 파트너사인 ‘비터프’도 그때부터 인연이 됐던 회사입니다”

- 권용범 엔터라운드 대표

엔터라운드에 따르면 현재 한 향수업체 고객사는 직원 숫자가 대표를 포함하여 2명밖에 없는데요. 엔터라운드의 해외 특송, CS, 현지 마케팅 대행을 포함한 통합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단 두 명의 인력만으로 해외 진출 및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전언입니다.

“화주사의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서 물류사 역시 좋지 않은 말로를 맞이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렇다면 물류회사가 화주사의 물량 창출을 지원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현지에서 우리 고객사의 주문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물류기업인 우리가 마케팅을 제안하여 고객사의 물량을 견인하는 구조로 말이죠. 자연스럽게 물량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현재 일본과 미국에서 마케팅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이고, 말레이시아 역시 언제든 사업 개발이 가능하도록 준비해놓았습니다”

- 권용범 엔터라운드 대표

페덱스, DHL보다 60% 저렴한 단가

마지막으로 엔터라운드가 강조하는 경쟁력은 어떻게 보면 물류의 본질이라 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엔터라운드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B2C 특송 서비스를 기준으로 일본까지 고객 주문 이후 평균 3.5~4일 정도 걸리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본의 경우 향수, 매니큐어 등 일부 항공운송이 불가한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항공운송을 연계하여 현지 고객까지 배송하는데요. 이는 일본까지의 항공운송이 해상운송과 비교하여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단가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엔터라운드는 미국까지 평균 9~14일 정도 걸리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DHL과 페덱스가 빠르면 2일 안에 현지 고객까지 도착하는 국제특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왜 이렇게 느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엔터라운드는 USPS를 포함하여 현지 네트워크를 조합하여, DHL과 페덱스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여 60% 이상 저렴한 국제물류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엔터라운드의 미국 고객 조사 결과 해외 직구 상품의 경우 어느 정도 느린 배송이 수용되는 경향이 발견됐기 때문인데요. 이와 별개로 엔터라운드는 특송사 UPS와 연계하여 빠른 특송 서비스 역시 고객사의 선택지로 열어두고 있습니다.

“저희는 미국향 B2C 물류 서비스에 대해선 느리지만 저렴한 배송 옵션과 빠르지만 비싼 배송 옵션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이면 100, 저희 고객사들은 저렴한 옵션을 선택하더군요. 이렇게 하면 기존 페덱스, DHL을 통해 3만원으로 발송하던 화물을 9000원 정도로 보내는 것이 가능해지는데요. 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것보다는 절감한 물류비를 바탕으로 광고비를 더 많이 태우는 선택을 하는 고객사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권용범 엔터라운드 대표

엔터라운드는 올해 연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국내 물류와 해외 물류에 대한 분산 관리 공수를 줄여주는 ‘재고 일원화 시스템’에 대한 고객사 반응이 좋다는 평가인데요. 대표적으로 현재 월 5만 건 이상 국내 출고량을 보유한 한 뷰티 브랜드 운영사가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엔터라운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류 서비스는 엔터라운드의 본질인 만큼 앞으로도 부단히 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강조사항인데요. 그의 포부를 들으며 콘텐츠를 마무리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물류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서비스입니다. 물류비 부담이 크면 클수록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브랜드사는 물류비용을 줄이고자 하고요. 저희가 DHL, 페덱스를 쓰지 않고 다른 파트너와 협력하여 물류비 부담을 줄인 운영 프로세스를 구축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원활한 서비스도 우리가 갖춰야 할 기본 역량입니다. 특히 해외 소비자들은 직구 상품이 잘 도착할지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에 ‘배송 트래킹’에 대한 니즈가 큰데요. 우리는 한국 창고에서 공항으로 출발할 때, 항공기에 선적 및 하역할 때, 현지 택배사에 인계할 때, 최종 고객에게 도착했을 때까지 스캔 포인트를 바탕으로 배송 프로세스를 추적하여 해외 현지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고객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요. 물류는 마땅히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시스템 개발 및 운영 역량 고도화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권용범 엔터라운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