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부터 말하면 현재 체인로지스는 해당 서비스를 완전히 접었습니다. 김 대표는 “온라인 주문으로 실시간 발생하는 고객 물동량에 산발적으로 집화 대응하다 보니까 물동량의 권역 밀집도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결국 체인로지스 입장에서는 당시 당일배송 서비스 운영 효율이 나오지 않았고, 여기 따르는 ‘비용’이 감당이 안됐던 것입니다.
이에 체인로지스는 고객사의 출고지에서 직접 픽업하는 서비스를 제한했고요. 체인로지스가 정한 배송 회차 타임라인별로 고객사의 물량을 일괄적으로 대량 집화하는 형태로 운영 프로세스를 바꿨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물량의 밀집도를 높여서, 라이더 한 명의 시간당 배송처리 건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체인로지스의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그리고 체인로지스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익을 ‘더 낮은 당일배송 단가’를 만드는 데 투자했죠.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체인로지스는 택배 단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물론 택배 단가 협상력이 좋은 대형 화주사의 경우 체인로지스의 당일배송 서비스 단가는 여전히 택배보다 비쌀 수 있지만요. 협상력이 부족한 소형 화주사의 경우 심지어 ‘택배보다 저렴한 단가’에도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에 가까운 퀵서비스는 접고, 대량 집화를 바탕으로 비용을 통제하여 맞추는 방향으로 저희 서비스를 개편했습니다. 이후에는 당일배송 단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했습니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저희 평균 영업단가가 3000원대에 형성됐는데요. 이것을 계속 택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택배를 쓰고 있던 이커머스 화주사들의 당일배송 서비스 전환을 더 쉽게 만들기 위함이었고, 실제 그간 저희가 만나볼 수 없었던 많은 화주사들이 고객사로 합류했습니다. 2024년 두 배 가까웠던 저희 매출 성장률의 이유입니다”
-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물량’은 어떻게 만들어요?
사실 체인로지스의 택배보다 저렴한 당일배송 서비스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량 창출’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회차 배송이란 말 그대로 여러 회차로 나눠서 배송차량을 출차 시키는 것인데요. 충분한 물량과 주문 밀집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회차 배송은 오히려 종전보다 큰 운영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량이 고정됐다는 전제하에 회차가 쪼개지면 라이더 한 명이 배송하는 물량은 줄어들고 담당하는 권역이 넓어질 것은 자명하니까요. 라이더 한 명의 시간당 주문 처리량 역시 오히려 전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체인로지스가 이러한 물량의 숙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일배송 서비스 니즈가 분명한, 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플랫폼 트래픽을 갖춘 화주사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화주사들은 단기간에 대량의 고객 수요를 만들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거점별 운영 효율성을 빠르게 안정화시켰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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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서두에 이야기했던 CJ올리브영 같은 이들이 권역 효율화를 위한 최소한의 물동량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했고요. 초기 당일배송 서비스 권역 셋업을 마치면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다른 기업들의 물량을 영업하여 추가 투입 하면서 운영 효율을 끌어올려 나갔다는 설명입니다. 동시에 늘어난 물량에 따라 라이더 한 명에게 할당하는 권역을 재조정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했고요.
“초기에는 저도 마냥 아이디어만으로 막무가내 서비스를 밀어붙인 경향이 없지 않았고, 그래서 적자 폭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후 어느 정도 물동량이 올라오면서 주문 숫자를 기반으로 권역을 나누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니까 한 배송 담당 라이더가 저희 물류 거점을 시작점으로 출발해서 담당 권역을 다 돌고 오는 회차 물량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는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요. 지금은 라이더의 담당 권역이 제가 처음 짰을 때보다 1/5 정도 크기로 줄어든 것 같습니다.
물동량 증가에 맞춰서 권역을 재설정하는 작업은 여전히 계속 진행하고 있고요. 수요 증가에 맞춰 추가적인 물류 거점 오픈을 반복함에 따라서 물류 난도는 점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물동량의 규모와 배송 권역의 조정,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허브앤스포크 구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짜느냐가 아닌가 싶습니다”
-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지속 가능한 건가요?
물론 체인로지스는 여전히 서비스의 손익분기점(BEP)을 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물류 서비스로 버는 매출보다 쓰는 비용이 더 많다는 이야기고요. 이건 사실 체인로지스뿐만 아니라 국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동일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택배보다 저렴한 당일배송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우려로 남아 있고요.
이에 대한 김동현 대표의 답변은 “고객 경험은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는 확신입니다. 고객 입장에선 택배보다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고요. 과거 당일배송 서비스가 쉽게 확장되지 않았던 이유는 운영비용에 대한 기업의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었는데, 이 또한 택배 가격 수준으로 저렴한 당일배송 서비스의 등장으로 많이 해소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더군다나 기업 입장에서 당일배송 서비스 도입에 대한 비용 이상의 효율이 명확하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고객 입장에서 빨리 받아서 싫은 물건은 없습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취급하는 물건의 성질에 따라 운영 난도와 비용 상승이 걱정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거죠. 어쨌든 당일배송 운영비용은 일반 물류에 비하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비용을 투자하고 나서 뭘 얻을 수 있는지 우선 고려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당일배송 서비스 도입을 고민한다면 살펴볼 지표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일반 택배 물류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에 비해 ‘구매 전환율’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또 ‘활성화 고객 숫자’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이고요. 실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100% 당일배송 서비스 도입으로 매출이 증가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업체들은 꽤나 많아서 저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서비스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내는 업체들을 보면 장바구니 사이즈가 생각보다 크게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당일배송 서비스를 통해 구매하는 상품 숫자가 두어개 정도였는데, 최근 들었을 땐 4개가 넘어버린 고객사도 있으니까요. 이건 이 기업이 당일배송 가능한 상품 구색을 늘렸기에 일어난 변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당일배송 제공 여부를 인식하는 고객들이 많아져서이기도 하거든요. 실제 저희가 수집하는 고객 리뷰를 통해서도 검증이 되는데, 고객사 상품 페이지에 쌓인 당일배송 서비스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들이 다시 한 번 고객사의 활성 고객 숫자와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주문 취소율도 감소하고요”
-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한 편에서 체인로지스의 운영비용 부담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체인로지스가 지출하는 고정비는 물류 거점에 대한 임차료가 늘어난 것 외에는 거의 없고요. 이 외에는 전부 주문 건수에 따른 ‘변동비’인데, 이 역시 분기를 거듭할 때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당일배송 권역별 물동량’과 ‘고객 주문의 밀집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효율이라고 하는데요. 김 대표에 따르면 지금 추세로 개선이 계속 이뤄진다면 올해 4분기에는 ‘월간 흑자’, 내년에는 ‘연간 흑자’ 달성 또한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저희 올해 목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국 당일택배 론칭입니다. 올해 전국 택배 물량의 75%를 커버할 수 있는 주요 지역까지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요. 두 번째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한 27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3월까지는 목표치를 채우고 있어서 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고요. 마지막은 저희가 작은 숫자이긴 하지만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긴 해서요. 올해 11~12월 즈음에는 월간 흑자를 달성하고, 내년에는 연간 흑자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사실 여기까지 정리한 내용은 지난 3월 있었던 ‘커넥터스 밋업’에 특별 게스트로 참가한 김동현 대표와 제가 나눴던 대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날 현장에는 CJ올리브영, 다이소, 쿠팡 등 실제 당일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수요기업 실무자들은 물론 당일배송 서비스 진출 및 협업 니즈가 있는 다양한 커머스 및 물류, 솔루션기업들의 대표자 및 실무 책임자 여러분이 참가했는데요. 아무래도 한정된 지면과 어른의 사정으로 모두 다루진 않았지만, 이보다 더 깊고 농밀한 이야기들이 현장에서 오고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분들이 있을까봐 싶어 준비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2024년 연매출 기준 500억원이 넘은 식자재 유통 플랫폼이죠. 소비 침체가 무색하게 전년 대비 47%의 매출 성장을 달성한 오더히어로 이원석 대표를 특별 게스트로 초청한 밋업이 25일 열립니다. 벌써 준비한 여석의 절반 이상이 마감됐는데, 관심 있는 분이라면 서둘러서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참가비용은 고작 4만원이지만요. 이미 수억원 이상 가치의 비즈니스 협업이 커넥터스 밋업 안에서 만들어졌을 정도로 그 가치는 증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