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택배 본사와 대리점 사이엔 “주7일 배송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합의가 존재합니다. 이 두 사업자는 수년에 걸쳐 쿠팡이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양측 임원급 고위관계자는 “택배 업계가 노사 갈등을 비롯해 혼란스러웠던 반면 쿠팡은 독주를 이어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여 쿠팡으로선 기본값인 주7일 배송 도입을 택배사들이 더 이상 늦추면 그만큼 물량 이탈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에 “선택이 아닌 필수”란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양측이 최근 갈등을 겪는 이유는 택배 단가 인상 때문입니다. 모 택배 대리점 점주는 “최근 CJ대한통운의 택배 단가 인상으로 인해 월 수십만 건의 물량을 타 택배사에 빼앗겼다”며 “주7일 배송과 택배 단가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주7일 배송으로 현장의 혼란이 만만찮은 와중 단가 인상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건데요.
CJ대한통운은 택배 출고량과 무게, 부피에 따라 구간별 300원 인하에서 100원 인상까지 새로운 가격 정책을 도입했는데요. 관련해 직영이 아닌 타 대리점의 경우 “이에 맞춰 단가 인상을 진행하지 않으면 적자가 날 것”이란 입장이고요. CJ대한통운 측은 “인건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한 것”이란 입장입니다. 주7일 배송에 대한 운영비 부담을 대리점과 기사들에게 전가하는 게 아닌가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인 거죠.
2. 대리점과 기사 간 갈등
그럼에도 대리점 측 역시 지속적인 물량 감소에 주7일 배송 외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인데요. 그러다 보니 소속 택배기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주7일 배송, 특히 주말 배송을 위해 2인에서 4인까지 조를 편성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빈틈없이 배송 인력을 배치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택배기사들의 불만은 명확합니다. 첫째, 비록 주간 수익이 감소할 지라도 주말에는 휴식하고 싶은 기사들까지 동원돼 주말배송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이고요. 둘째, 안 그래도 물량이 시원치 않은 요즘, 주말배송은 절대적인 물량도 적을 뿐더러, 더 낯설고 더 넓은 권역을 담당해야 하기에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일례로 택배기사 A씨가 쉬는 날엔 택배기사 B씨가, B씨가 쉬는 날엔 A씨가 서로의 주말배송 물량과 권역을 담당해야 하는 건데요. 100~150건의 비교적 적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두 사람 몫의 더 넓은 권역을 누벼야 하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반응입니다. 만약 조원이 3인, 4인으로 늘어나면 그 고통은 배가 된다고요.
그럼에도 여러 대리점에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주7일 배송이 미래’라며 소속 택배기사들을 설득하고 있다는데요. 당장 기사들은 주7일 배송 시행 이후 딱히 전체 물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주말 근무 효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으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요. 더군다나 CJ대한통운 대리점에서는 본사 단가 인상 이슈로 타사에 물량을 뺏긴다? 정말 속터지는 거죠.
3. 기사와 기사 간 갈등
취재에 응한 택배기사님들의 반응은 양측으로 엇갈렸습니다. 역시 “주7일 배송이 아니면 미래는 없다”라는 주장이 있었던 반면, “우리는 본사가 원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노예가 아니다”란 주장 역시 다수였는데요. 이에 대해 한 택배 업계 관계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과도기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의미냐면요. 이 모든 전제에는 ‘주7일 배송은 필연’이란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취재에 응한 택배기사님들 중에서도 주7일 배송의 필요성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현장의 기사님들이야말로 최근의 불경기와 물량의 쿠팡 쏠림 현상에 대해 누구보다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지금의 고통이 끝내 전통 택배 업계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과 “그 과도기에서 왜 내가 고통받아야 하는가”란 의견이 서로 맞부딪히고 있는 거죠.
이러한 갈등 속에서 택배조노는 한진택배의 주7일 배송 시범 운영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고요. 한진택배 측은 “급변화한 택배시장 대내외 환경에서 모두가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주7일 배송을 테스트 중이란 입장입니다. 취재에 응한 택배기사 중에는 “노조 측 입장과 본사 측 입장 모두 이해된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즉, 주7일 배송의 이상향에는 본사와 대리점, 기사 모두 동의하지만요.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합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4. 간선 운송 노동자들은 어떤지?
한편 택배를 비롯한 화물 간선 운송 업계에서는 “(주7일 택배 배송 확산 이전부터) 이미 주7일 근무는 일상”이란 반응입니다. 특히 주말이나 야간 운송의 경우 필요할 때마다 차량을 수배하는 ‘용차’ 방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요. 간선 물류에서 택배 주7일 배송 활성화는 그만큼 일감이 늘어난다는 의미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고요. 차주 각각이 개별사업자로서 비교적 자유로운 조건이라 마찬가지로 개별사업자이지만 정해진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택배기사와 다른 입장이라고요.
정리하면 주7일 배송의 여파는 택배시장 전반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쿠팡에 맞서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각각의 이해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역시나 긴 시간 유지해 오던 기존 택배시장의 업무 방식과 꽤 다른 형태이기에 과도기적 모습을 띠는 게 아닐까 하는데요. 택배 주7일 배송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각종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