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낫] ‘합포장’에 못 살겠다는 쿠팡 택배기사들, 정말 비용절감 되나요?

2025. 7. 2.

“합포장 때문에 못 살겠어요”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커넥트레터로 인사 드리는 신승윤입니다. 근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 택배기사(퀵플렉서)들의 불만 섞인 제보가 늘었습니다. 그간 퀵플렉서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커넥터스에서도 여러번 다룬 바 있는데요. 이번 이슈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왜냐면 타사 택배기사들까지 본인에게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최근 쿠팡 주문 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합포장’ 건에 대해 알아봅니다.

쿠팡 퀵플렉서들에 따르면 근 한달간 쿠팡 물량의 상당수가 합포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쿠팡 측은 최근 자사 비닐포장재 MBP의 용량 구분에 6호와 7호를 추가했고요. 종이 상자의 경우 대형상자에 같은 종류 상품을 여럿 묶어 하나로 만들고 있다는데요. 말로만 들었을 땐 ‘이게 뭐가 문제지?’ 싶으실 겁니다. 현직 쿠팡 퀵플렉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MBP 7호 비닐 안에 라면 박스가 2개씩, 24캔 짜리 콜라 박스가 3개씩 들어있어요. 종이 상자 포장 구분 중 ‘WB7’ 앞에는 ‘헤비’가 붙기 시작했는데요. 이 헤비 WB7 안에는 A4용지 상자가 2~3개씩, 각종 음료 세제 박스가 4개씩 들어가 있습니다. 한숨밖에 안 나오는 무게와 부피거든요.

거기다 요즘은 전혀 다른 이형의 상자를 테이프로 붙여 놓고선 한 건으로 처리하고 있어요. 이에 간선 기사님이나 우리 같은 퀵플렉서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부피와 무게도 짜증이 나는데 이형이다 보니 들어 옮기기가 쉽지 않고요. 파손 위험까지 있으니 골치가 아픈 거죠”

- 현직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 A씨

관련해 쿠팡 내부 관계자와 경기도 모 캠프 관리자는 “본사에서 전략적으로 합포장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게 맞다”라고 전했습니다. 분명 해당 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많다고 판단한 듯한데요. 반대로 배송 현장의 간선기사와 퀵플렉서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 또 해당 이슈가 쿠팡을 넘어 국내 택배시장 전반에 끼칠 영향은 없을지 확인해 봤습니다.

쿠팡 로켓배송으로 받은 음료수 상자. 두 개의 상자를 단일 건으로 포장해 배송하고 있었다. ⓒ커넥터스

쿠팡의 배송 물량은 점차 건당 부피가 커지고, 무게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퀵플렉서들의 반응이다. ⓒ독자 제공

AI가 답해준다면 : 운영비 절감을 위한 선택

먼저 인공지능(퍼플렉시티 프로)에게 쿠팡의 합포장 전략은 어떤 이유에서 본격화된 것인지 물었습니다. 관련해 인공지능은 쿠팡이 운영비 절감과 물류 효율화를 위해 합포장 전략을 선택했으며, 따라오는 문제점 및 한계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1. 합포장 전략의 배경과 효과

1) 운영비 절감

여러 상품을 한 번에 묶어 배송하면 배송 횟수와 포장재 사용량이 줄어들어 전체 운영비가 절감됩니다. 기존에는 상품별로 개별 포장·배송해 인건비와 포장재 비용이 더 많이 들었으나, 합포장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포장재, 인건비, 배송비 등 물류비용이 절감되어 쿠팡의 전체 비용 구조 개선에 기여합니다. 실제로 물류비 비중이 15%에서 13%대로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 물류 효율성 강화

합포장을 통해 배송기사 1명이 한 번에 더 많은 상품을 운반할 수 있어 동선이 최적화되고, 전체 배송 과정이 간소화됩니다. 이는 쿠팡의 풀필먼트 인프라와 연계되어, 마켓플레이스 셀러들의 재고를 한 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합니다.

3) 친환경 이미지 제고

비닐 등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에코백 등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시범 운영도 합포장 전략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포장재 절감은 환경오염 저감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포장재 사용량 감소로 폐기물 발생이 줄고, 친환경 포장재 사용 확대 시 환경오염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2. 문제점 및 한계

1) 배송기사 부담 증가

여러 상품을 한 번에 묶다 보니 무게가 30kg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배송기사의 노동 강도와 부상 위험이 커졌고, 건당 운임만 지급되어 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2) 소비자 불편 및 파손 위험

무리한 합포장으로 인해 배송 중 포장재가 찢어지거나, 내용물이 파손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오히려 포장재가 더 많이 쓰이거나, 환경적 이점이 반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경쟁사 대비 차이

CJ대한통운 등 경쟁사는 합포장 무게를 15~20kg으로 제한하는 반면, 쿠팡은 30kg까지도 한 건으로 처리해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습니다.

AI도 모르는 이야기들 :

몸만 힘든 게 아니라니까요

취재에 응한 쿠팡 퀵플렉스 간선기사, 택배기사들은 합포장 이슈에 관해 먼저 “몸이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라고 말했지만요. 차라리 이게 다라면 견뎌 볼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들의 업무 효율과 함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적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시간당 수입 감소

합포장을 통해 쿠팡 본사의 물류 운영 효율이 올라간다는 말은 즉, 퀵플렉스 기사들의 배송 단가는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러 건으로 처리해야 할 음료 상자와 대용량 휴지, 쌀, 세제 등을 한 건으로 처리하기 때문에요. 그만큼 배송 건당 단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실제 퀵플렉서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합포장 증가로 인해 같은 일을 하면서 수익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한 쿠팡 퀵플렉스 택배차량에 부피가 큰 화물이 들어찬 모습 ⓒ커넥터스

2. 라스트마일 배송 효율 저하

인공지능은 합포장이 증가할수록 쿠팡 풀필먼트 인프라 효율이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는데요. 당장은 그렇지 않다는 게 쿠팡 퀵플렉스 간선기사들의 설명입니다. 모 기사는 “합포장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추가 작업이 늘어나고, 그만큼 캠프에 간선물량 도착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고요. 그만큼 단기 용차 사용 빈도도 늘었다 합니다.

이처럼 간선물량 입고가 늦어지면 라스트마일 배송을 담당하는 퀵플렉서, 특히 야간 작업자들의 퇴근 시간은 더 지연됩니다. 추가로 물량별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면서 분류 및 상차작업 난도가 함께 올라갔다는데요. 10kg이 넘으며 배가 터지기 시작한 프레시백, 손잡이가 없어 들기 어려운 대형상자, 각종 이형 화물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요. 이를 차량 내 효율적으로 싣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전했습니다.

“저상탑차나 스타렉스 등을 활용하는 퀵플렉서들의 고충이 말이 아닙니다. 점점 물량의 부피와 무게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적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무거운 데다 부피까지 크니 차곡차곡 쌓는다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요. 그만큼 차량 내 버리는 공간은 늘어나고요.

이는 퀵플렉서의 하루 배송 일과 전체에 큰 손해를 입힙니다. 본래 1회차 배송으로 끝낼 수 있는 물량을 2~3회에 걸쳐 배송하게 되는 거죠. 수입 감소를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퀵플렉서 중에는 사비를 들여 차량을 개조하거나, 새 차량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 현직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 B씨

쿠팡 내부 관계자에 의하면 합포장 건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본사의 비용 절감 때문이라는데요. 과도기라 볼 수 있는 현재 미들마일, 라스트마일 현장의 비용은 역으로 늘어나는 추세고요. 어쩌면 쿠팡 본사가 절감한 비용만큼 협력사들의 비용 부담은 늘었을 수 있겠습니다. 한 쿠팡 퀵플렉서는 “그간 물량을 늘려준다며 건당 배송 단가를 낮춰왔는데, 시간당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며 “너무한 거 아니냐”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3. ‘쿠팡식 합포장’이 택배업계를 덮친다면

해당 소식에 쿠팡 퀵플렉서만큼이나 긴장하고 있는 건 타사 택배기사들입니다. 기사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다방면으로 공유하고 있는데요. 최근 퀵플렉서들이 합포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타사 택배기사들 역시 “우리 회사가 쿠팡식 합포장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 큰일 나겠는데”라 걱정하고 있다고요. 왜냐면 쿠팡이 택배업계 1위를 차지하며, 이들의 운영 방식이 점차 업계 표준처럼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인공지능의 설명처럼 현재 CJ대한통운을 포함한 국내 택배사들은 물건 무게와 부피에 따라 추가 운임을 제공하고, 합포장 물품 무게 역시 최대 무게를 제한하는 정책(가로·세로·높이 합 160cm 미만, 20kg 미만)을 시행 중입니다.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똥짐(크고 무거운 데 돈은 안 되는 물량)’을 피하기 위해서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을 택하고요. 특수 및 이형 화물을 취급하고 싶다면 로젠, 경동택배 등 중소 택배사에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죠.

경동택배 차량에서 하차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 대부분이 부피가 크고 무거운 화물이다. ⓒ커넥터스

그런데 만약 쿠팡이 최근의 합포장 전략을 활용해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본다? 다른 택배사 역시 해당 전략을 채택할 수 있겠고요. 이렇게 등장한 합포장 물량을 실제 배송해야 하는 건 택배기사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관련해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그간 쿠팡 물량의 포장재 활용 비중은 비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로 인해 전체 물량의 규모 역시 일정 부분 부풀려진 것이 있을 텐데,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합포장 실험과 함께 비용 절감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게·부피 기준에 따른 추가 운임 등 새로운 보상 제도 역시 등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과연 쿠팡은 지금도 활발히 이뤄지는 중인 합포장 실험을 통해 기존 택배사와 같은 기준을 채택할까요, 아니면 늘 그랬듯 자신들만의 운영 기준을 만들어 낼까요? 택배를 포함한 물류업계 전체가 쿠팡식 합포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계속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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