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미국행 EMS가 멈췄습니다. 미국 정부의 전자상거래 우편물에 대한 소액면세 제도 드 미니미스(De Minimis) 폐지로, 800달러 이하 직구 상품에도 15% 관세가 붙기 시작한 영향입니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EMS는 규제 변화로 인한 DDP(Delivered Duty Paid, 관세지급 반입인도 조건)를 처리할 만한 행정적, 기술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결국 서비스 중단을 택했습니다.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통째로 바뀐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뷰티의 청운은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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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아, 티르티르, 조선미녀, 코스알엑스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수천억 원 매출 신화와 엑싯(Exit, 기업 매각 및 상장) 사례를 증명한 뷰티 브랜드들의 공통 분모는 바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한 사례들이 쌓이며, K뷰티는 이미 검증된 카테고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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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의 공기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K뷰티가 뜬다는 것을 인지한 현지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업체가 선점한 포지셔닝을 공략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틱톡 마케팅을 전개하는 에이전시 아웃랜디쉬(Outlandish)의 안하연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 뷰티 브랜드를 혁신적이고 순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인 제품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오디너리(The Ordinary), 세라비(CeraVe) 같은 미국 브랜드들도 K뷰티와 비슷한 포지셔닝으로 따라오고 있어요. 이제는 K뷰티라는 타이틀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 또한 현지 소비자에 맞춘 전략이 필요합니다”
- 안하연 아웃랜디쉬 매니저, K셀러 틱톡샵 진출 전략 웨비나 발표 中
설상가상으로 물류비용까지 폭등했습니다. 드 미니미스 폐지에 따른 EMS 중단의 공백을 메우는 건 특송사인데, 수요가 몰리자 이들도 일제히 운임을 인상했습니다.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의 말입니다.
“저희가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원래 EMS로는 1만 원 정도면 보낼 수 있었던 제품이 지금은 6만8300원까지 비용이 발생합니다. 드 미니미스 폐지로 관세 15%가 붙고, 대납 수수료와 특송 대응 수수료가 추가됐기 때문이죠. 페덱스는 국제 특송 처리 수수료를 1.5불에서 2.5불로 인상했고, UPS도 주요 서비스 수수료를 2.5불로 인상하면서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라갔습니다”
-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 K셀러 틱톡샵 진출 전략 웨비나 발표 中
양 대표에 따르면 불과 얼마 전까지 60달러 이상 구매한 미국 현지 고객에게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전략이 통했지만, 지금은 늘어난 원가로 인해 계산이 달라졌습니다. 설령 향후 EMS가 재개되더라도 관세와 늘어난 국제 수수료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비용 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미국 시장의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K뷰티. 그러나 이제 브랜드 스토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가와 물류 구조라는 이중 난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현지 물류센터가 뜬다?
물류업계에서 제시하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미국 안에서 배송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많은 브랜드들은 EMS나 특송으로도 충분히 미국 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800달러 이하 무관세라는 특혜가 있었고, 재고관리도 국내에서 한 번에 하는 편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에 입점한 경우에만 그들이 구축한 풀필먼트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활용하는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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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EMS가 멈추고, 특송 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현지 물류 운영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그 이유는 플랫폼들의 SLA(Service Level Agreement)와 맞물립니다. 아마존과 틱톡샵은 미국에서 뷰티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플랫폼으로 꼽히는데요. 이 두 플랫폼은 모두 입점 브랜드에 대한 배송 수준에 대한 요구치가 매우 높습니다.
요컨대 아마존만 입점한다면 아마존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겠지만요. 틱톡샵, 쇼피파이로 구축한 자사몰 등 아마존 외에도 멀티채널 판매를 하는 브랜드라면, 이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현지 3PL 업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만약 브랜드가 아마존과 틱톡샵을 이원화된 물류로 운영한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데이터가 깨지고, 브랜드 인지도까지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을 통해 구매했을 때는 빨리 오는데, 쇼피파이를 통해 구매한다면 5~8일이 걸린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이때 필요한 것이 아마존 수준의 배송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현지 3PL 업체와의 협력입니다. 마치 한국에도 쿠팡이 있지만, 네이버나 카페24가 물류기업들과 협력하여 쿠팡 수준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만드는 것처럼요”
-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물론 현지 물류센터가 정답만은 아닙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높은 작업비와 라스트마일 배송비라는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가 광대한 미국에서 센터 하나만으로 전국을 커버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전국 단위의 비교적 표준화된 택배 요금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거점 하나로는 택배비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전국 택배비가 동일한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존(Zone) 단위로 택배비를 과금합니다. 존1부터 8까지 거리에 비례하여 택배비가 올라간다고 보면 되는데요. 그래서 물류센터 하나만 운영하는 업체를 사용하면, 높은 수준의 라스트마일 비용이 과금될 수 있습니다”
-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
그래서 필요한 대안이 바로 물류센터 다변화입니다. 지역별 거점을 늘리면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라스트마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테크타카는 현재 LA 물류센터 외에도 올해 동부, 내년 중부 센터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라스트마일 비용을 약 14%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물류센터 작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도 다변화는 필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미국 물류센터 작업비용은 높습니다. 때문에, 작업비가 저렴한 국가 거점에서 미리 제품 포장, 영문 라벨링, 홍보물 삽입 등 임가공 작업을 하는 것이 전체 비용 절감을 하는데 유리하다는 평가입니다. 테크타카 역시 한국 물류센터에서 미국 소비자 발송에 필요한 ‘임가공’ 작업을 대행하는데, 이를 통해 미국 대비 70%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국내외 여러 물류 거점을 다변화하여 활용한다고 해도, 결국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디지털 역량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일단 국가별 물류거점을 직접 구축, 운영하는 것은 꽤나 큰 비용을 수반합니다. 이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물류업체들과 협력이 필요한데, 서로 다른 물류기업들이 운영하는 거점을 하나처럼 운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각 판매채널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통합 관리하고, 채널별 서비스 요구 수준에 맞춰서 발송하며, 재고를 가시화하여 관리할 수 있습니다. 테크타카를 비롯한 많은 미국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통합 관리 시스템’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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