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익스프레스에게 한국은 단순히 ‘규모’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닙니다. 사실 규모로 본다면 중국을 넘을 만한 시장은 찾기 어렵죠.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만큼 중국은 전 세계 공급망의 시작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익스프레스는 한국을 ‘가치’와 ‘역량’ 중심의 핵심 거점이자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배경에는 한국 산업 구조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뷰티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들은 공통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요구도 복합적입니다. 이는 SF익스프레스가 중국 안에서 성장을 만들었던 시장 특성과 유사하며, 동시에 SF익스프레스가 말하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구조를 실험하기에 적합한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 세계적인 ‘K 콘텐츠’ 열풍을 타고 한국 뷰티, 패션, 식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는 브랜드, 플랫폼들의 도전이 한창입니다. 이들은 크로스보더 공급망을 통합하고, 포워딩과 창고, 배송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둡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소액면세 폐지 등 무역 규제 변화로 현지 물류센터 운영이 하나의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죠. 다시 말해 SF익스프레스에게 있어 한국은 ‘많이 처리하는 시장’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잘 처리해야 하는 시장’에 가깝습니다.
“저희가 현재 협력하는 한국 뷰티 브랜드 고객사 중 하나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같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 창고를 운영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고, 우리는 이를 해결하는 글로벌 공급망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는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 중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는 패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을 비롯한 한국 내 1만 3500여개 화주사들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향후 SF익스프레스는 글로벌, 또는 지역 허브를 운영하고자 하는 브랜드, 그리고 크로스보더 판매자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첨단 제조, 뷰티, 바이오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수요가 높은 특화 산업 분야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들과 협력하여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같이 만들고자 합니다”
- 이솽 SF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
SF익스프레스 본사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복제하는 시장이 아니라, 국제화 역량과 크로스컬처 운영 능력을 축적하는 실험장이자 기준점에 가깝습니다. 실제 SF익스프레스는 한국 고객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위해 한국지사 인력의 90% 이상을 한국 국적 직원으로 구성했습니다. 한국식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구조를 전제로 고객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봤기 때문입니다. 운임 요율과 서비스 역시 중국의 프리미엄 배송과는 다른 한국만의 기준을 정립했습니다.
“한국지사는 아직 중국 본사만큼 규모의 성장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우리는 대형, 중견, 중소 기업군을 가리지 않고 함께 성장하고, 협력하려고 합니다. 만약 고객이 비용 측면에 고민이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 고민을 해결할 것입니다. 혹은 서비스 품질 기준이 높은 고객이 있다면 이에 투자할 의향도 있습니다. 실제 우리 회사의 한국 시장 운임도 DHL이나 페덱스, 심지어 중국 물류회사와 비교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오히려 더 저렴한 경우도 있습니다”
- 이솽 SF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
CHAPTER 4.
물류에 집중하겠다는 다짐
SF익스프레스의 전략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경계선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이 회사는 공급망 전반을 설계한다고 말하면서도, ‘상거래’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합니다. 물류로 커머스를 돕되, 커머스가 되지는 않겠다는 선택입니다.
이솽 SF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 지점을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물류 영역을 넘는 직접적인 세일즈나 판매 개입은 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고객사에 필요한 글로벌 유통채널 연결이나 제휴 파트너를 소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SF익스프레스 스스로가 물류를 넘어선 서비스의 주체가 되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물류사가 유통이나 판매에 관여하는 순간, 고객과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은 단기적으로 보면 기회를 포기하는 결정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SF익스프레스는 이 경계가 오히려 장기적인 신뢰의 전제 조건이라고 판단합니다. 물류 파트너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명확할수록 고객은 공급망의 핵심을 맡길 수 있다고 본 겁니다.
2026년을 기점으로 SF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그리고 있는 그림도 이런 방향성과 유사합니다.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선명한 물류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국향 K-POP 물류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지면서, 일본향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합니다. 나아가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중소 제조사와 브랜드를 위한 공급망 솔루션을 제공하며, 북미·유럽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확장까지 지원합니다.
SF익스프레스는 올해 인천공항에 부지를 확보하여 신규 보세창고를 착공할 예정인데, 이렇게 된다면 한국을 출발점으로 어저우 허브공항과 중국 전역, 나아가 전 세계 거점을 연결하는 서비스는 더욱 탄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