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익스프레스는 한국 물류업계에서 꽤 오래 활동한 회사입니다. 한국 법인은 2011년에 설립됐고, 인천 영종도에 운영 중인 약 1만5000평 규모 물류센터를 비롯해 여러 물류 거점을 국내에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이 회사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습니다. 중국 특송 회사. 대체로 이 정도였죠.
실제로 SF익스프레스는 한국에서 대외적인 PR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물류 실무자들이 개별 미팅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 전략을 접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기자나 파트너사를 공개적으로 초청해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행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지난달 24일 SF익스프레스와 함께 진행한 커넥터스 밋업에는 약 80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모였습니다. 사실 더 많은 분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제한된 좌석 때문에 모집은 1주일 만에 조기 마감됐습니다. 이번 밋업이 SF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비교적 공개적인 형태로 전략을 설명한 드문 자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업계의 궁금증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잠깐 밋업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발표 내용을 요약해보겠습니다. SF익스프레스는 1993년 중국 광둥성 순더에서 출발한 물류기업으로, 현재는 B2C 특송과 B2B 포워딩, 창고 운영, 라스트마일 배송, 공급망관리 등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F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약 60조 원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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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국 후베이성 어저우(Ezhou)에 위치한 화물 전용 공항을 중심으로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자체 화물기 10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물류 거점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팝마트, 무신사, 지마켓 등 약 1만300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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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익스프레스는 어저우 공항이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인천에서 1,250km) 초대형 항공화물 허브라 강조한다. ⓒSF Ex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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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더 흥미로웠던 것은 발표 자체보다 이어진 질문 시간이었습니다. 한 글로벌 물류 설비 기업 관계자는 공급망, 재고 자산을 담보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SF익스프레스의 공급망 금융(Supply Chain Finance) 서비스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임원은 동남아 물류 리드타임과 경로를 질문했습니다. 또 다른 커머스 솔루션 기업 임원은 글로벌 셀러를 위한 특송 서비스 API 연동 가능성을 확인했고, K뷰티 브랜드 실무자는 글로벌 창고 운영 사례와 한국 고객 레퍼런스를 물었습니다.
질문들은 제각각처럼 보였지만, 사실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SF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실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인지를 묻는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질문들이, 지금 한국 커머스 업계가 글로벌 공급망을 아우르는 물류기업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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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SF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밋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답변 중 하나는 SF익스프레스 중국 본사에서 한국을 방문한 맹신 리(Mengxin Li) 부장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SF익스프레스가 UPS, 페덱스, DHL과 같은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 한정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고 덧붙였습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물류 파트너로 한국 물류기업을 먼저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 시장에서는 CJ대한통운이나 LX판토스와 같은 기업들이 더 자주 경쟁사로 거론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목은 꽤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글로벌 네트워크 규모만 놓고 보면 SF익스프레스는 세계적인 물류기업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외국 물류기업’이라는 인식의 장벽을 넘는 과정에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SF익스프레스가 한국 직원과 전담 매니저를 강조하는 것일지 모르겠고요.
이런 현실은 물류 네트워크 구조에서도 드러납니다. SF익스프레스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부산, 대구 등 일부 지역에 자체 거점을 운영하며 기업 고객의 수출입 물량을 직접 집화하고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기업 화물을 당일 집화해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고, 일부 구간에서는 한국으로 수입된 특송 화물의 익일 배송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체 거점이 없는 지역의 경우 CJ대한통운 등 국내 물류기업과 협력해 집화와 배송을 진행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SF익스프레스는 전국 라스트마일 물류망을 직접 구축하기보다는, 국제 운송과 공급망관리 중심의 네트워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이 구조는 동남아 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SF익스프레스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현지 물류기업과 합병하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자체 배송망을 빠르게 확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SF익스프레스 경영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두 시장 모두 이미 강력한 로컬 물류기업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SF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선택한 전략은 단순히 배송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을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하는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국내 배송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나갈 때 활용할 수 있는 크로스보더 물류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밋업 현장에서 쏟아졌던 질문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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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서두에서 언급한 현장의 질문들을 생각해 봅니다. 밋업 현장에서 맹신 리 부장은 동남아 시장 진출 경로와 리드타임을 묻는 질문에 이런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현재 일부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동남아 판매 과정에서 SF익스프레스가 현지 에이전트 연결과 연계 물류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브랜드가 동남아 현지 법인을 직접 설립하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필요한 등록·인증 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파트너와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 진입을 돕는 방식입니다.
이 사례는 SF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국내 브랜드 기업에게 물류 서비스 이상으로 해외 진출에 필요한 것들을 종합하여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 SF익스프레스는 파트너십을 통해 외부 협력사들을 늘리고 있으며, 고객사가 요청한다면 이 네트워크를 적극 주선합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최근 중국 커머스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습니다.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는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 소매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브랜드와 상품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세계 최대의 수요 시장은 한국보다는 북미와 유럽에 있고, K-콘텐츠의 바람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 상품의 수요를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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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SF익스프레스의 역할도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플랫폼이 판매 채널을 만든다면, 물류기업은 그 상품이 실제로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구축합니다. 이러한 플랫폼과 물류기업의 동맹은 낯선 장면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CJ대한통운과 틱톡이, 한진과 레페리가 협력해 만들어가고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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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이 지금 한국 커머스 업계가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물류기업에게 기대하는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물류기업이 단순히 화물을 운송하는 파트너를 넘어,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진출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은 앞으로 국내 물류 산업에서도 더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물류기업의 경쟁력 역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안전하게 배송하느냐뿐 아니라, 어떤 시장을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공급망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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