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카오가 외부에 던지는 메시지의 대부분은 ‘상생’과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로 요약 가능합니다. 바로 어제도 카카오는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 조성과 새로운 비전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발표했죠. 카카오는 현재 10% 가량인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안에 30%로 확대하고, 올해 카카오 공동체의 해외 매출을 전년 대비 4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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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글로벌. 이런 메시지가 나온 배경이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의 분위기를 침울하게 만들었던 카카오페이의 ‘주식 먹튀’ 사건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그 이전부터 카카오는 사회의 수많은 질타를 받아 왔습니다. 플랫폼 내부에서는 생태계에 속한 이들에 대한 ‘갑질’이라는 이름의 파열음이 들렸고, 카카오가 전개하는 사업에선 ‘골목상권 침탈’ 이슈가 따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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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지난해 국정감사장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김범수 의장의 사과로 점철된 국정감사 이후 카카오의 ‘상생’ 메시지가 본격화됩니다. 골목상권 침탈 논란을 빚은 사업 일부는 ‘철수’까지 이어졌습니다. 카카오가 새롭게 전개하는 사업 또한 국내 시장과 충돌하지 않는, 혹은 국내 시장과 협력하는 ‘글로벌’ 개척에 방점이 찍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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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살아있는 논란의 불씨
물론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탈에 얽힌 ‘모든’ 사업을 철수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논란이 있더라도 해당 사업이 충분한 ‘수익성’이나 ‘미래 가치’가 있다면 철수하긴 아쉬운 게 맞죠. 당장 기업의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을테니까요. 때문에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잠자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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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갑질과 골목상권 침탈. 이 모든 논란과 첨예하게 연결됐던 카카오의 계열사가 ‘카카오모빌리티’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사업 ‘택시’와 ‘대리운전’ 중개는 물론, 지난해 출시한 ‘퀵서비스’까지. 기존 시장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이 ‘소비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하고 수수료를 취하는 수익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예컨대 카카오T대리는 대리운전기사와 소비자를 플랫폼인 카카오T가 직접 연결합니다. 카카오T퀵은 퀵서비스기사와 소비자를 플랫폼인 카카오T가 직접 연결합니다. 이에 따른 ‘중개 수수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모델 중 하나입니다.
이런 수익모델 구조상 카카오모빌리티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업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리운전 생태계에는 ‘콜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역에서 대리기사를 모집, 관리하고, 유흥주점이나 라디오 광고(aka.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등을 통해서 영업, 마케팅을 하는 이들입니다. 다른 예로 퀵서비스 생태계에는 ‘퀵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역에서 퀵서비스 라이더를 모집, 관리하고 물량이 있어 보이는 동네 상점, 기업을 영업하는 이들입니다. 모두 ‘골목상권’으로 분류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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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만든 수익모델에서는 애초부터 이들의 역할이 배제돼 있습니다.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콜사’와 ‘퀵사’의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카카오T는 플랫폼이 만드는 트래픽을 기반으로 ‘수요’를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고객 화주 영업 조직을 카카오모빌리티 안에 내재화시켜버렸습니다. 플랫폼에 참가하는 공급자는 운전면허가 있는 일반인 네트워크를 유입시켜 활용합니다. 공급자 관리와 영업과 마케팅. 모두 카카오모빌리티가 합니다.
그러다 보니 뿔이 나버린 이들이 기존 시장에 있던 ‘프로그램 업체’입니다. 대리운전에서는 로지소프트(바나플), 퀵서비스에서는 인성데이타와 같은 업체들이 지배력을 가지고 있죠. 기존 시장에서 콜사, 퀵사 네트워크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것이 이들의 수익모델이고,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회사입니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진입을 소상공인 침탈이라 규정하면서 방어전을 펼쳤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