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선 네이버 CFO가 발표한 글로벌 3.0 단계에서 네이버의 매출 목표. 김 CFO가 밝힌 올해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매출 목표는 7~8조원 이상이다. ⓒ네이버
최수연 신임대표와 함께 선임된 김남선 네이버 신임 CFO는 “네이버는 5년 안에 15조원의 매출, 150조원의 시가총액을 만들 것”이라며 “네이버는 이미 과거 3~5년 주기마다 끊임없이 매출을 2배 이상씩 성장시켰고, 이를 본다면 제시한 목표는 목표라기 보단 네이버가 달성해야 할 현실”이라 전했습니다.
연결 : 글로벌 전략의 골자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전략은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함축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한국에서 전개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새로운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간의 ‘유기적인 연결점’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 방향입니다.
네이버에게는 이미 스스로 꼽는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라인’입니다. 라인은 일본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로, 한국의 카카오와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일본에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난해 3월 통합이 마무리된 ‘Z홀딩스’ 설립입니다. 일본 최대 포탈(야후재팬) 운영사이자 통신사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합작법인이 탄생한 것인데요. 최 대표는 Z홀딩스에 대해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야후재팬)와 카카오(라인), SK텔레콤(소프트뱅크)의 파괴력을 모두 갖춘 회사가 탄생한 것”이라 기대를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만든 ‘비즈니스 창작자’ 생태계를 글로벌 시장에 이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예컨대 네이버 웹툰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IP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활동하는 판매자가 글로벌 시장에 연결돼 활약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연다는 것이죠.
함께 등장한 또 다른 키워드는 SME(중소기업)입니다. 네이버는 2016년 시작한 ‘프로젝트 꽃’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SME 성장에 약 37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프로젝트꽃은 앞으로도 계속되는데, 그렇게 성장한 창작자와 SME들의 기회를 글로벌에서도 만들어나간다는 설명입니다.
최 대표는 “네이버에는 이미 100만명의 글로벌 콘텐츠 창작자와 250만명의 SME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아마존과 같은 유사한 서비스를 표방하는 기업과 다르게 네이버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SME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다양성을 확대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네이버는 앞으로 국내에서 CIC(사내독립기업) 형태로 가능성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방향을 지속합니다. 글로벌 사업에서는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과 투자, 인수합병을 계속합니다. 네이버가 새롭게 갖추는 국내외 포트폴리오 사이에서도 ‘연결’과 ‘시너지’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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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를 직접 만들거나 창업 경험이 없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CIC의 신사업 발굴과 시너지 연계에 우선순위를 두고 업무에 임할 것이고, 대규모 투자나 여러 CIC 간 협업이 필요한 사항은 직접 나서 챙길 것”이라 말했습니다.
일본 : 한국의 성공법칙을 이식한다면
여기서부터는 ‘커머스’ 영역에 집중하여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보다 자세히 살펴봅니다. 네이버의 커머스 글로벌 진출 전략은 기본적으로 ‘라인’과 ‘Z홀딩스’가 해외 현지에서 만들어놓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라인과 Z홀딩스가 모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일본’이 커머스 영역에서 현재 가시화된 네이버의 글로벌 전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라인’이 활약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 커머스 진출도 네이버는 우선순위에 놓고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현재 CIC 전체가 일본에 진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 밝힐 정도로,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일본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쉽게 말해 네이버가 한국에서 만든 성공 법칙을 일본에 이식하는 것입니다. 김 CFO는 “일본의 커머스 시장은 한국보다 6~7년 뒤떨어져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에서 네이버가 만든 성공을 적절하게 복사, 붙여넣기 한다면 조만간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Z홀딩스가 일본에서 출시한 ‘마이스마트스토어’가 이미 일본에서 시작된 글로벌 사업의 사례입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의 가장 큰 강점을 검색과 검색광고, 그리고 스마트스토어 사용자에게 주는 여러 혜택이 포함된 생태계로 보고 있습니다. 이 생태계를 일본에서도 만들기 위해 연내 마이스마트스토어에 네이버의 검색과 광고 기술을 도입하고, 야후재팬과 연계를 준비하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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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일본은 한국보다 3배 정도 큰 유통시장을 보유한 것에 반해, 디지털 침투율은 1/3에 불과하기에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본다”며 “일본에서 포탈과 메신저, 통신사가 함께 결합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커머스가 무엇인지 단계적으로 보여드릴 것”이라 말했습니다.
유럽 : ‘리셀 플랫폼’을 주목하라
유럽 시장의 경우 한성숙 네이버 전대표가 커머스 전략을 전두 지휘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현재 유럽 현지 시장 조사를 진행하는 소규모 조직을 구축했습니다. 당장은 그렇게 크지 않은 가벼운 조직이 움직이고 있지만, 어느 정도 단계에 도달한다면 법인 설립과 같은 큰 조직을 현지 구축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요.
네이버가 유럽시장 진출 방법론으로 선택한 것은 ‘투자’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입니다. 네이버는 2016년부터 총 2개의 K펀드를 구성하여, 현지 업체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가 ‘버티컬 커머스’라고 표현하는 리셀(중고거래) 플랫폼들을 주목할 만합니다. 유럽 1위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스페인 1위 리셀 플랫폼 ‘왈라팝’ 등 규모 있는 유럽 현지 리셀 플랫폼들이 네이버의 포트폴리오에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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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유럽시장과 국내의 연결점을 마련하는 전략으로 ‘기술 이전’을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몇 년 전 인수한 제록스의 유럽연구소는 현재 네이버랩스의 유럽지사(Region)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국내외에서 개발한 다양한 기술은 유럽 현지 ‘버티컬 커머스’ 영역에 적용하고 SME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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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네이버는 유럽에서도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개념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는 SME에게 제공하는 하나의 디지털 도구(Tool)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SME들을 이곳에 유입시킬 수 있는지 현지에서 파트너십을 찾고 있는 단계라는 설명입니다. 이를 통해 유럽의 SME들도 네이버 기술이 녹아든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최 대표는 “유럽에서 진행할 사업의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가 나오진 않았지만, 국내로 치자면 당근마켓에 네이버 검색, 검색 광고가, 페이가 붙는다면 어떨까 상상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런 방향에 맞춰서 현지 업체들과 제휴와 필요한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 말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네이버는 한국에서 증명한 기술을 세계 곳곳에 이전시켜 현지 SME의 생태계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생태계를 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일본 마이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판매하는 그림은 이미 나왔고, 스페인 왈라팝에 올라온 한정판 스니커즈가 한국 크림에서 판매되는 그림도 나올 수 있겠습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그 사이 ‘완연한 연결점’은 네이버의 기술과 협력업체들과 함께 구축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 과정에서 SME의 해외판로가 열려 매출은 늘어나고, ‘브랜드’까지 성장하는 이들도 등장할 것입니다.
최수연 대표는 이날 네이버의 신사옥 ‘1784’를 소개하면서 “이 공간이 글로벌 브랜드를 탄생시킬 새로운 비즈니스 인큐베이터가 되길 희망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인큐베이터. 최 대표의 이 말에 네이버가 글로벌에서 만들고 싶은 생태계가 함축적으로 담겨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