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갈라파고스 셀러 소식을 전해준 커머스 업계 지인에게 해봤습니다. “이미 있지 않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판판대로’나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와 KOTRA가 진행 중인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바로 그거라고 했습니다. 전자는 중소 브랜드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사업이고, 후자는 해외 유통망을 갖춘 한국 유통기업과 중소 셀러를 동반 진출시켜 마케팅부터 물류까지 통째로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산업부의 유통기업 해외진출 진흥 계획: 2개의 트랙과 남은 숙제, 커넥터스]
커넥터스에서도 한 번 다룬 적 있는 후자의 사업, 이 사업이 특이한 건 지원 대상이 중소 셀러가 아니라 유통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 배경에는 현재 한국 소비재 온라인 수출이 아마존, 알리바바, 쇼피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동남아 역직구 정부 지원금이 ‘쇼피’에 몰리고 있다고요?, 커넥터스]
실제로 산업부와 KOTRA가 공동으로 만든 이번 사업의 보도자료에는 이런 문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현재 K-소비재 기업의 온라인 수출은 대부분 아마존, C-커머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해외 플랫폼은 입점 수수료, 가격 협상력, 고객 데이터 확보 면에서 우리 기업에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으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함께 보면 좋아요!: 유통플랫폼·K-소비재, 해외동반진출 하이웨이 구축, KOTRA 보도자료]
제3자의 비판이 아닙니다. 사업을 만든 당사자가 직접 쓴 문장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의 목표가 이렇게 정해졌습니다. “국내 유통망 및 역직구 플랫폼이 아마존처럼 글로벌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방향을 뒷받침하는 분위기는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를 묶어 문화수출 5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K-소비재 수출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수출 7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KOTR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소비재 수출액은 46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흐름을 놓칠 이유가 없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이재명 정부 ‘커머스 비즈니스’가 맞이할 3가지 변화, 커넥터스]
수요는 고려되고 있나요?
다만 이런 사업들에는 아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수출 상품의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관점에서 설계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소비재가 많이 팔리면 좋고, 이를 위해서 우리 플랫폼과 유통기업이 함께 성장하면 좋다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물건을 사줄 글로벌 현지 소비자에 대한 고려는 여기 빠져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지원을 받는 유통기업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쿠팡이 미국 자본이라는 이유로 한국 소비자들이 이용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글로벌 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상품이 다양하며 편의성까지 갖춘 플랫폼이라면,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가리지 않고 씁니다.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중국 자본의 쇼피와 틱톡샵이 장악한 이유, 유럽과 일본 시장에서 아마존이 압도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소비자는 플랫폼의 국적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가장 잘 채워주는 곳을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플랫폼을 어떻게 글로벌에 내보내고 성장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서 수출 지원 사업의 고민이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