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 여전히 AI의 환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판단을 내려 거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는가.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상품을 소싱하고 관련 서류 작업까지 대신해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 판단이 틀렸을 때의 책임 구조가 불분명하다는 의문이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제임스 장(James Zhang) 알리바바닷컴 아시아태평양 지역 바이어 성장 부문 총괄은 두 가지 답변을 내놨습니다. 하나는 “액시오워크가 1999년부터 이어져온 알리바바닷컴의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일반 LLM보다 환각 가능성이 낮다”는 것. 다른 하나는 “핵심 결정에 대해서는 에이전트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고, 반드시 사람의 최종 승인을 거치도록 허들을 설정해뒀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눈치 챘겠지만, 이 답변 자체가 역설적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무역 업무를 처리한다고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에는 여전히 사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완전한 자율이 아니라는 얘기죠.
이 지점을 더 깊게 파고든 질문도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사용자가 AI 답변을 신뢰하고 수락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그건 사용자 책임인지, 플랫폼 차원의 보상 규정은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죠. 사실상 책임 소재를 직접 묻는 질문이었는데, 알리바바닷컴 경영진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프로세스 히스토리 기록과 실시간 중단 기능을 강조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그렇다면 AI 에이전트가 셀러들의 운영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킨다면, 그 와중에 차별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션 양 본부장은 “스킬(기초 역량)은 AI가 대체하지만, 안목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 답했습니다. 에이전틱 시대로 전환될수록 좋은 제품을 발굴하는 안목과 인간의 창의성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고요. 리스팅, 키워드 최적화, 바이어 문의 응대처럼 시간을 잡아먹던 반복 업무가 AI로 평준화되는 순간, 경쟁의 축이 제품을 보는 눈과 브랜드 전략을 짜는 감각으로 이동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사실 이것도 여전히 사람이 할 일이 많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에이전틱 AI가 사람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반복 업무 해결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까요.
흥미롭게도 알리바바닷컴이 직접 소개한 한국 건강식품 셀러 사례에서도 이 역설은 발견됩니다. 이 셀러는 단순한 문의 응대는 AI에 맡겼지만, 실제 매출과 연결될 수 있는 핵심 바이어와는 직접 관계를 만들었으니까요. 알리바바닷컴이 AI 도입의 성공 사례로 꺼낸 이야기인데, 오히려 AI가 아직 못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질문도 나왔습니다. “결국 지금 대체하지 못했다고 하는 창의성과 심미적 판단도, 알리바바닷컴이 그리는 A2A 시대가 온다면 AI가 담당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션 양 본부장은 산업혁명을 비유로 들어 답했습니다. “100년 전 증기기관이 탄생했을 때도 사람들은 인간의 역할이 사라질 것을 걱정했지만, 인간은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혁신하고 창조해왔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이건 회사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라고요.
알리바바닷컴 아시아태평양 총괄 본부장이 자사 제품의 미래 비전에 대해 ‘개인 견해’라는 단서를 단 장면. 이게 오히려 A2A 비전의 현재 위치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 단계의 액시오워크가 실제로 잘 하는 것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의 자동화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데모 역시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채팅형 인터페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창의적 판단과 관계 역량이 필요한 영역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도, 책임 구조가 완전히 정립되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변화를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하루에 수십 건씩 들어오는 바이어 문의를 AI가 처리해주는 것만으로도 실무자 한 명의 시간이 통째로 해방됩니다. 스킬이 평준화될수록 창의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알리바바닷컴 경영진의 논리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 창의를 어디서 어떻게 키울 것인지는 알리바바닷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A2A 시대가 완성되기 전에, 지금 당장 반복 업무를 AI에 넘기고 확보한 시간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이게 2026년 한국 셀러와 수출상들에게 남은 가장 현실적인 숙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