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변경 적용된 배민1 요금제의 모습. 음식점과 소비자가 배달료를 분담한다는 기본 체계는 변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
물론 라이더가 배달의민족으로부터 받는 건당 배달비는 6000원에 못 미치기도, 때로는 넘어가기도 하는데요. 배달의민족 측에 따르면 라이더 수급 불균형을 보충하고자 하는 시간당 프로모션 배달요금에 따라서 최대한 6000원에 맞아 떨어지는 배달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나요. 여기 음식점이 6000원의 배달비 분담과 별개로 배달의민족에 지급하는 6.8%의 중개 이용료는 플랫폼의 수익으로 남는 형태입니다.
한 편에서는 단건배달뿐만 아니라 종전 묶음배달로 진행되던 ‘배달대행’ 요금도 인상하는 추이가 보였는데요. 여기에는 고용노동부의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 시행으로 늘어난 비용 증가분이 배달대행 비용에 녹아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회색 지대에서 무보험으로 움직이던 라이더와 배달대행업체에게 지금껏 없었던 추가 비용이 등장했고, 이를 반영하여 배달비는 올랐고, 그것은 또 음식점에게 전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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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규제가 다가올까요?
꽤나 복잡하죠? 단순히 배달비 인상이라는 결과를 어떤 한 주체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꽤나 복잡한 정책과 시장 환경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로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비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단건배달’을 촉발한 배달 플랫폼들을 지목했고요. 배달 플랫폼들은 단건 배달과 배달비 인상은 상관없고, 오히려 배달대행 업체들이 증가된 요금을 음식점에 부과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이런 배경 하에 아래 국정감사장에서 오고간 질문들의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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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난해 증인 회사 매출이 2조원(실제 2조291억원)을 넘었죠? 주문 중개 수수료로 주문액의 6.8%를 받고 있고요. 그런데 배달료는 음식점주에게 6000원을 받아서 음식점주와 소비자가 분담하도록 하고, 배달업 종사자(라이더)에게는 증인 회사가 지불하는 구조죠? 증인 회사 배달료가 다른 배달앱 회사보다 금액상으로 훨씬 높은 편 아닌가요? 6000원을 책정한 근거가 뭔가요?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 : 지금 말씀주신 것은 배민1 서비스에 관한 부분입니다. 배민1 서비스는 저희 앱을 통해 이뤄지는 총 거래 10건 중 1~2건에 해당하는데, 택시로 비유하면 모범택시에 해당합니다. 일반 배달대행사의 경우 한 건 당 약 4000원 정도 배달료를 받는데요. 이런 배달은 한 번에 여러 고객 주문을 묶어서 가는 묶음배달 형태입니다. 코로나19 시기로 넘어가면서 많은 분들이 빠른 배달을 원하여 우리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배달료 인상은 단건배달 때문이고, 배달에 대한 여러 형태를 다각도로 구상하겠습니다.
여기 앞으로 ‘배달 수수료 규제’가 등장할 것을 함의하는 국회의 의견도 등장했는데요. 소 의원은 “음식점 사장님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봤는데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대행료를 합치면 판매가의 45% 가까이 지출이 나가서 힘이 빠지고, 소비자에게 음식값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며 “국민 75% 이상이 배달비가 과도하다고 이야기하며, 배달비 인상 금지를 막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수료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0% 넘게 나오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함 부사장에게 질문했습니다. 이에 함 부사장은 “가이드를 주는 것은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고, 우리는 그에 할 도리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포장 수수료’도 문제라고요?
사실 거시 환경은 현재 배달의민족에게 그렇게 녹녹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엔데믹의 도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갖은 요인이 겹겹이 쌓이면서 최근 배달앱의 사용 추이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상황이 겹쳐있기에 ‘인과’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늘어난 배달비도 분명 소비자의 배달앱 사용 감소 추이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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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는 한 때 단건배달로 치열하게 경쟁했던 ‘쿠팡이츠’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니다. 쿠팡은 사실무근이라 일축했지만, ‘매각설’이 등장하기도 했고요. 눈에 띌 만큼 고객 대상 프로모션이 줄어들었다는 업계의 평가도 이어집니다. 한 편에선 단건배달이 자랑하던 서비스 품질(속도)이 망가지고 있다는 미디어 보도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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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최근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수익성’을 챙기는 방향으로 적극 움직이고 있는데, 단건배달 중심의 쿠팡이츠는 확실히 쿠팡의 수익성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처럼 보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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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배달비 부담을 덜고자 ‘포장’ 픽업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배달 플랫폼 입장에서도 포장 주문은 비용의 근원이었던 물류를 ‘소비자’에게 돌림으로 물류비를 제로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요기요는 이미 포장 주문에 12.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역시 연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무료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포장 수수료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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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 ‘포장 수수료’와 관련한 질의도 나왔습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배달의민족은) 고객이 직접 물품을 수령하는 포장 서비스에도 수수료를 부가할 계획”이라며 “고객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직접 가서 음식을 수령하는 것인데, 수수료를 받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나” 질문하며 배달의민족의 포장 수수료 수취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는데요.
이에 함 부사장은 “포장 수수료와 관련하여 여러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는 우리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포장 수수료 도입에 대해선) 지속 투자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어 시장 경쟁 상황을 고려하고, 사장님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컨대 배달의민족은 포장 수수료 부과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철회’를 하긴 어렵다는 말을 완곡히 돌려 말한 건데요.
사실 플랫폼이 기술과 브랜딩에 꽤 큰 투자를 한 것도, 어느 정도 오프라인 포장 방문 모객을 위한 ‘마케팅 채널’ 역할을 하는 것도 맞습니다. 당연히 투자에 대한 합리적인 ‘수익모델’을 설정할 자유가 그들에겐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포장 수수료가 부담인 상인들이 많다면 차라리 공공 배달앱이든, 운영 목표가 다른 신한은행의 땡겨요든 수수료가 최소화된 경쟁 배달앱을 활성화시키는 게 맞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자연스레 경쟁 환경 속에서 수수료는 줄어들고, 공짜 픽업은 늘어날 여지가 생기진 않을까요. 사용자 스스로 배달앱이 아닌 전화 주문을 하도록 하고, 여기 음식점이 인센티브를 주는 캠페인도 얼마든지 전개할 수 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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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오늘 마무리는 “공짜 물류는 없다”로 하겠습니다. 이게 다 공짜인 줄 알았던 배달비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생긴 문제니까요. 사실 과거 배달앱이 없던 시절의 중국집 배달, 치킨집 배달이 ‘공짜’였던 이유는 음식점이 그 비용을 부담하거나 원가를 녹여 음식 가격을 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로 배달이 아닌 방문 고객에게 홀요금으로 음식을 할인해주는 중국집은 지금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잖아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류비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