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앱 메인에 전면 배치된 커머스 관련 서비스들 ⓒ 배달의민족 앱캡처
배달앱 트래픽을 ‘커머스’로
우아한형제들이 ‘커머스’로 나아가고 싶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배달앱으로 만든 월 2000만 수준의 막대한 MAU(Monthly Active Users)를 음식배달에만 사용하기 아쉽기 때문입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하루에만 배달의민족 플랫폼에서 수백만명의 주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 자연스럽게 음식뿐만 아닌 다른 ‘상품’을 제안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음식배달 시장의 한계를 넘어 200조원이 넘어가는 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기존 음식배달도 ‘리얼타임 퀵커머스’의 한 종류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달의민족이 만든 커머스는 이미 시장 규모가 매우 큽니다. 이제는 우리가 이런 거대한 고객 주문에 따라 조리된 음식 외에 미리 제조된 공산품 영역까지 커머스 경험을 확장할 때라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음식뿐만 아닌 리얼타임 커머스 경험을 확장하려면 기존 우리 배달 플랫폼을 더 발전시켜 커머스 플랫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오랜 기간 배달 플랫폼을 다듬어 왔습니다. 때문에 밑바닥에서부터 커머스 플랫폼을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우 높은 방문빈도를 보이는 ‘고객’, 실시간 고객 주문을 트래킹하고 리뷰, CS 등으로 사용자에게 응대하는 ‘배달’, 퀵커머스에 특화된 ‘물류’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이미 확충한 기술 자산을 유기적으로 커머스 영역까지 연결하고 확산한다면 배달 플랫폼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차원의 퀵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우아한테크콘서트 2022
물론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맞습니다.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자 하는 사용자와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특성은 다릅니다. 우아한형제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기존 배달 주문하는 고객의 경험을 헤치지 않는 것을 우선하여 새로운 커머스 경험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음식을 고르는 것과 커머스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다릅니다. 여러 가게를 둘러보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음식 배달과는 다르게 커머스는 비교적 무엇을 구매하고자 하는 ‘목적’이 명확합니다. 앱 전방에 탐색 경험을 강화하는 배달과 다르게, 커머스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첫 고객 방문 순간부터 필요한 물건을 제안하거나, 지난번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사지 않은 물건을 구매할지 묻는 것과 같은 ‘추천’ 역량이 필요합니다. 추천으로 고객이 만족하지 못했다면 키워드로 필요한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러한 커머스를 지원하는 흐름(Flow)을 앞으로 우리 제품(Product) 조직이 구현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현재 2000만명의 배달의민족 월사용자 중 90%가 음식 때문에 방문한다고 보는데, 이들이 우리가 바꾼 것 때문에 불편해선 안 됩니다. 음식과 커머스, 서로 다른 사용자의 목적과 패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 김용훈 우아한형제들 CPO, 우아한테크콘서트 2022
‘속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우아한형제들의 커머스 전략 핵심 키워드는 ‘퀵커머스’입니다. 하지만 퀵커머스와 관련해서 시장에선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시 경제 변화 요인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퀵커머스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 구조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요. 이로 인해 퀵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던 업체들이 매각,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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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한형제들은 ‘퀵커머스’라는 전략 키워드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사실상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판에서 ‘퀵커머스’가 아니라면 시장 선점기업들과 비교하여 경쟁우위를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메가 사이즈 풀필먼트센터와 직영과 외주를 아우르는 배송트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 커머스 시장을 평정한 건 사실입니다. 네이버의 국내 1위 포탈 기반 트래픽 권력을 바탕으로 한 검색과 가격비교 역량을 커머스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MFC(Micro Fulfillment Center)와 퀵커머스를 위한 이륜차 배송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조차 만들지 못한 이미 빠른 배달에 익숙해진 2000만명 사용자 트래픽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요컨대 우아한형제들은 쿠팡과 네이버와 같은 전장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쿠팡과 네이버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전장에서 원래 잘하던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커머스 영역에서 택한 것입니다. 때문에 ‘퀵커머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되고, 이런 배경 하에 우아한형제들 송재하 CTO가 선포한 것이 ‘이커머스 천하 삼분지계’입니다.
“커머스는 큰 틀에서 검색, 가격비교, 그리고 광고를 엮어내는 방식(네이버)이 있고, 상대적으로 조금 새로운 대규모 물류센터에 상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모델(쿠팡)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델이 양분돼 있는 것 같지만, 사용자가 소비를 결심한 시점과 실제 소비를 하는 시점 사이에서 맥락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공통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배달의민족 고객들은 이미 음식 배달에서 맛봤던 ‘즉시성’이라는 경험과 가치를 커머스에서도 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리얼타임 커머스’를 바탕으로 기존 양분돼 있던 커머스 구도를 재편하고, 커머스 천하를 3분할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비용’은 괜찮아요?
사실 단건 배달과 도심 물류 인프라 투자로 대표되는 퀵커머스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은 여전히 업계의 부담이고, 이는 우아한형제들도 피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그렇기에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 비전 3.0 선포와 맞물려 적은 자산 투자로 수익성을 가져갈 수 있는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 ‘배민스토어’를 시작했을 것이고, 포장주문 픽업과 같은 물류비를 절감하는 옵션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서비스 품질을 다소 희생하는 대신 비용 효율을 높이는 선택지들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렇게 시장에 존재하는 서비스와 비용의 상충 관계를 장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효율화’, ‘자동화’,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예컨대 우아한형제들은 언젠가 사람과 로봇이 함께 배달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혔고요. MFC 또한 보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물류 시스템, 자동화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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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하 CTO가 밝힌 우아한형제들의 앞으로 10년 목표는 고객의 자택에서 냉장고를 없애는 즉시 보충(Just In Time)이 가능한 ‘리얼타임 퀵커머스 모델’을 고도화해나가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요? 송재하 CTO의 계획을 들으며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드론으로 특정 장소에서 특정 장소로 음식을 나르면, 딜리드라이브와 같은 육상 배송로봇으로 그것을 받아서 고객에게 배송하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배달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가 효율이 나지 않거나 복잡한 부분들은 사람이, 다시 사람이 하기 어려운 부분은 기계가 연계하는 방식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배달 구조는 ‘플랫폼 노동’을 바탕으로 하잖아요. 플랫폼 라이더 분들은 법적으로 자영업자에 가까운 형태이고, 생산수단과 안전장구의 소유권도 그들에게 있는데요. 저는 로봇과 사람의 협력 모델을 만들더라도 배달 플랫폼이 모든 기계를 전부 사서 뿌리고 관리하는 형태보단, 라이더들이 리스나 구매 형태로 로봇을 가져가서 참여하는 형태가 더 나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