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전체 소매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8.6%로 전년 동기 대비 0.5% 늘어났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1월 조사했던 온라인 침투율이 51.4%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기서도 정체가 보이는 건 매한가지인 셈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온라인 매출, 오프라인 넘었다, 아시아경제]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달 와이즈앱이 주최한 웨비나 <글로벌 커머스 전망과 데이터 기반 미래전략>에서 “팬데믹 이후 온라인쇼핑 시장은 그간 온라인 침투율이 낮았던 카테고리인 ‘신선식품’을 포함하여 굉장히 큰 성장을 했지만, 이제 시장 재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일부 이커머스 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온라인 침투율 자체도 너무 많이 올랐기에 이커머스 성장률이 둔화되는 시점이 온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같은 행사에 연사로 참여한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 또한 현재의 상황을 이커머스 업태의 ‘피크아웃(Peak Out)’ 우려가 부각되는 시점이라 전했는데요.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오프라인 유통매장 방문객 수가 회복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면서 국내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변하고 있다”며 “소매 유통시장이 새로운 전환의 기로에 왔다”고 평했습니다.
그럼 다가온 엔데믹으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요? 유통업계가 체감하는 분위기는 어떨까요? 여기부터는 와이즈리테일의 시장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온오프라인 커머스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온라인 : 양강 고착화와 쿠팡의 역전
많이 했던 이야기부터 하자면 이커머스 플랫폼판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는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와이즈리테일의 데이터를 보면 2020년 1월 이후 ‘월간 총 결제자 숫자’ 측면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인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뿐이었고요. 두 플랫폼 모두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월 결제자 숫자 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유의미한 변화로 보인 것은 네이버를 상회하는 쿠팡의 성장률입니다. 나이스평가정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쿠팡의 연평균 성장률은 36%로 네이버의 숫자(23%)를 상회했습니다. 전체 11개 이커머스 플랫폼을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쿠팡의 시장 점유율 증가폭은 모든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고요.
윤 연구원은 그 이유에 대해 “쿠팡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풀필먼트 시설에 대한 적극적 투자 기조가 이러한 격차를 상당 부분 설명한다”고 분석했죠. 심지어 와이즈리테일 데이터를 보면 쿠팡의 월별 총 결제자 숫자는 2022년 1월 네이버를 뛰어넘기까지 합니다.
반면, SSG닷컴과 지마켓, 11번가,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의 총 결제자 숫자는 상하 변동폭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소폭 상승하거나 정체, 역성장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전체 거래액이 지속 성장했음에 불구하고 성장의 수혜를 누린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에 집중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두 플랫폼의 양강 구도는 더욱 고착화될 전망이고요.
하지만 엔데믹의 영향은 쿠팡과 네이버조차 피해가진 못했는데요. 와이즈리테일의 데이터를 보면 2022년 4월을 기점으로 쿠팡과 네이버를 포함한 모든 조사 대상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총 결제자 숫자의 하락이 보였습니다. 많으면 수백만 단위까지 총 결제자 숫자의 하락 변동이 관측됐는데요. 이는 4월에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인플레이션 등 거시 환경 변화가 전체 이커머스 생태계의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결과로 보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카카오는 어떻게 커머스 혹한기를 넘을까, 커넥터스]
한편, 고객 1인당 평균 결제금액(장바구니 사이즈, 객단가) 측면에서 봤을 때 쿠팡과 네이버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쿠팡의 경우 2018년 10월을 기점으로 종전 4만원대 후반이었던 평균 결제금액이 3만원대로 가파르게 하락한 모습을 보였고요. 반대로 네이버의 1인당 결제금액은 4만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론칭과 맞물리는 변화입니다. 로켓와우는 1만9800원 이상 주문해야 사용할 수 있는 로켓배송의 최소주문금액을 없애는 혜택을 멤버십에 녹였는데요. 이에 따라 쿠팡 고객의 낱개 상품 주문이 늘어났고, 쿠팡의 물류망 또한 단건 상품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구조로 함께 변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객 1인당 월 평균 결제횟수는 쿠팡이 4.1회, 네이버는 3회로 분석됐는데요. SSG닷컴과 11번가를 포함한 다른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평균 월결제 횟수가 2~2.5회로 분포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빠른 물류를 중심으로 한 쿠팡의 멤버십 ‘로켓와우’와 높은 적립금 혜택을 중심으로 한 네이버의 멤버십 ‘네이버플러스’가 경쟁 플랫폼이 운영하는 유료 멤버십 대비 높은 회원수를 확보한 것과 연관되는 변화로 보입니다. 두 멤버십 모두 서비스 구축의 목적이었던 ‘충성고객’을 어느 정도 이상 확보한 셈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900만 회원' 쿠팡의 자신감…"올해 흑자 낼 것", 한국경제]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800만 멤버십 가입자 수에 '누적' 붙인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오프라인 : 기회와 함께 찾아온 위기
다음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살펴봅니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평가받는 채널인 ‘대형마트’입니다.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이전에 대표적인 장보기(식료품) 카테고리의 강자로 평가받았습니다. 식품은 온라인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오프라인의 아성으로 평가 받았고요.
그 영향력이 코로나19 이후로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흡수된 모습입니다. 와이즈리테일 데이터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식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20~25% 수준으로 10%대를 기록한 이커머스 식품 매출 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상회했는데요. 하지만 식료품 카테고리의 온라인 침투율이 증가했고, 2022년에 들어선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 격차가 근소한 수준으로 좁혀졌습니다. 이는 엔데믹을 맞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추세고요.
와이즈리테일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대형마트의 1회당 평균 고객 결제금액은 4~6만원 수준으로 큰 변화를 만들지 못했는데요. 반면, 대형마트의 월별 고객 총 결제횟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2020년 큰 폭으로 꺾인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을 기점으로 대형마트 고객의 월별 총 결제횟수는 소폭 상승했지만요. 코로나19 이전의 그 숫자를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대형마트가 엔데믹 이후에도 ‘온라인’에 뺏긴 매출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윤 연구원은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기업 간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경쟁 접점과 인플레이션 국면의 상품 매입비용 상승 압력 등을 감안할 때 대형마트의 업황은 단기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며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 상당수가 네이버와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복해서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 상위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앞으로도 대형마트 기업들의 주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백화점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고객 1인당 평균 결제금액과 월간 고객 총 결제횟수 측면에서 단기적인 부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해외 명품에 대한 높은 구매 수요를 바탕으로 2021년 이후 화장품과 패션 카테고리의 판매액을 회복했고, 업황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습니다. 실제 백화점은 2021년에도, 2022년에도 이커머스를 상회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요. 이는 엔데믹을 맞이한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코시국에도 성장하는 백화점, 괜찮은거야?, 커넥터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여행 정상화로 그간 백화점 성장을 이끌던 명품 소비가 면세점과 해외 판매채널로 분산될 가능성이 존재하고요. 명품으로 시장을 확장한 패션 버티컬 커머스와의 경쟁도 계속될 것이기에, 앞으로의 미래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함께 나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명품 버티컬에 감도는 위기감, ‘발란’은 극복할 수 있을까, 커넥터스]
윤 연구원은 “백화점 기업의 총매출과 해외 명품 카테고리의 판매 증감률은 주요 자산 가격과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최근 자산 가격의 하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백화점 채널에서의 명품 구매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저하될 것을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매출 상승을 지속했던 오프라인 업태입니다. 하지만 와이즈리테일의 데이터를 보면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 이후 편의점 평균 결제금액과 결제 횟수는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소비 침체와 함께 찾아온 4분기 비수기로 인해 편의점의 엔데믹 이후 단기적 전망은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편의점은 중장기적으로 ‘퀵커머스’를 확대하는 온라인 채널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 연구원은 그 근거로 편의점의 주 고객층인 1인 가구가 특정 편의점만 단독으로 이용하지 않고 근거리에 위치한 편의점 점포와 배달 플랫폼을 중복하여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한 편에서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플랫폼들이 소비자 접점 인근 MFC(Micro Fulfillment Center)와 퀵커머스를 연결하는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요. 윤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편의점 기업의 주요 시장인 ‘소액 및 단건 구매’ 카테고리가 점진적으로 온라인에 의해 잠식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평가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배민이 커머스 천하 삼분지계를 선포하기까지, 커넥터스]
윤 연구원은 “퀵커머스는 현재 성장 초기 단계이고, MFC 구축과 관련한 물적 투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편의점과 이커머스 기업간의 퀵커머스 경쟁은 다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편의점 기업들은 국내외 광범위하게 분포한 오프라인 점포망을 활용해 투자 부담을 효율화함으로 퀵커머스와 관련된 역량을 중기적으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4위 탈출의 열쇠? 이마트24가 택한 ‘퀵커머스 제3의 길’, 커넥터스]
엔데믹과 찾아온 경기 한파
정리하자면 코로나19가 ‘이커머스’의 성장을 가속화한 것은 맞지만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을 이끈 것은 아닙니다. 3위 이하의 점유율을 가진 플랫폼의 고객은 오히려 상위 플랫폼에 고객을 빼앗겼고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엔데믹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성장이 꺾인 것은 맞지만, 이건 특정 플랫폼보다는 전체 시장이 맞은 위기요인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다가온 엔데믹 또한 단순히 ‘오프라인’의 호재라고 해석하긴 어렵습니다. 복합적인 거시환경 변화로 인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유통업계 전반에 성장 침체는 찾아왔습니다. 물론 그 와중 계속해서 성장세를 유지한 ‘백화점’ 같은 채널도 있었지만, 그 미래까지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하여 발표했는데요. 그렇게 조사된 소매유통 체감경기지수는 73으로, 코로나19가 들어 닥친 2020년 2분기(6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경기전망지수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인데요.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모든 유통 업태에서 4분기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한 셈이고, 그나마 백화점(94)이 선방을 예측한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