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밝히자면 ‘상생’은 굉장히 어려운 것입니다. 사실 이해관계자들과 모두가 행복한 공통의 이익을 만든다는 건 이상향에 가깝죠. 국민을 위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조차 그들 사이의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데, 태생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상생은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할 ‘네이버’에게도 상생은 꽤나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합니다.
지난 3일 네이버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가 1년여간 준비해온 비장의 무기를 발표했습니다. N도착보장이라 이름 붙인 예상도착일이 노출되는 ‘빠른 물류’ 서비스를 12월 본격적으로 네이버 입점 스마트스토어 및 브랜드스토어 판매자에게 솔루션 형태로 판매하고, 2025년까지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상 소비재의 50% 이상을 도착보장 서비스로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것인데요.
N도착보장은 소비자 관점에선 물류 서비스지만, 판매자 관점에선 ‘커머스 마케팅 솔루션’을 표방합니다.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커머스 플랫폼 노출구좌를 통해 ‘도착보장’ 상품을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알리고, 판매자가 실지불하는 수수료 이상의 매출 증대 효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네이버의 다짐입니다. 이는 네이버가 쿠팡과 마찬가지로 풀필먼트 영업 문법에 ‘매출 증대’를 본격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네이버는 쿠팡이 갖추지 않은 특장점을 또 하나 마련했는데 자세한 건 아래 콘텐츠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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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일전 자세히 다뤘던 ‘도착보장’ 이전에 네이버 물류 플랫폼 NFA가 추구하는 본질 구조 ‘얼라이언스’ 모델의 장단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특히나 지난해 7월 플랫폼 론칭 이후 네이버 물류 연합군 내외부에서 불거졌던 ‘상생’의 숙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봅니다.
네이버 커머스의 방향 ‘에셋 라이트’
네이버는 익히 알려졌듯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커머스를 성장시켰습니다. 근원사업 ‘포탈’로 구축한 막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여러 외부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품을 노출시키는 ‘광고 사업’으로 커머스를 확장했고요. 여기 과거 스토어팜과 현재 ‘스마트스토어’까지 이어지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자체 플랫폼의 상품을 함께 노출하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외부 쇼핑몰을 입점 시켜 광고를 받든, 자체 플랫폼에 3자 판매자를 입점시켜 노출시키든, 모든 커머스 사업에 있어 네이버는 직접 상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흔하디흔한 유통업체의 경쟁전략인 PB(Private Brand) 또한 네이버는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연결에서 발생하는 ‘판매 건당 수수료’와 더 많은 노출을 위해 판매자가 구매하는 ‘광고’가 네이버 커머스의 수익모델이 됩니다. 여기 새롭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 판매자 대상의 기술 지원 도구 ‘머천트 솔루션’을 판매하는 모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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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플랫폼을 통한 연결에 집중하는 구조를 갖췄기에, 직접 상품 소싱 및 구매, 물류 운영 등에 따른 관리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물리적인 운영에 필요한 ‘자산’ 투자는 최소화 됩니다. 네이버가 강조하고, 또 계속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커머스 모델이 여기서 나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적자 업체가 가득한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 전선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이익’을 보고 있는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고요.
첨언하자면 에셋 라이트 커머스 모델 기조는 최수연 네이버 신임대표의 중점 과제 ‘글로벌 사업’까지 이어져 강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가 16억달러에 인수 발표한 미국 중고패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 역시 에셋 라이트 커머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수 사유 중 하나로 소개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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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에도 보이는 ‘에셋 라이트’
네이버는 새로 시작한 물류 플랫폼 NFA에서도 ‘에셋 라이트’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네이버와 자본동맹을 맺은 다양한 물류업체들과 ‘연합군(Naver Fulfillment Alliance)’을 형성했고요. 네이버는 각각의 파트너 업체들이 갖춘 시스템과 운영 역량을 연결하는 중앙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추적,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구조에서도 네이버는 ‘물류 자산 투자’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속적인 물류 운영비용을 투하할 필요도 없습니다. 파트너 물류업체가 이미 갖추고 있는 ‘물류망’을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IR을 통해 “네이버의 물류 전략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 전략과 맞물려 있다”며 “네이버는 모든 것을 독점하기보단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함께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물류에서도 똑같은 접근을 취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연합군내 물류기업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와 역량을 바탕으로 비교적 유연하게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네이버가 언급하는 NFA의 강점인데요. 네이버는 53만개에 달하는 스토어들이 각기 전개하는 2억개의 상품 DB 특성을 고려하여 서로 다른 물류를 연결하는 구조를 NFA를 통해 만들고자 합니다. 가구 설치물류는 ‘하우저’, 동대문 패션 물류는 ‘신상마켓’, 마이크로 퀵커머스는 ‘생각대로’와 같은 업체를 연결하면서요.
이윤숙 네이버포레스트CIC 대표는 “NFA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라며 “판매자들이 원하는 물류의 특성은 그들이 주력하는 상품에 따라서 각기 다른데, 네이버는 모든 판매자들의 물류를 소화할 수 있도록 얼라이언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물류에서 ‘에셋 라이트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할 계획입니다. 그 안에서 물류가 아닌 기술기업으로 네이버가 만들 수 있는 수익모델을 발굴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네이버는 중앙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는 물류 데이터와 기존 네이버가 수집하던 커머스 데이터를 결합한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여 네이버와 연결된 파트너 기업에게 제공할 계획이고요. 여기에는 ‘유가’의 솔루션도 포함되기 때문에 기술 제공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네이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도착보장’이 대표적인 유가 솔루션 중 하나고요.
에셋 라이트 모델의 ‘한계’
하지만 ‘에셋 라이트’ 모델이 무조건적인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도 인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계점은 효율성과 속도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수많은 3자 판매자들을,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물류업체들을 사용하도록 움직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이고요. 네이버가 3자 파트너들의 선택을 ‘강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닙니다.
빨리 치고 나가고 싶은 네이버의 욕심과는 다르게 파트너 업체들의 역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네이버는 2021년 3월 신세계그룹과 지분교환을 하면서 이마트가 갖추고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세 곳을 공유받는 방향의 협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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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측에 따르면 이마트 물류센터는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구축됐기에,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3자 판매자의 물류를 이 공간에서 받아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물류 협업을 논의하곤 있다고 하지만, 현재 네이버는 이마트가 갖춘 상품과 물류 역량을 ‘네이버 장보기’ 채널에 소개하는 정도로만 협업을 진행하고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