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품감정원의 피어오브갓 에센셜 감정 소견서 ⓒ무신사
한국명품감정원이 판단을 유보한 이유는 감정 상품 중 일부에서 ‘개체 차이’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신사는 이에 대해 ‘정품’이더라도 상품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공식 유통사인 팍선 또한 인정하는 것이라고 무신사는 주장합니다.
때문에 크림이 가품이라고 지적한 여러 기준들은 사실 ‘정품 안에서’ 발생하는 개체차이라는 게 무신사의 입장입니다. 동일한 제품이더라도 생산 공장이나 시기가 다를 경우 외형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신사는 이러한 해명과 함께 피어오브갓 에센셜 브랜드의 상품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다만, 논란이 됐던 티셔츠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품 감정 의뢰에 활용하거나 개체 차이 검증을 위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무신사는 크림에 대한 입장문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상품에 대한 정가품 판정은 상표법상 브랜드 제조사의 고유 권한이고, 리셀 플랫폼인 크림은 상품을 가품으로 판정할 권한이 없다고요. 크림이 생산 지역, 작업자의 역량, 유통 환경 등 다수 요인에 의해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공산품의 개체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의적이며 일방적으로 타사 제품을 가품으로 단정지었다고요.
무신사는 1월 18일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크림이 고의적으로 자사 브랜드를 노출했다고 주장하면서, 영업방해 및 명예훼손에 훼당하는 해당 공지사항을 삭제할 것을 크림측에 요청합니다. 이와 함께 ‘크림’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는 게 무신사의 방침입니다.
크림의 맞불 : 멸망전의 시작
이런 무신사의 주장에 크림은 또 다른 공지사항으로 응대했습니다. 공지사항의 내용은 논란이 된 피어오브갓 에센셜 브랜드 티셔츠의 가품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 때문에 크림은 거래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상품에 대한 ‘공짜 검수’를 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맥인 거죠,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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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더해 크림은 23일 “에션셜 브랜드의 제품 검수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을 새롭게 밝혔습니다. 크림은 지금까지 약 8만건의 에센셜 제품을 검수했고, 논란이 된 20SS 티셔츠 제품만 약 3000건 가량을 검수했다는 설명입니다. 크림은 피어오브갓 브랜드 제품에 대한 고도화된 데이터를 보유했고, ‘해당 제품’은 크림 검수팀이 수집한 가품 사례의 특징을 다양하게 보이고 있어 가품으로 판단했다는 게 크림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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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은 직접적인 회사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너무나 무신사에게 던지는 것 같은 말도 하나 함께 전했습니다. “사용자 보호를 위한 리셀 플랫폼 사업자의 노력을, 브랜드사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활동으로 폄훼하는 주장에 대해, 같은 리셀 플랫폼 사업자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요. 이건 무신사를 넘어 ‘솔드아웃’까지 저격하는 메시지죠.
어떤 티셔츠 브랜드에서 시작된 국내 양강 1, 2위 리셀 플랫폼을 보유한 양사의 다툼은 플랫폼의 핵심가치인 ‘신뢰’라는 명운을 건 한판 승부가 되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어느 한 쪽은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이미 양쪽 모두 브랜드에 큰 손상을 입었을지 모릅니다. ‘짝퉁을 유통하는 부티크 플랫폼’이든 ‘짝퉁을 검수하지 못하는 리셀 플랫폼’이든 양사가 디스전에서 남긴 메시지들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일파만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너무나 많이 알려진 싸움, 어떻게든 승리로 결론내야하기에 양사는 쉽게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판단은 법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할 텐데, 이게 과연 그 친구들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인지에 대해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급망은 말이 없다
여기까지 이 사건을 본 제 입장을 정리합니다. 먼저 피어오브갓 에센셜 브랜드는 이 사건의 결말과는 별개로 QC(Quality Control)에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무신사와 크림 모두가 인정한 내용인데 ‘공산품’의 개체 차이 발생이 이 사건의 근본 이유입니다.
가품이냐 아니냐는 차치하더라도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브랜드 제품은 그 품질 차이가 ‘확연하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양사가 인정한 팩트입니다. 마치 같은 테슬라 자동차를 샀는데 어떤 건 괜찮고, 어떤 건 단차나 부품 유격이 다발하는 뽑기 문제가 이 패션 브랜드에서 발생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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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피어오브갓이 1만원짜리 동대문 티셔츠 브랜드라면 품질 차이가 큰 이슈로 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름 매스티지 정도의 가격은 형성하고 있는 ‘피어오브갓’이라는 브랜드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문제인 거죠. 수십만원대 티셔츠를 판매하는 브랜드라면 자연히 ‘가품’은 따라올 텐데, 브랜드 스스로가 가품이 파고들 ‘구멍’을 스스로 만든 셈이라 볼 수 있습니다. 품질은 생산관리를 통해 통제할 수 있고, 이건 제조사의 실력입니다. 최소한 피어오브갓은 그 실력이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명명백백 드러났습니다.
두 번째. 일단 브랜드의 품질이 날뛰는 상황에서 가품에 대한 ‘진실’은 저 너머에 있습니다. 애초에 가품 같은 정품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정품 판단을 대체 ‘어떤 상품’을 기준으로 할 수 있을까요. 무신사에 따르면 크림이 가품이라고 지적한 브랜드 택(tag), 라벨 폰트, 봉제 방식, 아플리케 등의 형태를 포함한 10개의 가품 기준은 정품 내 발생하는 상품의 개체 차이입니다. 애초에 이렇게 미쳐 날뛰는 상품품질 속에서 ‘정품’을 가리는 것이 가당할지 의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브랜드사’인 피어오브갓이 직접 등판하는 걸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애초에 피어오브갓이 날뛰는 생산 품질을 용인하고 있었다면, 그들조차 그들의 상품이 ‘정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나마 걸어볼 희망은 브랜드사가 날뛰는 품질에도 ‘정품’을 판단할 수 있는 어떤 장치를 제품에 해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요? 작은 희망을 담은 글 하나를 남기며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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