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배달의민족은 수천억원 흑자를 봤는데,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다들 수백억원씩 적자인가요?”
분명 궁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업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배달 플랫폼이나 배달대행 플랫폼이나 같은 ‘음식배달’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사업만 본다면 배달 플랫폼이나 배달대행 플랫폼이나 ‘음식배달’을 하는 것이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 플랫폼의 수익 구조는 전혀 다른데요. 본격적으로 그 이유를 알기 전에, 먼저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면 모든 ‘배달 플랫폼’들이 흑자는 아니라는 겁니다. 배달의민족이 2022년 기준 4241억원의 굉장한 숫자의 영업이익 흑자를 본 것은 맞지만요.
2등, 3등 배달앱인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모두 2022년 기준 ‘적자’를 봤을 것이라는 업계 평가를 받거든요.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은 2021년 기준 881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NICE평가정보 기준)으로 알려졌고요. 쿠팡이츠의 실적이 포함된 쿠팡의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 부문은 2022년 기준 2억2463만달러(약 3000억원)의 조정 EBITDA 기준 손실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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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배달앱 중에서도 1등 배달앱 ‘배달의민족’만이 파괴적인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고요. 사실 생각해보면 배달의민족도 2020년까지는 ‘적자’를 봤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가 확실하게 만들어지는 모습인데요. 그 이유에 대해선 아래 커넥터스 콘텐츠에 대해 자세히 정리했으니 살펴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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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적자’인 배달대행 시장
돌아와서 배달대행 플랫폼들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요. 실제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바로고의 2022년 매출은 1178억원으로 전년(909억원) 대비 29.7% 증가했지만요. 영업손실은 273억원으로 전년(113억원) 대비 2.4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배달대행 브랜드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법인 로지올은 지난해 4분기(9~12월)만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요. 연간 기준으로는 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알려졌습니다.
바로고와 생각대로는 배달주문 처리 숫자(콜수) 기준으로 국내 1, 2위를 다투는 배달대행 플랫폼인데요. 바로고에 따르면 현시점 월 1800~2000만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고요. 생각대로 역시 월 1600만건을 넘는 주문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 1, 2위 배달대행 플랫폼이 모두 지난해 적자를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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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그 뒤를 잇는 주요 배달대행 플랫폼도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는 모습인데요. 만나플래닛의 2022년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42억원과 124억원, 스파이더크래프트의 2022년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42억원과 16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배달대행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역시 2022년 기준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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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국내 주요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모두 수십~수백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 맞고요. 사실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영업손실을 보던 것이 비단 2022년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요. 문제는 이들의 영업손실 증가세가 2022년에 들어 더욱 커졌다는 것이죠. 매출과 함께 영업손실이 늘어나는 비즈니스 구조라면, 요즘 같이 수익성이 중요한 투자 혹한기에 버티기 쉽지 않거든요.
왜 배달대행은 적자인가요?
그래서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배달대행이 적자를 보는지요. 먼저 모든 플랫폼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요인 중 하나는 코로나19 기저효과였습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음식배달은 코로나19와 함께 급성장한 대표적인 카테고리였는데요. 지난해 엔데믹 이후로 3대 배달 플랫폼 모두가 ‘트래픽 역성장’을 맞을 정도로 시장이 꺾인 모습이 보였거든요. 당연히 배달 수요와 맞물려서 따라가는 ‘배달대행’ 시장의 성장 역시 주춤할 수 없었다는 게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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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사실 엔데믹 이후 배달대행 플랫폼의 ‘매출’이 꺾일 수는 있지만요. 배달대행 플랫폼의 사업구조를 본다면 적자가 나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배달대행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지역에 있는 배달대행지사(지역 배달대행 가맹점)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주체고요. 음식점 영업과 라이더 관리는 모두 지역 배달대행지사가 맡아 하는데요. 그러니까 딱히 플랫폼이 부동산 투자나 인적 운영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실제로 배달대행 플랫폼의 수익모델을 본다면 지역마다 다르게 책정되는 배달건당 몇백원 정도 하는 ‘수수료’가 있고요. 지역 배달대행지사에게 받는 역시나 경우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시스템 사용료’가 있는데요. 당연히 이런 수익모델이라면 특정 배달대행 플랫폼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지역 배달대행사가 늘어나고, 배달 처리 건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히려 플랫폼이 ‘이익’을 봐야하지 적자를 볼 이유가 없어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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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이 ‘수수료’로 큰 이익을 남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데 입을 모읍니다. 왜냐하면 ‘치열한 경쟁’ 때문인데요.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배달대행 시장에서, 플랫폼들은 그들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지역 ‘배달대행사’ 네트워크를 늘리고자 열을 올립니다. 지역 배달대행사를 확보한다면 그들이 갖추고 있던 지역 음식점 영업망과 라이더 네트워크를 한 번에 플랫폼이 확충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는 배달대행 플랫폼사가 지역 배달대행사를 락인하는 장치이자, 앞서 이야기했던 수수료와 시스템 사용료를 과금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데요. 문제는 지역 배달대행사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배달대행 플랫폼이 너무 많고요. 딱히 프로그램들의 경쟁 우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쉽게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결국 협상의 주도권은 플랫폼이 아닌 ‘지역 배달대행업체’에 쏠려있고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플랫폼이 지역 배달대행사 대상의 ‘수수료’나 ‘사용료’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고요. 심지어 라이더 네트워크나 영업망이 많은 지역 배달대행사에게 시스템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는 배달대행 플랫폼도 있고요. 지역에 따라서 건당 ‘몇십원’ 짜리 수수료도 나타날 정도인데,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겠죠?
동시에 지역 배달대행사를 영업하는 데 쓰이는 비용도 꽤나 큽니다. 한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배달대행사 영업을 위해서 현금 리베이트까지 흔히 동원되는데요.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돈을 써서 지역 배달대행사를 확충하더라도, 이 친구들이 언제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괜히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계약서에 다른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는 게 아니고요. 사실 넣었다고 하더라도 그 조항이 정말로 구속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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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배달대행 비즈니스의 수수료와 사용료는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좀처럼 쉽게 올리지 못하고요. 남기는 수익이 적은 상황에서, 영업에 필요한 비용은 더 들어가게 됩니다. 수익보다 비용이 크면 자연히 ‘적자’가 나오는 것이죠.
또 다른 적자의 이유 ‘신사업’
이런 상황에서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각자 ‘배달대행’을 넘어선 신사업을 발굴하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배달대행 그 자체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배달대행 사업으로 확충한 음식점과 라이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제 안 하는 플랫폼을 찾기 어려울 정도인 ‘바이크 대여’ 사업이 대표적인데요. 실제 생각대로의 모회사 인성데이타의 바이크 렌탈 사업부문이 모체가 되는 법인 ‘바이크뱅크’의 2022년 매출액은 800억원에 달하고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14%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의 ‘흑자’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사업이 ‘자리매김’할 때까지는 마땅히 투자에 따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런 비용 투자에 따라서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부담하는 영업손실액도 더 커졌다는 것이 복수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스파이더크래프트와 바로고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배달대행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이거 하나만으로 높은 이익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아마 궁극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받는 수수료가 무료에 가까운 금액까지 떨어질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배달대행은 배달대행만 하지 않습니다. 배달대행을 밑바탕에 둔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고도 그렇고, 생각대로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POS(Point of Sales) 사업을 새롭게 강화하고 있거든요. 지난해 신사업을 위한 인건비와 개발비, 인프라 구축과 영업에 따른 투자비용이 꽤나 많이 들어갔습니다”
- 스파이더크래프트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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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고는 경쟁 배달대행 플랫폼들과 비교해 봐도 배달대행을 넘어선 신사업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관계사 중에서는 전기이륜차 리스 플랫폼인 ‘무빙’이 있고요. 이륜차를 넘어선 사륜차 물류사업도 아직은 소소하지만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유주방 플랫폼 ‘도시주방’은 공유주방 서비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고요.
아무래도 이러한 신사업을 성장시키고, 제반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들어가고요. 실제로 저희는 꽤나 많은 비용을 지난해 신사업에 투하했습니다. 각각 신사업에 들어가는 인력도 적은 편이 아니라서 인건비도 같이 늘어난 측면이 있고요”
- 바로고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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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배민’은 뭐가 다른데요?
처음 주제로 돌아와서 그러면 ‘배달의민족’은 어떻게 흑자를 만든 것일까요? 여러 업체들이 파편화돼서 경쟁하고 있는 배달대행 업계와 다르게 배달 플랫폼 업계에는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플랫폼이 등장했고요. 마음에 안 든다면 언제든 다른 플랫폼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배달대행 업계와 다르게, 배달 플랫폼은 쉽사리 다른 플랫폼으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왜냐면 어마어마한 소비자 트래픽이 하나의 플랫폼에 몰려있으니까요. 거기서 발생하는 매출을 음식점들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이러한 플랫폼에 ‘수수료’를 수취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가 포함된 배민1이 대표적인데요. 배민1을 이용하는 음식점 사장님은 9.8%의 결제 및 중개 수수료와 함께 최대 6000원 상당의 배달비까지 플랫폼에 내야합니다. 소비자와 분담할 수는 있다지만, 사장님 입장에서 그 비용 부담이 꽤 클 수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배달대행업체에는 3000~5000원 정도의 배달건당 수수료를 내면되는데, 아무리 단건배달이라지만 2배 가까운 비용이 타들어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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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식점 사장님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배민1이라는 새로운 구좌에 가게를 많이 노출시켜 ‘더 높은 매출’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 ‘빠른 물류’는 곁다리 상품처럼 함께 구매하게 되는 것인데요. 만약 배민이 배달대행업체처럼 물류 서비스만 팔았다면, 언제든 음식점 사장님은 더 저렴한 배달대행업체로 갈아 탔겠지만요. 독립적인 배달 플랫폼의 ‘트래픽’ 권력은 배민의 물류를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사장님을 묶어놓는 무기가 됐습니다.
‘물류’만 가진 배달대행업체는 이런 서비스를 절대 제공하기 어렵고요. 그렇다 보니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배민을 보면서 한탄 섞인 부러움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들도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는 누군가가 나온다면 배민처럼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어쩌면 몇 년째 흑자 보는 이들을 찾기 어려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경쟁 상황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배달 플랫폼처럼 눈 딱 감고 수수료 올리고 싶죠. ‘배달대행 수수료 15% 올리겠습니다’ 선언하고 싶죠. 근데 우리가 수수료를 올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라이더든, 음식점이든 다 다른 경쟁 배달대행 플랫폼으로 도망갈 겁니다.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담합해서 다 같이 미친 척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죠”
- 한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