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프트는 지난 12월 말 풀필먼트 서비스 브랜드 ‘엔필먼트(NFillment)’를 론칭했습니다. 시스템 회사가 갑자기 물류 서비스라니, 조금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난소프트가 풀필먼트를 시작한 이유는 물류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만들고자 하는 일반적인 물류회사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난소프트가 ‘시스템 회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풀필먼트의 특이점이 있죠.
우선 난소프트는 풀필먼트를 위한 물류 운영을 직접 하지 않습니다. 난소프트의 시스템을 이미 이용하고 있는 물류회사들의 운영 역량을 필요한 화주사에 연결해주는 식으로 엔필먼트 프로세스를 설계했고요. 실제 물류현장 운영은 난소프트가 아닌 파트너 물류업체가 담당합니다.
난소프트에 따르면 현재 난소프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사 중 80%는 ‘물류회사’입니다. 이 물류회사들은 운영하는 창고 유휴공간을 최대한 채우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는데요. 시스템 회사인 난소프트가 신규 화주사 영업 지원을 나서서 그 니즈를 채우고, 물류회사가 더 많은 매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념입니다.
난소프트는 엔필먼트 신규 화주사 영업에 있어서도 기존 구축한 시스템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합니다. 난소프트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사의 나머지 20%는 ‘화주사’이니까요. 그리고 이 화주사들은 기존 물류회사와의 계약 종료이든, 물류망 확장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새로운 물류회사와 신규 계약을 하고 싶은 니즈가 생길 수 있는데요.
이 때 난소프트는 화주사를 대상으로 기존보다 나은 환경에서 물류를 처리해줄 수 있는 물류회사를 추천해줍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난소프트 시스템을 이용하는 물류회사 중에서 화주사의 물류 특성에 맞는 이상적인 회사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요.
여기서 ‘이상적인’ 물류회사에 대한 답은 화주사의 니즈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화주사는 기존 물류사보다 더 저렴한 단가를 원할 수도 있고요. 어떤 화주사는 기존보다 더 서비스 품질 관리가 잘 되는 물류회사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많이들 도입하는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 같은 빠른 배송 타임라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가 입지한 지역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겠죠? 소비지 인근에 물류센터를 배치해야만 한정된 시간 안에 배송 업무를 마칠 수 있으니까요.
난소프트는 시스템에 기록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주사와 물류사간 매칭 업무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냉동육류 물류를 처리하고자 하는 화주사가 있다면요. 기존 난소프트 물류회사 중에서 냉동육류 카테고리 처리 경험이 많고, 정시 출고율 등 지표가 괜찮은 물류업체를 선정하여 연결해주고요. 만약 더 저렴한 단가에 물류 처리를 하고 싶은 화주사가 있다면, 물류사들로부터 예상견적을 받고요. 화주사가 생각하는 단가 범위에 맞는 단가를 제시한 물류업체를 또 연결합니다. 현재는 이 과정을 운영인력이 맡아 진행하지만, 향후 매칭 데이터가 쌓이고 고도화된다면 자동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이 난소프트의 계획입니다.
‘시스템’의 영속성을 위한 풀필먼트
그럼 난소프트는 풀필먼트 매칭을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까요? 난소프트는 기본적으로 엔필먼트 서비스 공급자로 참여하는 물류업체에게 월 사용요금을 일부 받고 있지만요. 이는 수익모델이라기보다는 파트너 물류업체와 난소프트간 파트너십 관계를 증명한다는 개념으로, 난소프트가 영업 등에 투하하는 공수를 감안했을 때 그 액수는 절대 크지 않다는 설명이고요.
추가로 월 수만건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는 화주사를 매칭할 경우 해당 화주사 물량 처리건에 대한 중개 수수료를 물류회사에게 별도로 받지만요. 이 또한 그 액수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합니다. 심지어 중소 규모 화주사를 연결했을 때 난소프트가 받는 중개 수수료는 ‘무료’라고 하고요.
이런 행보를 봤을 때 난소프트가 풀필먼트에서 큰 이익을 남기긴 힘들어 보이는데요. 실제 난소프트는 올해 엔필먼트 사업에 투하되는 비용 관리를 위해 산정한 목표는 있지만요. 엔필먼트를 통해 발생할 매출 목표는 아예 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애초에 난소프트가 풀필먼트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난소프트가 풀필먼트를 통해 얻길 바라는 편익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앞서 설명했던 프로세스에서 느껴졌듯 엔필먼트는 이미 난소프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물류회사’가 풀필먼트 서비스 공급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덩달아 엔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사 역시 난소프트 시스템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구조가 자연히 만들어지죠. 그것이 기존 난소프트를 이용하던 화주사든, 난소프트를 사용하지 않던 신규 화주사든 말이죠.
요컨대 난소프트는 풀필먼트를 통해서 기존 시스템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그들의 물류 시스템을 사용할만한 이유를 만들고 싶고요. 덩달아 풀필먼트를 활용하여 난소프트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 규모를 더욱 더 늘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풀필먼트에서는 큰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에서 얻는 수익은 더욱 커질 수 있으니까요. 이종화 총괄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최근 2년 동안 저희 시스템을 사용하다가 이탈하는 물류회사들로부터 그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한 70% 이상은 ‘화주사’ 때문이더라고요. 기존 화주사와 물류 계약이 종료되거나, 화주사들이 다른 물류 시스템을 사용하길 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답변이 왕왕 돌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가 난소프트 시스템 사용에 익숙한 화주사들을 물류회사에 연결해준다면 어떨까요. 물류회사도, 화주사도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구조가 나오지 않을까요. 고객 이탈을 막고, 지속적인 사용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여기 우리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있습니다”
- 이종화 난소프트 총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