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페이지 안에서 접속 가능한 ‘풀필먼트 서비스 신청’ 페이지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관리자페이지
NFA 파트너 멤버 선정 기준 또한 이전과 동일합니다. 네이버는 그들과 ‘돈을 섞은’ 물류업체를 동맹군으로 포섭하고 있습니다. 테크타카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네이버의 사내 벤처캐피탈 ‘네이버 D2SF’로부터 두 차례 투자를 받았습니다. 테크타카가 네이버를 포함한 여러 회사에서 받은 누적 투자액은 약 136억원입니다. 메쉬코리아 역시 2017년 네이버로부터 2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는 메쉬코리아의 지분 20.66%를 취득한 최대 주주(2020년 12월 기준)입니다.
요컨대 NFA에 현재까지 들어온 모든 물류 파트너사는 네이버가 투자하거나, 지분을 교환(CJ대한통운의 경우)한 업체입니다. 지분 투자로 상호 성장을 연동하여 서로 다른 여러 물류업체의 서비스를 통제하고자 한 것이 네이버의 복안입니다. 네이버는 직접 물류를 하지는 않지만 기술과 플랫폼을 중심축으로 물류 파트너사들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중개자가 됩니다.
첨언하자면 이와 같은 방식은 네이버가 2022년 1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발족한 NCSA(Naver Commerce Solution Alliance)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선 물류기업이 아닌 ‘커머스 솔루션업체’와 돈을 섞었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NCSA 파트너 솔루션 개발사의 제품은 네이버의 ‘머천트 솔루션(커머스솔루션마켓)’ 플랫폼 안에서 통합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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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만큼 빨라지고 싶은 네이버
네이버가 ‘물류 동맹군’을 만든 이유는 역설적으로 쿠팡 때문입니다. 저렇게 돈 쓰다가 언제고 망할 줄 알았던 쿠팡이 네이버 이상의 속도로 치고 올라왔고, 생각처럼 망하지도 않았거든요. 처음엔 돈이 많이 드는 물류에 별 관심이 없었던 네이버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찾아왔습니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위킵, 두손컴퍼니, 파스토(당시 FSS), CJ대한통운 등 현재 NFA에 합류한 파트너 업체들과 공격적으로 돈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의 목표는 판매자들의 서로 다른 물류 니즈를 서로 다른 물류 역량을 가진 물류업체에 매칭하여 주는 ‘온디맨드 물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네이버가 동맹군 구축에 있어 배송 속도만을 강조하진 않았습니다만, ‘속도’는 네이버가 만들고 싶었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였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네이버가 치고 가고자 했던 속도의 마일스톤에는 ‘쿠팡’이 먼저 만든 그것이 있었죠.
쿠팡은 네이버에 앞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2014년 시작하며 성장했고요. 2018년에는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새벽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오늘 오전에 주문하면 오늘 도착하는 ‘당일배송’으로 배송 타임라인을 확장합니다. 2021년에 들어선 도심 물류거점을 활용한 15분 내 ‘즉시배송(쿠팡이츠마트)’을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역시 그 타임라인을 한 발 늦게나마 추격하기 시작합니다. 쿠팡만큼의 빠른 배송을 ‘동맹군’의 연합 체계로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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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네이버의 추격전
속도전의 선두에는 CJ대한통운이 섰습니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입점사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네이버의 빠른 물류를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택배 허브터미널에 상품 보관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쿠팡의 로켓배송과 동일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이라는 타임라인을 만들었습니다. 2021년부터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까지 빠른 물류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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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이라고 네이버가 못할 것은 없겠죠. 여기선 CJ대한통운에 이어 네이버와 지분교환을 한 파트너 업체 ‘신세계그룹’의 물류 인프라가 활용됐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3일 SSG닷컴은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하여 그들이 취급하는 2만여개 먹거리 상품에 대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네이버 안에서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활용하여 오늘 자정까지 들어온 고객 주문을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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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네이버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면 ‘확장성’입니다. 네이버는 고객 눈에 가시화될 정도로 빠른 물류 카테고리를 늘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만치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네이버가 IR자료에서 언급한 ‘빠른 배송’ 마일스톤은 왕왕 틀어졌죠. 돈이 섞였다곤 하더라도 미묘한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는 업체들을 완연히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물류이기에 뚝딱하고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스마트스토어가 빨라지는 방법
이런 배경에서 이번에 NFA 파트너에 새롭게 합류한 두 업체, 테크타카와 메쉬코리아의 역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종전 NFA 파트너사들이 여러 이유로 확장하기 어려웠던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은 ‘브랜드스토어’를 중심으로, SSG닷컴은 엄밀히 말하면 ‘자사 상품’을 중심으로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상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새로 합류한 업체들을 통해 마련됩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테크타카’는 물류 시스템 업체입니다. 아마존과 쿠팡에서 경력을 쌓은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가 마치 ‘쿠팡’ 같은 물류 시스템을 쿠팡이 아닌 업체들까지 쓰게 만들겠다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내세우며 창업했습니다. 요컨대 테크타카의 핵심 제품은 ‘물류 서비스’가 아닙니다. 물류 시스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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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합류한 NFA에서 테크타카가 물류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테크타카는 2021년 4월부터 ‘물류 서비스’ 또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테크타카는 공격적으로 물류센터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자사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외부 협력 물류업체의 공유 인프라까지 포함해서 규모를 늘렸습니다.
여기 다른 NFA 파트너 물류업체와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배송망’까지 테크타카가 직역망으로 구축했다는 겁니다. 마치 쿠팡이 배송인력 쿠팡친구를 직접 고용했듯, 테크타카 역시 배송인력을 직접 고용하여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테크타카는 이렇게 확충한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쿠팡보다는 권역이 작은 수도권에 한정한 ‘로켓배송’을 만들 계획입니다. 쿠팡과 같은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하는 타임라인을 통제력을 갖춘 물류센터와 배송망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여기 더해 테크타카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사에게는 테크타카의 물류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제공됩니다. 그러니까 테크타카를 통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마치 쿠팡과 같은 방식의 물류 서비스와 시스템이 ‘수도권’에 한정해서나마 깔릴 수 있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