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추이. 네이버가 2022년 6월 밝힌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숫자가 51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쿠팡 마켓플레이스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 ⓒ네이버
연 30억원 이상 매출을 만드는 판매자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요. 디지털경제포럼이 지난 4월 발행한 <2022 이커머스 생태계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은 네이버(99.7%) 다음으로 많은 판매자들(56%)이 현재 입점한 플랫폼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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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들이 쿠팡을 선택하는 이유는 당연 ‘매출’ 증대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판매자들의 마음 한 편에서는 쿠팡의 독주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쿠팡의 덩치가 커지고, 수익성 강화 행보가 이어지면서 판매자들 대상의 압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거든요.
예컨대 로켓배송 공급가 인하 요구는 대중소 판매자를 막론하고 계속되고 있고요. 판매장려금이나 광고처럼 판매자 입장에서 ‘비공식 수수료’처럼 느껴지는 다양한 추가 금액의 부가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판매자들의 마진율은 전보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데 네이버 대비 쿠팡의 마진율이 1/6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가 판매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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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최근 쿠팡이 공격적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는 3자 물류 서비스 ‘로켓그로스’만 하더라도 판매 가격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는 판매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쿠팡이 매입하여 가격 설정의 주체가 되는 로켓배송과 다르게, 로켓그로스는 가격 설정의 주체가 ‘판매자’이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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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뱃지’에 있습니다. 쿠팡은 로켓그로스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에 ‘로켓배송’, ‘제트배송’이 적혀있는 빠른 배송 인증 뱃지를 붙여주거든요. 이 뱃지는 쿠팡 사용자 대상 노출량을 늘리고, 매출 증대로 연결되는 만큼 판매자들에겐 로켓그로스를 이용해야 하는 숨은 이유가 되고 있고요.
그런데 로켓그로스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에 붙어있던 이 뱃지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요. 쿠팡 판매자들은 이를 ‘뱃지를 다시 붙이고 싶으면 알아서 가격을 내려라’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아래 링크 콘텐츠를 보더라도 쿠팡은 뱃지가 사라진 이유로 ‘시장 가격 변동’을 이야기하고 있고요. 외부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상품 가격을 기준으로, 추천 판매가를 제시하며 판매자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모습입니다. 뱃지를 다시 붙이려면 가격을 내려야 하니, 로켓그로스 판매자들 사이에서 쿠팡이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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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판매자들은 입을 모아 쿠팡의 매출 증대 효과를 이용하되, 쿠팡을 막연하게 믿지는 말라고 서로에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쿠팡에 종속되지 않도록 브랜드를 강화하고 자사몰과 같은 D2C(Direct to Customer) 채널, 외부 쇼핑몰 입점을 동시에 강화하는 멀티호밍을 적극 권하고 있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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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면
앞서 쿠팡의 가격 압박이 ‘대중소’ 공급업체를 가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듯, 이러한 행보는 최근 쿠팡과 납품가 갈등을 겪은 여러 대형 브랜드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드러났습니다. 대기업들은 중소 셀러들과 다르게 쿠팡과 ‘홍보전’을 펼칠 여력이 있거든요. 예컨대 CJ제일제당과 쿠팡 사이에서 발생한 납품가를 둘러싼 속칭 ‘햇반 전쟁’이 반년이 넘어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요. 그 이전 LG생활건강과 쿠팡 사이의 납품가를 둘러싼 소송전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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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공급사 사이의 분쟁은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게는 하나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쿠팡의 가장 큰 경쟁사인 네이버가 쿠팡 로켓배송과 대항하고자 준비한 빠른 물류 솔루션 ‘도착보장’은요. 쿠팡과 차별화하기 위한 무기로 ‘공급사의 주권’을 강조하며 나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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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서 쿠팡과 분쟁을 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을 직접 거론하며, 이들 기업이 도착보장 솔루션을 이용한 후 전년 대비 1.5~3배 거래액 증가 효과를 볼 만큼 높은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가 쿠팡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다분히 쿠팡을 겨냥한 것과 같은 레퍼런스 설정이라 해석할 수 있죠.
3등 이커머스 플랫폼 SSG 연합(G마켓+옥션+SSG닷컴)도 최근 쿠팡 분쟁 기업들과 적극적인 마케팅 제휴에 나서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코카콜라와 함께 연합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코카콜라를 독점 유통하고 있는 기업이 LG생활건강인 만큼, 이 또한 쿠팡 분쟁 기업을 콕 집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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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연합은 이전 8일 진행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론칭 행사에서는 ‘파트너 상생관’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부스까지 마련해줬고요. 행사장에서는 G마켓과 옥션을 합쳐서 80만명의 판매자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B2B 사업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셀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구애가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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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SG보다 앞서 쿠팡 분쟁기업을 딱 집어서 대놓고 이벤트를 펼친 것은 11번가였습니다. 지난 5월 16일 11번가는 직매입 기반 빠른 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을 활용한 할인행사 ‘하루만에 팅받네!’를 진행했는데요. 첫 번째 소개한 브랜드가 코카콜라, 두 번째 소개한 브랜드가 CJ제일제당, 세 번째 소개한 브랜드가 LG생활건강이었습니다. 이 중 CJ제일제당의 캠페인 기간 거래액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6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는데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11번가의 슈팅배송을 알리기 위해서 쿠팡 분쟁기업을 적극 활용한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