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최저임금 인상 추이. 엔데믹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5%의 전년 대비 인상 추이를 지속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네이버
② 없던 보험이 나타나면 생기는 일
두 번째 이유는 배달비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한 ‘보험료’의 등장입니다. 사실 배달 라이더는 대표적인 회색 업종이었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이름으로 아무나 진입할 수 있었고요. 개개인이 사장님격인 자유직이라는 이유로 근로자의 4대 보험 가입 의무도 없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모든 배달 오토바이는 ‘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이 보험료가 상당히 비싸다보니까, 보험료를 낮추는 각종 지하의 편법들이 횡행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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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라이더 대상 ‘보험 서비스’가 등장, 적용되기 시작했고요. 대표적인 것이 2022년 1월부터 배달 라이더 대상으로도 의무화된 ‘고용 보험’이고요. 2023년 7월부터는 라이더 대상 ‘산재 보험’ 역시 의무화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유상운송용 보험 문제 역시, 배달 플랫폼이 보험사와 제휴하여 ‘시간제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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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이 마땅히 배달 노동자의 권리 증진을 위해서 필요한 긍정적인 방향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요. 문제는 보험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음 소개했듯 두 건 6800원의 배달료가 보험료를 모두 제하니 4961원까지 떨어졌던 저의 사례처럼요. 지금껏 내지 않아도 됐던 보험료가 사업주와 배달 라이더가 분담하는 구조로 배달 노동자의 임금에 반영되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현실에 반영되기 시작한 보험료는 실질적으로 음식점에게 부가하는 배달요금을 인상하는 요소로 크게 기여합니다. 과거 3000원 전후로 형성됐던 기본 배달대행 요금이 4000원대까지 치솟았던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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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단건배달 전쟁은 끝났다
마지막 배달비 인상의 이유는 2022년 초를 기점으로 한 쿠팡이츠와 배민1의 단건배달 프로모션 종료입니다. 2018년 11월 쿠팡이츠가 등장하여 전면에 내세웠던 ‘단건배달’은 배민1으로 대표되는 배달의민족의 맞대응이 계기가 돼 코로나19 기간 동안 치열한 경쟁을 계속했습니다.
이 시기 배달 라이더 대상으로 지급하는 건당 임금이 2만원까지 치솟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프로모션 요금을 당시 감당하던 주체는 ‘플랫폼’이었고요. 그 이유는 서비스 품질 유지의 핵심이 되는 라이더를 영입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던 것이 자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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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엔데믹과 맞물려 배달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배달업계는 소강기에 들어섭니다. 라이더에게 지급하던 말도 안 되는 배달비는 점차 줄어들었고요. 쿠팡이츠와 배민1이 음식점주에게 책정했던 단건배달 프로모션 수수료 1000원과 배달비 5000원의 기준도 앞서 언급했던 7% 내외의 수수료와 배달비 6000원으로 정상화, 음식점 입장으로 바꿔 말하면 ‘인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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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4241억원의 압도적인 영업이익을 내며 당당히 수익화를 증명했고요. 하지만 음식점의 부담은 역으로 커졌습니다. 5000원이었던 프로모션 배달비가 6000원으로 인상됨에 따른 부담이 가중됐음은 물론이고요. 2~3만원에 달하는 배달 평균 객단가를 감안한다면 1000원이었던 수수료가 7% 내외로 바뀐 것도 ‘인상’이나 다름없거든요. 그 결과 실제 배민1과 쿠팡이츠가 프로모션을 종료한 2022년 초부터 소비자가 부담하는 단건배달 요금이 눈에 띄게 올라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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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 배달 플랫폼들은 늘어난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을 상쇄시키기 위해 ‘묶음배달’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먼저 출시한 ‘알뜰배달’이 그렇고요. 쿠팡이츠가 이어서 받은 ‘세이브 배달’이 또 그렇습니다.
하지만 플랫폼들이 새로 출시한 묶음배달 수수료 체계를 들여 보자면, 여전한 명암은 있습니다. 과거 단건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플랫폼이 음식점에게 배달대행업체보다 높은 배달료 6000원을 받은 이유는 애초에 묶음배달이 표준이 돼서 움직였던 배달대행업체보다 서비스 수준이 ‘높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런데 쿠팡이츠는 새로 출시한 묶음배달에서도 단건배달과 같은 수수료를 음식점에 책정하여 받고 있고요. 공개된 배민1의 알뜰배달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서 기존 단건배달보다 높은 배달료를 낼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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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혐오의 대상이 필요한가요?
여기까지 본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정말로 라이더와 음식점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배달비 인상의 ‘원흉’처럼 느껴지나요? 당장 최근 도보 배달 업무를 수행한 저만 하더라도, 두 건의 배달을 수행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었고 그 대가로 5000원 가량의 돈을 실정산 받았습니다. 정말로 이 금액이 많다고 생각하나요?
‘혐오’는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쉬운 도구입니다. 혐오의 대상이 명확하다면, 우리는 함께 분노할 수 있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쉽게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갑니다.
그 혐오의 대상이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무슨 이유가 됐든, 배달 라이더가 평소 도로의 무법자로 악명 높았던 것은 분명하고요. 우리의 미래가 치킨집이라 자조하듯, 요식업 자영업자들도 그렇게 사회적으로 선망 받는 업종이라 보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무분별한 혐오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한 세기 전 역사가 증명하듯, 혐오는 많은 경우 사회의 약자를 향했습니다. 그들은 힘이 없기 때문에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몸으로 받았고요. 뭉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소명하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 힘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막대한 자본과 권력을 바탕으로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 있는 프로파간다로 확산됐습니다. 어느 순간 프로파간다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게 됐고요. 그 자리에는 맹목적인 혐오만이 남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느끼고 있는 배달비 인상은 분명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 분노의 대상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 분노라는 것이 가당한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