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밝힌 마지막 고민은 ‘다양한 경험’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배달의민족은 모바일 환경에서 음식 배달 주문이 가능한 ‘음식배달 앱’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배달의민족이 최근 몇 년 동안 거듭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음식배달 앱을 넘어서 ‘종합 커머스 서비스’로 도약하고 싶고요. 음식 외에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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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양한 경험 확보 측면에서 배달의민족이 꼽은 2023년 톡톡한 역할을 한 서비스가 있으니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 ‘배민스토어’인데요. 배달의민족 측에 따르면 2023년 배달의민족의 MAU(Monthly Active Users)는 2000만명이 넘었고요. 그 배경에는 ‘배민스토어’의 활약이 있었다고 자평했습니다.
배민스토어 확장 가도의 배경
사실 배민스토어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비교적 오래 전인 2021년이었지만요. 2023년에 지금의 확장세를 만들 수 있었던 유의미한 변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기존 배민스토어는 자체 매장망뿐만 아니라 퀵커머스 물류망을 갖춘 대형 기업 중심으로 한정적인 입점을 받았는데요. 2023년 4월 본격적으로 입점 대상을 ‘지역 소상공인’까지 확장했고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달의민족이 배민1, B마트 등을 운영하기 위해 구축한 물류망을 배민스토어 입점 업체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풀필먼트’ 개념의 서비스를 시작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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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CU, 러쉬,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삼성전자 등 거대 기업뿐만 아니라요. 동네 반찬가게, 과일가게, 꽃집, 정육점이 배민스토어 판매를 시작했고요. 이어 7월부터는 일반 셀러 입점 범위를 서울 관악구, 서초구로 확장하여서 2023년 약 400여개의 입점 업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배민스토어는 ‘필요한 모든 것을 오늘 문 앞으로’를 모토로 삼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편의점, 전자기기, 패션, 뷰티 등을 판매하며 새로운 퀵커머스 시장을 만들고 있는데요.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사전 예약을 진행하는 등 판매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배민스토어는 초기 B마트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요. 배민스토어와 B마트는 서로 운영 방식이 다르기에, 특히 일반 셀러를 유치하기엔 맞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하여 (일반 셀러의 상품 등록과 배달 주문 접수가 가능한) 별도 플랫폼으로 독립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고, 2023년 무사히 개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 백제현 우아한형제들 배민스토어서비스개발팀장
배민스토어는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에 기여하는 사업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배민스토어 이용은 당연히 공짜가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의 물류망을 이용하는 배민스토어 입점 업체는 물류비를 지불(기본형 요금제 기준 최대 6600원, 소비자 분담 가능)해야 하고요. 여기 추가로 카테고리별 최대 8.8%의 중개 수수료 역시 지불해야 합니다.
또 ‘객단가’ 증대 측면에서도 배민스토어는 의미가 있는데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음식배달의 경우 3만원 이하 주문이 전체의 85.6%를 차지할 정도로 객단가가 낮지만요. 배민스토어에서는 수십~수백만원에 이르는 전자기기까지 취급하고 있으니까요. 객단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배달의민족이 수취할 수 있는 절대적인 수수료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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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2023년 배민스토어의 매출은 서비스 초기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배민스토어가 배달의민족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7%까지 늘었다고 하고요.
라이더는 왜 배민스토어를 기피하나
하지만 이와 같은 성과 이면에서 실제 배민스토어 물량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라이더들은 배민스토어 주문을 수행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면, 라이더에게도 환영할 일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일까요?
커넥터스 취재 결과 배달 라이더들이 배민스토어 배달 건을 기피하는 이유는 우선 ‘저렴한 배달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배달 라이더들은 배민스토어 배달비가 기존 음식 배달과 비교했을 때 같은 배달 거리에도 평균 몇백원씩 저렴하다는 의견을 전했고요. “원래 더 큰 비용을 들여 퀵서비스로 배송해야 할 걸 왜 라이더가 저가에 가져가야 하느냐”며 불만을 표한 배달 라이더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배민스토어의 낮은 배달비는 음식 배달 대비 짧아지는 배민스토어 배달 업무 시간으로 상쇄되기도 한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습니다. 한 배달 라이더에 따르면 배민스토어의 경우 반찬, 육류, 뷰티 등 점포 매대에 포장을 마치고 진열된 상품을 픽업해 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음식 배달처럼 조리 완료까지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배달이 가능해진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런 수익성 측면의 평가와는 별개로, 배민스토어의 상품은 그 자체로 배달하기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배민스토어에선 삼성전자의 갤럭시, 애플의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배송하기도 하고요. 동네 꽃집과 같은 이형 상품을 다루는 업체 또한 입점해 있는데요.
일단 고가 상품의 경우 배송 중 도난, 파손 등 사고가 나면 그 귀책이 라이더에게 돌아갈 수 있기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고요. 이형 상품의 경우 배달통에 잘 들어가지 않거나, 작은 충격에도 손상될 수 있어서 골치가 아프다는 라이더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또 주문 수락 과정에서는 알 수 없으나, 막상 픽업지로 가보니 세 봉투 이상의 대량 상품을 인계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경험 또한 라이더들에게 썩 유쾌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물론 그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라이더들은 알아서 배달해야 할 상품(aka. 피자)을 본인의 배달통 크기와 같은 설비 특성과 매칭하여 수락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는데요. 이제 막 확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배민스토어의 경우,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했고요. 그러다 보니 “배민스토어 특유의 알파벳 없이 숫자로만 구성된 배달요청 번호가 뜨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거부하라”는 이야기까지 라이더들 사이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확장 이면의 품질 관리, 괜찮나요?
라이더가 배민스토어 주문을 기피한다는 것은 글을 시작하며 배달의민족의 주요 고민 중 하나라 소개했던 ‘배달 경험’ 측면의 부정 이슈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달의민족은 배달 로봇에 지속 투자하며, 라이더 수급 불균형 이슈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요. 아무래도 이건 당장 사용하기엔 제약이 크기에, 다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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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배민스토어는 앞서 이야기했듯 배달의민족의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사업입니다. 상대적으로 도심 창고 MFC(Micro Fulfillment Center) 마련에 따른 인프라 투자 및 직매입 재고관리 등에 따르는 운영비용이 부담스러운 B마트와 다르게요. 배민스토어는 마켓플레이스 구조로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물류 대행에 따른 수익까지 증대시키는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최근 배달의민족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는 실적 발표를 통해 ‘수익성’ 기조를 연이어 강조하는 모습이고요. 한국 배달의민족 또한 이러한 모기업의 기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종합 커머스 서비스’로 도약하고자 하는 배달의민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B마트보다는 배민스토어가 확장성을 확보하기에 더 적합한 서비스라고 평가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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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배민스토어는 지속적인 확장 기조에 맞춰서, 서비스 품질 관리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묶음배달 서비스 ‘알뜰배달’ 도입에 있어서도 초기 라이더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들렸지만요. 이후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프로모션 정책 ‘배달고수클럽’ 도입 등으로 라이더 수급 이슈를 일부 해결했던 것처럼요. 배민스토어에서 찾아낼 배달의민족의 솔루션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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